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 90년대부터 '동해·일본해' 병기 요청
미, 하나의 지명만 쓴다는 입장…'일본해' 고수
외교부 "기념관 측, 미 정부 정책 따른단 입장"
미, 하나의 지명만 쓴다는 입장…'일본해' 고수
외교부 "기념관 측, 미 정부 정책 따른단 입장"
[앵커]
미국 하와이에는 진주만 기념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공습에 희생된 미국인들을 추모하는 이곳조차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기한 지도가 걸려 있습니다. 국제사회를 상대로 동해 표기의 필요성을 더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단 지적입니다.
전영희 기자입니다.
[기자]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진주만 국립 기념관입니다.
1941년 12월 진주만 습격에 희생된 미국인 2400여명을 추모하는 기념관인데, 한 해 방문객만 200만 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기념관에 걸린 지도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점이 눈에 띕니다.
일제 침략을 고발하는 기념관에 일본의 시선이 담긴 지명이 쓰인 겁니다.
국제수로기구, IHO는 일제강점기이던 1929년 일본해로 적은 바다지도(S-23)를 만든 뒤 이 표기를 유지했습니다.
일본이 동해를 일본해라고 주장해 온 근거입니다.
우리 정부는 1990년대부터 국제사회에 반대의견을 냈고, 일본해만 표기된 것을 파악할 경우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써달라고 요청해 왔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하나의 지명만 쓴다는 입장에 따라 일본해만 표기하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수년 전 진주만 기념관에 우리 요청을 전달했지만, 기념관 측은 미국 정부의 정책을 따른단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진 박/리노 네바다대 역사학과 교수 : 침략에 대한 저항을 기념하는 곳에서, 일본 제국주의 팽창 과정에서 용인돼 버린 '일본해'란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이 동해 표기를 요구하는 것은 잔존하는 제국주의 상징에 반대하고, 멈추지 않는 역사의 흐름에서 한국의 자리를 되찾으려는 운동의 일부입니다.]
지난 2020년 IHO 총회에선 앞으로 바다지도를 만들 때 동해와 일본해 같은 지명 대신, 고유 번호를 붙이는 새로운 표준(S-130)을 개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제 일본해라고 쓸 근거는 사라지지만, 강제성이 있는 결정은 아닙니다.
우리 정부가 국제기구나 각국 정부, 지도 만드는 회사 등을 상대로 꾸준히 동해 표기를 설득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외교부는 "내년 IHO 총회에서 새로운 표준이 공식 채택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김황주 / 영상디자인 최석헌 / 영상자막 홍수현]
전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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