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경찰서장-37]최인규 관악경찰서장, '지역맞춤치안' 구축
관악경찰서 최인규 총경.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진 2020년, 세계 각국에서 동양인을 겨냥한 혐오 범죄가 잇따랐다. 영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런던 히드로공항과 피커딜리 서커스 광장, 에든버러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현지인에게 이유 없는 폭행과 인종차별적 모욕을 당했다.
2020~2024년 주영국대사관에서 경찰주재관으로 근무한 최인규 관악경찰서장(사진·52)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최 서장은 우선 피해자 지원에 주력했다. 피해자들과 대면 또는 전화 상담하고, 수사기관 신고 방법과 24시간 긴급 연락망을 안내했다. 필요한 경우엔 에든버러 등 피해지역에 직접 방문해 상담했다. 런던경찰청장과 직접 만나 인종혐오범죄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피해자를 보호해달라고 요청했다.
2021년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을 향한 극성 축구팬들의 온라인상 인종차별 공격이 벌어졌을 때에도 바삐 움직였다. 영국 외교부에 외교 서한을 보내고, 런던경찰청 관계자들과 해당 사건 관련 회의를 열어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영국 경찰은 수사를 벌여 피의자 10여명을 검거했고, 손흥민에 대한 사과문을 받아냈다. 최 서장은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 구단과 손흥민을 사랑하는 축구팬들이 당시 적극적으로 행동을 취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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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장으로 돌아온 관악 '토박이'… 지역맞춤·주민참여 치안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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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규 관악경찰서장(왼쪽 3번째)이 주민들과 함께 순찰 활동을 펼치는 모습. /사진제공=관악경찰서. |
런던에서의 생활을 마친 최 서장은 지난해 8월 관악경찰서장으로 취임했다. 최 서장은 관악구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관악 토박이다. 관악구는 동네마다 인구 특성이 다르다. 최 서장이 '지역 맞춤형 치안활동'에 주력하는 이유다. 최 서장은 지난해 12월 관악구 21개 행정동을 4개 그룹으로 나눴다. 청소년이 많은 성현동에선 학교 주변 유해업소를 단속하고, 청년층이 많은 신림동에서는 전세사기 및 성범죄 예방에 힘썼다. 노년층이 많은 삼성동에선 고령층 대상 범죄 예방 교육을 진행했고, 외국인이 많은 신사동에선 외국인 대상 순찰을 강화했다.
최 서장은 "관악구 내 거의 모든 동네에서 살아보고 학교를 다니며 지역별 분위기를 체득했다"며 "각 지역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범죄예방 활동을 펼치고자 한다"고 말했다.
런던 근무 당시 인상 깊게 본 '공동체 치안'도 관악구에 접목했다. 영국에선 경찰서 범죄예방 활동에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치안 관련 의견을 제시한다. 최 서장은 주민 참여형 치안활동의 필요성에 공감해 관악구에서 '지역안전대진단(대진단)'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대진단은 주민과 경찰, 소방 등 8700여명이 참여해 범죄 및 안전사고 취약 요소 168건을 발굴했다.
주민들이 파손된 가로등, 싱크홀 등을 지자체에 통보해 즉각적인 조치가 취해졌다. 최 서장은 "지역 전체가 협력해야 지역 범죄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며 "민·관·경 협력을 강화해 범죄 예방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범죄 예방 효과는 확실했다. 최 서장이 부임한 지난해 관악서에 접수된 112 신고 건수는 전년도 대비 약 2만건(13.5%) 줄었다. 5대 범죄는 1년 전보다 279건(5.9%) 감소했다. 관악서는 지난해 11월 경찰청 주관 범죄예방경진대회에서 '최우수관서'로 선정됐다.
관악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순찰용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사진제공=관악경찰서. |
신기술을 활용한 치안 활동에도 나섰다. 관악서는 2023년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관악산 둘레길 살인 사건 이후 범죄 예방을 위해 CCTV를 크게 늘렸다. 지난해 12월 기준 관악구 내 CCTV는 6614대로 2023년 6월(5666대) 대비 900대 넘게 늘었다. 관악서는 경찰서 중 전국 최초로 드론순찰대를 꾸렸다. 112 상황실에서 직접 드론을 조정해 촬영 장면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다.
최 서장은 "주민들의 체감 안전도를 높이기 위해 과학 치안, 공동체 치안 노력을 이어가겠다"며 "주민들의 '아주 보통의 하루',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최인규 관악경찰서장. /사진제공=관악경찰서. |
이현수 기자 lhs1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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