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70회 현충일 추념식에 입장하며 한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현충일 추념식에 고 박진우 중령, 고 이태훈 소령, 고 윤동규 상사, 고 강신원 상사의 유족과 지난해 12월 서귀포 감귤창고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 임성철 소방장의 유족을 초청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이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우리 국민과 국가가 위험에 처했을 때 기꺼이 자신을 바치고 희생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며 “빼앗긴 국권을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들이 있었고, 조국을 구하기 위해 전장으로 나선 군장병들과 젊은이들이 있었다. 독재의 억압에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수많은 분들이 있었다”고 기렸다. 독립운동가와 호국 유공자, 민주화 유공자들의 헌신과 희생을 고루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3년 보훈과 추념의 대상에서조차 독립운동과 민주화 투쟁의 역사를 철저히 지우려 한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대한민국은 일제와의 투쟁 끝에 독립을 쟁취했고, 한국전쟁과 남북 대치를 거치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뤘다. 국민과 국가를 지키려 헌신한 이들을 기리는 보훈은 당연히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민주열사 모두를 균형감 있게 포괄해야 한다. 우리 보훈의 3요소로 독립·호국·민주를 꼽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에선 이런 원칙이 철저히 무너졌다.
윤 전 대통령은 철 지난 극우 매카시즘과 극단적인 친일 뉴라이트 이념에 사로잡혀 재임 기간 내내 국민을 대상으로 이념 전쟁을 벌였다. 독립운동에 뿌리를 둔 대한민국 정통성의 근간을 흔들었고,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과반 국민에게 “공산전체주의” “반국가 세력” 딱지를 붙이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보훈의 원칙과 가치는 크게 훼손됐다.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는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독립영웅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려 집요하게 시도했다. 홍 장군의 소련 공산당 입당과 학술적 평가도 내려지지 않은 ‘자유시 참변’ 관여 의혹을 문제 삼아 우리 군의 역사에서 독립운동의 뿌리를 걷어내려 했다. 반공을 국시로 내걸었던 박정희 정부에서 홍 장군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는 사실조차 무시했다.
보훈처에서 격상된 보훈부가 제일 먼저 손댄 것도 대전현충원 누리집의 백선엽 예비역 대장 안장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 문구를 삭제하는 일이었다. 백선엽은 1943~45년 항일 무장세력을 ‘토벌’하기 위해 설립된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했다. 그 자신도 회고록에서 “주의주장이 다르다 해도 한국인이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었던 한국인을 토벌한 것이었다”고 친일 행위를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기록을 바꿨다. 윤 전 대통령의 편협한 이념 편가르기에 발맞춰, 우리 사회가 어렵사리 합의한 원칙과 가치를 허물려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추념사는 지난 3년의 퇴행을 멈추고 망가진 국가 보훈 행정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추념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윤 정권의 ‘이념 갈라치기’가 남긴 폐해를 낱낱이 걷어내고,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통합과 실용의 국정 기조에 기반한 보훈 행정을 펴가기 바란다. 이 대통령은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며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이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품격을 더하도록 예우는 더 높게, 지원은 더 두텁게 하겠다”고도 했다. 이 약속 또한 꼭 지켜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과 유가족이 국가의 존재 의미를 실생활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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