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공백에 치솟은 먹거리물가...李대통령, 민생행보로 물가안정 '정조준'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25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27(2020=100)로, 전년 동월보다 1.9% 상승했다. 이는 전달(2.1%)보다 0.2%포인트(p) 낮은 수치다. 농산물과 석유류 물가 하락 폭이 확대하며 전월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다만 가공식품, 외식 등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 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5.6.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연일 민생경제를 챙기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에게 부담되는 높은 생활물가가 잡힐지 주목된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개월 만에 1%대로 내렸음에도 가공식품과 외식 등 먹거리 물가만 치솟고 있다. 가공식품은 두 달 연속 전년 동월 대비 4%대, 외식은 넉 달째 3%대 상승세를 나타냈다.

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5월 대표적인 먹거리 물가 지표인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4.1%와 3.2%를 기록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2.1%에서 5월 1.9%로 0.2%포인트 내렸으나, 두 먹거리 물가 지표는 지난 4월과 같은 상승률을 보였다.

가공식품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1%대 초반(1.3%) 상승률이었지만, 12월 2%대에 진입했고 올해 4·5월엔 연속으로 4%대를 찍었다. 일상과 밀접한 주요 먹거리 대부분이 올들어 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약 6% 하락했던 쌀 가격은 올 들어 3.4% 상승하며 반등했다. 전년 동기 상승률 대비로도 8.51%p 높은 상승률이다. 라면 가격은 올 들어 4.59% 오르며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1.31%)을 5.9%p 상회했다.

대표 외식 메뉴인 자장면 역시 전년 동기 상승률(1.17%)을 웃도는 3.5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가격 변동이 미미했던 마늘은 올해 들어서만 17.67% 급등했다. 감자는 올 들어 45.85% 급등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을 7.14%p 상회했다. 닭고기 가격은 올해 7.3% 올랐으며 △양파(10.86%, 이하 올해 1~5월 상승률) △바나나(9.21%) △오징어(6.6%) △고등어(5.78%) △스낵과자(4.36%) △냉동식품(3.53%) △생수(3.17%) △빵(3.1%) 등도 가격이 올랐다. 주요 식재료인 계란값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특란 30개 기준 평균 도매가격은 5930원으로 2021년8월(6130원) 이후 약 4년만에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5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5.06.05.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

일각에선 가공식품 업체들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국정공백 기간을 틈타 제품 가격을 많이 올렸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해 12월 이후 지난달까지 6개월간 제품 가격을 올린 업체는 60개에 달한다. 그간 가격 인상을 자제해온 기업들이 대통령 탄핵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 커피와 라면, 과자, 음료 등 가격을 올렸단 것이다. 외식업체들 역시 먹거리 가격을 이 기간에 많이 올렸단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선 기후위기 등으로 각종 원·부자재 가격상승과 원/달러 환율상승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물류비와 인건비 등 경영비 부담으로 가격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를테면 국내 결정과당(원/kg)의 값은 지난 2023년 1817원이었는데 지난해 1876원으로 소폭 올랐다가 올해 4월말 1970원까지 크게 올랐다. 원/달러 환율 역시 2023년 1308원에서 지난해 1367원으로 오르더니 올해 4월말엔 1422원까지 치솟았다. 인건비 기준이 되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원이 넘는다. 2023년엔 9620원이었고 지난해엔 9860원이었다.

특히 주요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식품업체들로선 환율 변동과 국제 원재료 가격 변화에 민감한데다 내수 비중이 큰 기업의 경우 더욱 심각한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민생경제를 생각해 가격인상을 자제했지만 환율상승 등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제품값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6일 서울 동작구 남성시장 식품매장을 방문해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5.06.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

정부 안팎에선 당분간 식품기업과 외식업체 등이 가격인상에 나서긴 힘들 것으로 본다. 새 정부 출범 후 이 대통령을 비롯해 여당과 각 부처에서 민생회복 등 물가안정을 적극 챙기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인상 이슈는 업체들에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4일)부터 '비상경제점검TF(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이튿날(5일)엔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열어 경제 현안을 보고 받는 등 연일 민생경제를 챙기고 있다. 특히 현충일(6일)엔 직접 전통시장을 방문해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를 직접 확인했다.

이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는 지난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을 예고 없이 방문했다.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70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직후 곧장 시장으로 향했다. 40여분 간 시장에 머무른 이 대통령 부부는 살구, 열무김치, 돼지고기, 찹쌀도넛과 같은 먹거리와 찬거리를 온누리상품권과 현금 등으로 구매하며 "경기가 어렵다", "살려달라"는 등 상인들의 호소를 들었다.

이날 시장 방문은 이 대통령의 즉흥적인 결정으로 이뤄졌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예정돼 있지 않았던 일정이었으나 민생과 경기를 직접 체험하고 서민경제 현황을 체험하기 위한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행사였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 대통령이 직접 시장에서 물가를 확인한 이번 현장방문을 이 대통령이 관련부처 등에 "물가를 관리하라"고 보낸 일종의 시그널로 해석한다.

특히 대선 전날인 지난 2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재명 후보가 당선 즉시 대통령 직속 비상경제대응TF를 가동할 것"이라며 "즉시 실행할 수 있는 민생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 내수 침체와 고물가 상황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실제 지난 4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등 참모진을 비롯해 기획재정부와 경제부처 차관 등이 참석한 비상경제점검 TF회의를 열고, 이들로부터 최근 경기 및 민생 현안의 문제점과 대응책을 논의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가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의 수입 원재료 할당관세, 수입부가가치세 면제 등 세제와 금융지원을 적극 활용하고 있고 이를 통해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가공식품은 국민 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우리 식품업계는 소비자 부담 최소화를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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