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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대미 '큰 판' 협상 필요하다  [4강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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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대미 '큰 판' 협상 필요하다  [4강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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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편집자주

요동치는 국제 상황에서 민감도가 높아진 한반도 주변 4개국의 외교, 안보 전략과 우리의 현명한 대응을 점검합니다.


새 정부, 대미 통상합의 서둘러야
한국만의 협상력 적극 활용하며
'큰 폭의 합의' 추진이 유리할 듯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관세부과 관련 법적 패배에도 불구, 이재명 정부는 대미 통상 합의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미국 국제무역법원과 연방 지방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보복관세 부과가 권한을 넘어섰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도 불구,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인상할 수 있는 다른 권한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 판결은 관세 부과를 지연시키는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 판결은 자동차 및 철강에 대한 232조 '국가안보 관세'나 반도체에 대한 조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미국은 2023년 한국 자동차 및 부품 수출의 44%를 차지했다. GM코리아 차량의 약 90%가 북미로 수출되며, 현대차도 미국 판매물량의 절반을 수출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 철강의 다섯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지만, 수출량 제한(쿼터)으로 수출이 억제된 상태다. 미국과 유리한 조건의 합의에 도달한다면 철강 수출은 확대될 수 있다.

반도체 상황은 더 복잡하다. 전반적인 소비자 전자제품 시장은 중국이 크지만, 미국 소비자는 1인당 더 많은 전자제품을 소비한다. 중국은 자국산 반도체로의 대체를 추진 중이므로, 미국은 점점 더 한국산 반도체의 최종 목적지로 중요해질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와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고민할 사항은 단기적으로 관세 문제에만 초점을 맞출 것인지, 트럼프 행정부가 더 광범위한 품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포괄적이고 큰 규모의’ 합의를 모색할 것인지다.

미국은 한국의 과도정부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 반응을 보였는데, 중국 일본 유럽연합(EU)에 대한 반응과는 대비된다. 따라서 미국과 논의된 사안을 철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동차와 철강에 대한 관세 면제만을 얻는 '작은 합의'보다는, 더 큰 합의가 바람직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은 대미 협상에서 다른 나라가 갖지 못한 강점을 지녔다. 이를 활용하면 관세 철폐를 넘어서 한국에도 실질적 이익이 되는 협상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동에서 인공지능(AI) 대형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이 분야는 한국이 대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은 국내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AI 칩 구매 계약을 통해 파트너십을 높여야 한다. 데이터센터 접근성은 미래 AI 경쟁력과 데이터 주권 확보에 핵심이므로, AI 인프라 구축을 무역 협정의 일부로 삼는 것이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국 내 원전 건설 규제 완화를 위한 행정명령도 발표했다. 한국은 원전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과의 지식재산권 분쟁도 해소된 상태다. 이재명 정부는 한국 기업이 미국 내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AI와 원자력은 한국이 미국과 협력을 확대하고, 타국보다 유리한 통상 조건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대표적 분야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이 통상 패키지를 ‘크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재명 정부는 협상에 냉철한 시각으로 임해야 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아니며, 어떤 합의도 잠정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큰 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추가 협상을 위한 카드도 남겨둘 필요가 있다. 하지만 ‘크게 가는 것’이 결국 한국에 최선의 전략이다.


트로이 스탠가론 미국 윌슨센터 한국역사·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