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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신장학회는 ‘AI진단·병용투여·유전체분석’ 열공중[ERA 2025 현지르포]

매일경제 심희진 기자(edg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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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신장학회는 ‘AI진단·병용투여·유전체분석’ 열공중[ERA 2025 현지르포]

서울맑음 / -3.9 °
투석환자 2명중 1명 수면무호흡증
AI로 모니터링해 정밀진단 및 치료


지난 4~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신장학회(ERA)에서 의료진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빈/심희진 기자>

지난 4~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신장학회(ERA)에서 의료진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빈/심희진 기자>


신장질환의 주요 합병증을 인공지능(AI)으로 빠르게 식별하고 조기에 대응하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만성신장질환(CKD)의 확실한 치료법으로는 혈관 수축을 막는 약물(ETA 길항제)과 신장에서 당 배출을 돕는 약물(SGLT-2 억제제)을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이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했다.

지난 4~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신장학회(ERA)에서는 신장 투석 중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AI 검사로 조기에 파악하는 기술이 주목을 받았다.

세계 최대 투석기기 전문기업인 프레세니우스는 AI를 활용해 투석 중 동맥 산소포화도(SpO₂) 변화 패턴을 대규모로 분석했으며, 이를 통해 저산소증 발생 양상과 수면무호흡증 간의 연관성 등을 규명했다.

신장질환 환자는 체액 저류로 인해 상기도에 부종이 생기고, 빈혈로 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지면서 수면무호흡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수면무호흡증은 반복적인 저산소 상태를 유발해 고혈압을 초래하고, 이는 신장기능을 더욱 빠르게 저하시킬 수 있다.

특히 투석 환자는 수면무호흡증 유병률이 높아 정밀한 관리가 요구된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학저널인 NEJM(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따르면 투석 환자의 약 50%가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다.

프레세니우스의 이번 연구는 AI 기반 모니터링이 투석 환자의 숨겨진 호흡 합병증을 조기에 인지하고 환자 맞춤형 치료로 연계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프랭크 매덕스 프레세니우스 글로벌 최고 의료 책임자는 “중환자실부터 일반 가정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환자들의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며 “리얼 월드(실사용) 데이터 등을 활용해 진단 결과를 개선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CKD 병용투여 요법 발표
유전체 분석해 신장질환 진행속도차이 규명
지난 4~7일(현지시간) 열린 유럽신장학회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부스를 열고 현지 의료진 등에게 에피스클리를 알리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난 4~7일(현지시간) 열린 유럽신장학회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부스를 열고 현지 의료진 등에게 에피스클리를 알리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올해 ERA에서는 CKD 치료에서 병용요법의 효과를 입증한 글로벌 빅파마의 연구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일 아스트라제네카는 2형 당뇨병이 동반된 CKD 환자들에게 ETA(엔도텔린 수용체) 길항제와 SGLT-2(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 억제제를 병용 투여한 결과, 알부민뇨 가능성이 27~34% 감소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큰 박수를 받은 이번 결과는 NEJM에도 동시에 게재됐다.


발표를 맡은 라지브 아가왈 인디애나 의대 수석 연구원은 “요중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UACR)은 신장과 심혈관 질환을 매개하는 핵심 지표”라며 “심부전이나 고혈압 같은 다른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신장질환도 전통적인 단계별 치료 접근에서 벗어나 초기부터 병용요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션 좌장을 맡은 무스타파 아리치 터키 하세테페대 의대 신장내과 교수는 이번 결과에 대해 ‘놀라운 성과’라며 UACR이 갖는 의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투석 환자 수가 얼마나 줄었는지, 사망률이 몇 퍼센트 낮아졌는지 등 구체적인 임상 결과를 기대하지만 이를 입증하려면 시험 대상자 수 확보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며 “대리 지표로 활용될 수 있는 UACR이 이번 연구의 핵심으로, 800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적 관찰 결과도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 ERA에서는 유전체 분석을 통해 신장질환 진행 속도의 차이를 규명한 연구도 주목받았다.

미국 트래비어 테라퓨틱스는 영국 희귀질환 등록 시스템(RaDaR)과 협력해 1175명의 알포트 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유전성 신장질환인 알포트 증후군은 신장 사구체 기저막에 이상이 생겨 혈뇨와 단백뇨 등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트래비어에 따르면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에서 알포트 증후군의 진행 속도는 더욱 가파른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유전자 변이군의 사구체여과율(eGFR) 감소 속도는 변이가 없는 환자보다 2배 이상 빨랐다. eGFR의 감소는 신장 기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CKD의 진행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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