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관 “당국 추방정책 강화 이후 개별 한국인 적발 4∼5건 접수”
“실제 한국인 체포·구금 사례 더 많을 수도”
ICE, 시내 시장 등 급습에 이민자단체 대규모 반발 시위
“실제 한국인 체포·구금 사례 더 많을 수도”
ICE, 시내 시장 등 급습에 이민자단체 대규모 반발 시위
7일(현지시간) LA 패러마운트 지역에서 이민 단속 반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근 바리케이드 뒤에 시위대가 서 있는 모습. [AFP]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체포·추방 정책이 강화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한인타운이 있는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한국인이 체포·구금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2년여간 이런 사례가 1건밖에 없었는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4개월여간 크게 늘었다는 것이 영사관 측 설명이다.
불법 체류자가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구금됐을 때 당사자가 원할 경우 소속 국가의 영사 면담을 요청할 수 있게 해주는데, 당사자가 이를 원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실제 한국인이 체포·구금된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LA영사관에 통보된 한국인들은 모두 개별적으로 적발된 사례로, 대대적인 단속 현장에서 적발된 사례는 아직 접수된 바 없다고 영사관 측은 전했다.
하지만 전날 LA 시내에서는 ICE의 대대적인 단속 작전이 벌어져 현장 일대에 있던 한인들을 불안하게 했다.
당국의 발표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ICE는 LA 다운타운의 ‘자바시장’으로 불리는 의류 도매시장과, 이민자들이 일거리를 구하기 위해 모여드는 홈디포 매장 앞을 급습했다.
특히 자바시장 내 단속 대상에는 한인이 운영하는 업체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LA총영사관과 LA한인회 모두 이번 단속 현장에서 한인이나 한국 국적자가 체포된 사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미 국토안보부 수사국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ICE가 전날 LA 시내 단속 작전으로 44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지역 방송에는 당시 현장에서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 두 손을 등 뒤로 묶인 채 체포돼 당국의 호송용 승합차에 타는 모습이 포착돼 공포감을 키웠다.
ICE 등 당국의 요원들은 현장에서 체포에 저항하거나 저지하려는 사람들을 위협하기 위해 공포탄을 쏘는 등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일간지 LA타임스와 인터뷰한 카티아 가르시아(18)는 37세인 자신의 아버지가 ICE에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학교에서 급히 나왔다면서 “아버지는 미국에서 20년 동안 거주해 왔는데,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ICE의 강압적인 단속이 이어지자 이민자 옹호단체 등의 반발과 시위도 거세지고 있다.
전날 LA에 있는 연방 구금센터 앞에는 시위대가 모여 “그들을 풀어줘라, (이곳에) 머물게 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낮에는 시내 대로에 수백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다 연방 요원들과 충돌해 최루탄이 터졌고, 현장에서 최소 1명의 부상자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시위대에 비난을 일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주도하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LA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 영상을 올리고 “미국의 법과 통치권에 대항하는 반란(insurrection)”이라고 비판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지난달 하순 ICE 회의에서 하루에 불법 이민자 3000명을 체포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100일간의 하루 평균 체포자 수(665명)와 비교해 4배가 넘는 규모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ICE의 불법 이민자 체포 실적이 이전 바이든 행정부 말기에 비해 높아지지 않자 당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연간 100만 명 이상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