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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퍼즐' 감독, 과감히 한 회 삭제한 이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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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퍼즐' 감독, 과감히 한 회 삭제한 이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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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 '나인 퍼즐'로 복귀
"배우들, 모두 순하고 성실했다"
차기작 깜짝 스포 "군인이 주인공"


윤종빈 감독이 '나인 퍼즐'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윤종빈 감독이 '나인 퍼즐'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나인 퍼즐'은 11부작으로 완성됐다. 그러나 윤종빈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원래는 12부작이었다. 메인 사건과 연관성이 떨어지고, 작품 속 터닝포인트가 이미 충분히 갖춰졌다는 이유로 한 회차는 세상 빛을 보지 못하게 됐다. 전체적인 완성도를 위한 '나인 퍼즐' 측의 과감한 결정이다.

최근 윤종빈 감독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나인 퍼즐'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인 퍼즐'은 10년 전 미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현직 프로파일러인 이나(김다미)와 그를 끝까지 용의자로 의심하는 강력팀 형사 한샘(손석구)이 의문의 퍼즐 조각과 함께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추리 스릴러다.

윤 감독이 '나인 퍼즐'에 더욱 깊은 끌림을 느꼈던 이유는 해보지 않은 유형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앞서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공작', 드라마 '수리남' 등으로 사랑받은 그는 "남자들이 많이 나오는, 리얼리즘의 기반의 작품을 많이 했다. 그런데 '나인 퍼즐'은 제안 받았을 때 내가 했던 것과 거리가 있었다. 여성 중심의 서사고, 메인 인물도 여성이었다. 대본 자체도 좋았다. 끝까지 글을 읽게 하는 힘이 있더라"고 말했다.

연출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후에는 스스로에게 '이게 과연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 인물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졌다. 실제로는 일어나기 힘들고,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가 생각한 답변이었다. "작품 속 일들이 가능하려면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바로 만화적 세계관이었다"는 게 윤 감독의 설명이다. 넥타이, 안경 등의 소품은 이나를 한층 만화적으로 만들기 위한 요소였다. 윤 감독은 "우리끼리도 이나가 '명탐정 코난' 같다고 했다"고 밝혔다.

대본을 직접 쓰지 않은 만큼 처음 볼 때는 관객의 입장에서 보게 됐는데, 자신은 추리물의 고수가 아닌 '중하수'였단다. 윤 감독은 "작가님이 써둔 설계대로 잘 속았다. '얘가 범인 같은데? 아니네? 얜가? 아니네?'와 같은 사고 과정을 거쳤다"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윤 감독까지 빠져들게 만든 '나인 퍼즐'은 12부작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뻔했다. 그는 "원래 12개였는데 하나는 없어도 될 것 같아서 빼자고 했다. 메인 사건과 연관 있는 게 아니었다. 5부에서 이나가 발상의 전환을 하는데 이것만으로도 작품의 터닝포인트가 충분할 듯하다고 생각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윤종빈 감독이 '나인 퍼즐'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윤종빈 감독이 '나인 퍼즐'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나인 퍼즐' 속 더원시티 개발에 대한 사건이 용산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는 시청자 의견도 존재했다. 그러나 윤 감독은 "대본 보고 나도 작가님께 용산 참사를 생각하고 쓴 것인지 물었는데 아니라고 했다"고 전했다. 용산 참사는 아니지만 해당 부분에 현실 속 이야기가 녹아들긴 했다. 작품을 준비하며 악명 높았던 용역 업체, 그리고 해당 업체에 의한 피해 사례를 찾아봤단다. 그러면서 "실제 사례에서 많이 차용했다"고 알렸다.


이나의 정신과 상담의 승주(박규영)은 퍼즐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승주의 범행 장면은 직접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윤 감독은 "살인 방식을 보여 주면 성별이 드러나지 않나. 승주가 본인의 여성성과 미모도 이용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진범의 성별이 드러나지 않은 덕에 '나인 퍼즐'에 흐르는 긴장감은 한층 깊어졌다.

손석구 김다미와 호흡을 맞춘 윤 감독은 "이번 작업에서의 배우들이 다들 너무 순하고 성실했다. 현장이 화기애애했고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 힘든 촬영 스케줄에도 불평, 불만 없이 다들 잘 촬영했다"고 밝혔다. 작품은 황정민 이성민 지진희 등 화려한 특별출연 라인업으로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황정민은 과거 윤 감독에게 "내가 도와줄 거 없어?"라고 물었고, 지진희에게는 손석구가 도움을 요청했다. 윤 감독은 나이가 어느 정도 있으면서, 존재감이 있고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를 찾다가 이성민에게도 출연을 부탁하게 됐다.

'나인 퍼즐'을 무사히 마친 윤 감독은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그는 자신의 차기작과 관련해 "2015, 2016년쯤 쓴 대본이다. 영화로 찍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구체화가 돼서 내년 봄쯤 촬영에 들어갈 것 같다. 원래 해 왔던, 남자들만 나오는 영화다.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에 두 번째로 군인들이 주인공인 작품이다"라고 귀띔했다. 대중에게 짜릿함을 선물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