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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큐레이션] 카톡 '검열' 논란,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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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큐레이션] 카톡 '검열' 논란,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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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카카오가 오는 6월 16일부터 아동·청소년 보호 강화를 골자로 한 새로운 운영정책을 적용한다고 밝히면서 '사이버 검열'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용자 보호를 위한 필수적 조치라는 카카오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사적 대화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자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중이다.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특히 정치권까지 가세해 논쟁을 키우면서 이용자들의 혼란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정책 개정 핵심은 '아동·청소년 보호'

논란의 시작은 카카오가 지난달 공지한 운영정책 개정안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아동 및 청소년을 성착취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테러 위협이나 불법 채권 추심 등과 같은 불법 정보 유통을 막기 위한 제재 기준 강화에 있다.

주요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목적의 대화' 금지 행위를 구체화하고 이를 청소년 간의 대화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성적 암시, 과도한 친밀감 표현, 개인정보 요구, 다른 채팅 플랫폼으로의 이동 제안 등이 대표적 금지 행위로 명시됐다. 나아가 청소년이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는 금품 요구 행위나 대가성 만남 제안 등도 금지 항목에 포함됐다.

카카오는 아동·청소년 관련 성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위반 행위 확인 시 해당 이용자를 영구적으로 서비스를 제한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손성희 카카오 청소년보호책임자는 "이용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에서 카카오톡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정책을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이 진실인가
정책 개정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카카오가 모든 대화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것 아니냐"는 '사전 검열' 우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는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허위정보 유포' 관련 논란과 맞물리며 증폭됐다.

나아가 국민의힘이 카카오의 정책 개정을 '사전 검열'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사안은 정치적 쟁점으로 번졌다.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은 "누구도 카카오에게 국민의 자유로운 대화를 사전에 감시하고 통제할 권한을 준 적이 없다"며 "정부가 '극단주의 단체'라고 지정만 하면 관련 글도 강제 삭제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이 민주파출소를 만들어 국민들을 대거 고발하는데, 카카오가 이를 도와주는 격"이라며 정책의 즉각적인 원상 복구를 촉구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시간 검열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먼저 카카오톡의 제재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용자 신고'가 있어야만 시작되는 사후 조치 방식이다. 카카오가 임의로 이용자들의 대화방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이용자가 문제의 대화 내용을 신고하면 해당 부분만 검토해 정책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으로도 실시간 검열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카카오 측의 설명이다. 카카오톡 대화는 종단간 암호화(E2EE) 기술이 적용되어 발신자와 수신자 외에는 카카오를 포함한 그 누구도 대화 내용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버에 저장되는 대화 내용 역시 암호화된 상태로 2~3일 후 자동 삭제된다. 이러한 기술적 장치는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감청 영장 논란으로 이용자들이 대거 이탈하는 '사이버 망명' 사태를 겪었던 카카오의 학습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카카오 측은 "폭력적 극단주의 콘텐츠 관련 항목은 국제 ESG 평가 기준에 맞춰 추가된 것"이라며 "이용자나 기관의 신고가 접수될 경우에만 검토 후 제재가 이뤄지는 방식이며, 기술적·정책적으로 사전 검열은 불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모호한 구석도 있다

이번 논란은 아동·청소년 보호라는 정책의 본래 취지와 달리, '사전 검열'이라는 오해와 정치적 공방이 뒤섞여 본질이 흐려진 측면이 있다.

다만 이용자 보호라는 명분이 자칫 사생활 침해나 표현의 자유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불법 행위 차단과 이용자 보호 강화의 경계는 그 어느 때보다 명확히 세워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검열이라는 표현이 성립될 여지는 없으나 이와 관련된 민감한 상황이 연이어 터진 상태에서 일종의 빌미를 줄 수 있는 회색지대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비록 신고의 형태지만 카카오가 대화 내용을 들여다본다는 것 자체에 거북함을 느끼는 부분도 분명 존해한다. 이런 가운데 불법 행위 차단 및 이용자 보호 강화라는 명분과 사생활 보호 및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을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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