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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아들 에릭 트럼프(왼쪽)와 팜민찐 베트남 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
[신짜오 베트남 - 336]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가 운영하는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Trump Organization)이 베트남에 대형 리조트 프로젝트를 공식 착공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가족 기업이 아시아에서 처음 시도하는 대규모 복합 리조트 개발이어서 시장에서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는 부인하지만 베트남이 트럼프와 손을 잡기 위해 미국에 전략적으로 손을 내민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은 베트남 북부 흥옌성(Hung Yen) 지역에 고급 골프장, 호텔, 빌라 단지 등을 포함하는 초대형 리조트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그룹이 브랜드 관리와 운영을 맡고, 베트남 부동산 기업인 킹박도시개발(Kinh Bac City Development)이 시공과 자금관리를 책임지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에릭 트럼프는 현장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그는 “이 프로젝트는 베트남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주목받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단지는 약 9.9㎢ 부지에 18홀 골프장 3개와 5성급 호텔, 고급 주거시설을 짓는 내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는 ‘미국 대통령 선거 전에 이미 확정된 사업이어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베트남은 파격적인 인허가 절차 단축으로 사업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총사업비만 약 15억3300만 달러가 드는 대형 프로젝트이지만 승인 절차는 불과 6개월만에 끝났습니다. 베트남 현지에서도 이 정도 사업이면 승인 절차에만 수년은 걸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물론 흥옌성 정부와 트럼프 그룹이 선거 이전인 지난 2024년 9월 25일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구속력이 없는 MOU는 당시로서는 베트남 입장에서 보험이었을지 모릅니다. 대통령 선거 결과가 확정된 이후 프로젝트 가동에 본격 돌입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민간 개발을 넘어, 미국과 베트남 간 외교·경제 협력이 최고 수준으로 격상된 현실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지난 2023년 9월, 조 바이든 미국 전 대통령과 베트남 응우옌푸쫑 전 공산당 서기장은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공식 격상시킨 바 있습니다. 베트남이 외교적으로 맺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협정이었습니다.
트럼프 정부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을 상대로 관세 칼날을 휘두르자 또럼 현 공산당 서기장은 재빨리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협상 모드로 돌입했습니다.
정권을 누가 잡든 미국의 자본을 끌어들여 경제성장 마중물로 삼겠다는 베트남 정부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베트남이 이처럼 미국과 관계를 심화시키는 데에는 역사적 배경과 지정학적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중국과의 반복된 군사적 충돌과 국경 갈등을 겪어왔고, 특히 1979년 중국과의 국경지대서 벌어진 국지전 이후 중국 견제는 베트남 외교 전략의 핵심이 되어 왔습니다.
경제적으로도 베트남은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흐름을 보이는 중입니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 자본의 적극적 유치는 첨단 제조·소비 시장 다변화·관광 산업 고도화에 필수입니다. 그 와중에 현직 대통령 아들이 운영하는 부동산 개발사업이 베트남에서 펼쳐졌으니 베트남은 이걸 전략적으로 밀어주며 친미외교에 나서는 것입니다.
물론 이 사업은 현직 미국 대통령의 일가가 운영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이해상충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글로벌 전역을 상대로 관세를 무기화한 무역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오해를 사기 쉽습니다.
이번 사업을 베트남 정부가 밀어주는 대신 관세율을 깎고 미국 수출을 늘리는 식으로 ‘물밑거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시장 관측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베트남은 이런 우려에도 확실한 ‘실리주의’를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이 사업이 실질적인 진척을 볼 수 있도록 전략적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이 베트남 경제수도 호치민에서 추진 중인 ‘트럼프 타워’ 향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최소 60층 규모로 알려진 이 사업 규모 역시 약 10억달러에 달합니다. 로이터통신은 이 프로젝트 역시 내년 착공에 돌입하는 게 목표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를 위해 에릭 트럼프는 최근 호치민을 방문해 시 당국자들과 인허가 절차를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미국 백악관 측에서 대통령과의 사업 연계가능성을 부정해도 시장은 절대로 그렇게 보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정치가 경제 훨씬 위에 있는 베트남 입장에서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은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과 동일시될 것입니다.
베트남 정부는 트럼프 정부를 화끈하게 밀어주고 실리를 얻을 카드가 무엇인지를 검토하고 있을 게 분명합니다. 향후 트럼프 정부가 베트남을 어떻게 대할지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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