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숙영의 시선 ]
21대 대통령이 가장 먼저 만난 사람들
지난 4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제21대 대통령의 취임 선서가 있었다. 각종 언론 매체가 여러 뉴스를 전했지만,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취임 선서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먼저 만난 사람들이 국회 여성 청소 노동자들이라는 소식이었다.
대통령은 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후, 무릎을 꿇고 단체 사진을 찍으며 손으로는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국회에서 일하는 여성 청소 노동자들이 환하게 웃으며 찍은 그 사진을 보고 있자니, 2017년 1월 1일 자로 국회에 직접고용되면서 그들이 마침내 정규직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던 8년 전으로 기억이 거슬러 간다.
당시 국회에는 207명의 청소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77.3%인 160명이 여성이었고, 남성은 22.7%인 47명이었다. 이들은 국회라는 공간이 제 기능을 하도록 깨끗하게 청소하는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그들의 노동이 없이는 '민의의 전당'으로서의 국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없음에도, 용역 업체에 의해 간접고용돼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21대 대통령이 가장 먼저 만난 사람들
편집자주
젠더살롱이 개편됐습니다. 한국일보 기자들이 직접 여러 사회 문제와 주변의 이야기를 젠더적 관점에서 풀어냅니다. '젠더, 공간, 권력' 등을 쓴 안숙영 계명대 여성학과 교수의 글도 기고로 계속 함께 합니다.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를 마친 뒤 청소 노동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
지난 4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제21대 대통령의 취임 선서가 있었다. 각종 언론 매체가 여러 뉴스를 전했지만,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취임 선서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먼저 만난 사람들이 국회 여성 청소 노동자들이라는 소식이었다.
직접고용을 향한 3년간의 싸움이 있었다
대통령은 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후, 무릎을 꿇고 단체 사진을 찍으며 손으로는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국회에서 일하는 여성 청소 노동자들이 환하게 웃으며 찍은 그 사진을 보고 있자니, 2017년 1월 1일 자로 국회에 직접고용되면서 그들이 마침내 정규직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던 8년 전으로 기억이 거슬러 간다.
당시 국회에는 207명의 청소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77.3%인 160명이 여성이었고, 남성은 22.7%인 47명이었다. 이들은 국회라는 공간이 제 기능을 하도록 깨끗하게 청소하는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그들의 노동이 없이는 '민의의 전당'으로서의 국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없음에도, 용역 업체에 의해 간접고용돼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국회 청소 노동자들이 고용 형태를 직접고용으로 변경해줄 것을 요구하며 처음 싸움을 시작한 것이 2013년이었다. 2016년 12월에 국회 환경 미화원 직접고용 예산이 통과됐으니, 그렇게 싸움을 시작한 지 3년 만인 셈이었다.
'보이지 않는' 그들의 노동이 공간을 생산한다
직접고용 예산이 통과되자 당시 김영숙 국회 청소노동조합 위원장이 한 언론사에 밝힌 소감은 다시 읽어봐도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요. 가슴이 벅차요. 이제 우리도 진짜 국회 주인이 됐잖아요. 아···, 이 자긍심과 애사심은 어떻게 돈으로는 환산이 안 돼요." 그는 이렇게 말하며 직접고용이 갖는 의미를 훌륭하게 전달했다.
'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직 해법의 시사점을 제공한 사례'로 기록된 이 국회 여성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은 우리가 노동자의 인권에 관심을 가질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싸움의 하나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과 공간의 관계를 새롭게 쓰며, 공간의 생산을 위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들의 노동은 어디에나 있다. 우리 인간은 공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국회든 대통령실이든. 헌법재판소와 같은 공적 공간이든, 집과 같은 사적 공간이든. 누군가가 그 공간을 날마다 청소하며 돌보지 않는 한 그 공간은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흔히 '투명 인간'이나 '유령'으로 불리며, 마치 '없는 존재'인 것처럼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들의 노동도 대부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사 노동, 청소 노동 등 보이지 않는 취급을 당하는 노동은 대부분 주로 여성들에 의해 행해진다는 특성이 있다.
새로운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첫날 그들과 인사를 나누며 이들이 '국회라는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들의 청소 노동이 없이는 '국회라는 공간'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든 국민에게 상징적으로 알리고자 했다.
그럼으로써 지난해 12월 3일 밤 느닷없는 비상계엄으로 국회라는 공간이 난장판이 되었을 때, 그 공간을 청소 노동을 통해 다시 깨끗하게 만든 그들의 노고를 모든 국민에게 '가시화'하고자 했다. 이제 우리는 그들이 그곳 국회에 있다는 사실, 그들이 노동을 통해 공간을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안숙영 계명대 여성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