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운도 조금 따른 경기라고 할 수 있다. 2-2로 맞선 연장 10회 1사 만루에서 오선우의 잘 맞은 타구가 1루수 채은성의 글러브에 쏙 빨려 들어갔고, 귀루하지 못한 1루 주자 최형우까지 아웃되며 경기 흐름이 한화로 넘어갔다. 결국 한화는 연장 11회 2사 2루에서 이진영이 좌중간 적시타로 다시 앞서 나간 끝에 승리할 수 있었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8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어제는 행운이 우리에게 왔다”면서 “경기가 상대편으로 넘어가는 흐름이었다. 11회 비겨도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11회에 득점이 돼서 우리가 귀중한 1승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냥 운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올해 한화가 1점 차 등 박빙의 승부에서 힘을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운을 만든 것도 실력이었다. 이날 선발로 등판한 2년 차 좌완 황준서가 올러와 대등한 승부를 해주면서 경기를 붙잡을 수 있었다. 만약 황준서가 무너졌다면 필승조 투입도 못한 채 8일 경기를 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측면에서 이날 승리는 결승타를 친 이진영이나 분전한 불펜 투수 못지않게 황준서의 비중이 컸던 경기였다.
김 감독은 “어제 우리 준서가 진짜 잘 던지고도 승리를 못했다”고 말하면서 “나는 6회까지 던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5회 뒷타자들에게 두 개의 볼넷을 내주면서 그때 힘을 너무 많이 썼다. 준서가 그 전에 잘 던졌다. 우리가 앞에서 못 막았다면 저쪽은 용병인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고 칭찬했다.
한화는 현재 문동주와 류현진이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져 있다. 엄상백이 경기력 조정을 마치고 돌아온 상황에서 이제 두 선수가 차례로 돌아오면 황준서 또한 선발 로테이션에 남기는 어려울 수 있다. 어쨌든 우선권은 두 선수에게 있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꼭 선발이 아니더라도 1군에서 쓰임새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단 다음 턴에도 황준서가 그대로 선발로 나간다.
한편 한화는 이날 플로리얼(중견수)-하주석(유격수)-문현빈(좌익수)-노시환(3루수)-채은성(1루수)-이진영(우익수)-안치홍(지명타자)-최재훈(포수)-황영묵(2루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전날(7일) 6번 타순에 들어갔던 노시환이 다시 4번으로 복귀했고 안치홍이 선발로 나간다.
김 감독은 “(상대 선발인) 양현종이 만만한 투수가 아니다. 그래서 타자 쪽에 조금 더 경험이 있는 치홍이를 한번 내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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