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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보다 먼저 신고했는데"…아동학대 막으려 한 어린이집 '최하위' 왜?

머니투데이 정진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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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보다 먼저 신고했는데"…아동학대 막으려 한 어린이집 '최하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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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청사./사진=뉴시스

서울행정법원 청사./사진=뉴시스



아동학대 의심 상황에 협조한 한 어린이집이 최하위 평가를 받자 원장이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제보를 함께 신고하고 수사에도 협조했지만, 공익신고자로도 인정받지 못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어린이집 원장 A씨가 교육부를 상대로 낸 '어린이집 평가 등급 최하위 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22년 11월 어린이집 원아의 한 학부모로부터 '보육교사 B씨의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제보받았다. A씨는 2일 뒤 학부모와 함께 CCTV를 열어보곤 아동학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에 아동복지법위반 등 혐의로 B씨를 신고했다.

B씨의 아동학대 행위는 확인됐다. 2023년 8월 검찰의 수사 결과 B씨는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아동학대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수사 내용에 따르면 B씨는 아이들이 낮잠을 자지 않고 장난을 친다는 이유로 화가 나 아이의 머리를 손으로 4회 때리고 다리를 잡아끄는 등 폭행했다.

해당 어린이집은 옛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평가 등급이 최하위 등급(D)으로 조정됐다. 이에 A씨는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의심 제보를 받고 학부모보다 먼저 경찰에 신고한 후 CCTV 등 결정적 증거를 제출하고 성실히 조사에 협조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평소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상시적 예방 노력을 다함으로써 감경 및 면제 요건을 모두 충족함에도 피고(교육부)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처분을 내려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공익신고자 보호법상의 '공익 침해행위'인 아동학대 행위를 수사기관에 신고한 사람"이라며 "공익신고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고의 공익 신고를 이유로 행정적 불이익을 주는 것이므로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반한다"고도 밝혔다. 교육부가 발간한 24학년도 보육사업안내에 의하면 '어린이집 설치 운영자로부터 어린이집의 아동학대에 대한 자발적 신고 및 결정적 증거 최초 제공, 성실한 조사 협조,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상시적 예방 노력 등의 요건이 인정되면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재판부는 "진상을 파악한 후 직접 경찰에 신고하고 CCTV를 제출하는 등 성실하게 조사에 협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옛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아동학대 등의 사유가 인정되는 이상 피고(교육부)는 반드시 어린이집의 평가 등급을 최하위 등급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먼저 재량권 일탈 남용 주장에 대해선 "이 사건 처분은 재량행위가 아니라 기속행위"라며 "재량행위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즉 교육부가 재량으로 처분한 게 아니라 법에 따라 처분을 내려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량권을 남용한 게 아니란 의미다.


재판부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에 대해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공익 신고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이유로 불이익 조치가 이루어지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며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행위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기초해 옛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이뤄진 것이고, 원고가 이 사건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행위를 신고했다는 사실 자체를 이유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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