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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철강 관세’ 피해서…EU로 ‘우회 수출’ 폭증·가격도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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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철강 관세’ 피해서…EU로 ‘우회 수출’ 폭증·가격도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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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틀랜타 조지아주 의회 신축 청사 건설 현장에서 철근이 사용되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미국 애틀랜타 조지아주 의회 신축 청사 건설 현장에서 철근이 사용되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미국이 알루미늄과 철강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이를 피한 우회 수출로 유럽에 유입되는 제품이 폭증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집행위)의 모니터링 결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대적인 관세 인상을 예고하며 지난 1월 취임한 이래 유럽연합으로 수입된 철강 제품 규모가 폭증하고, 철강 가격은 떨어졌다고 5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보도했다. 스테인리스 강봉과 강선 수입량은 지난해 대비 1000% 증가했고, 가격은 88% 하락했으며, 그 외 일반 강봉·강선 제품은 수입이 222% 늘어나는 동안 가격은 55% 떨어졌다는 것이다. 미국에 수출됐던 철강 제품이 유럽으로 몰리며 수입이 폭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일에 소재한 유럽 최대 철강회사 티센크루프 감독위원회의 일제 헨네 의장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즉각 행동이 필요한 때”라며 집행위원회에 조처를 촉구했다. 미국은 지난 4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알루미늄과 철강 제품에 관세 50%를 부과하고 있다. 3개월 전인 지난 3월 25% 관세를 부과한 뒤 이를 두 배 더 인상한 것이다.



유럽의 수입량 증가는 철강 제품뿐 아니라 알루미늄 포일과 합판, 주류에서도 나타났다. 중국산 기계류와 섬유, 화학제품, 목재 및 제지 부문의 수입 증가도 두드러졌다고 한다.



다만 분석가들은 제시된 수치는 자동화된 관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시장 동향을 완전히 보여주진 못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해당 데이터는 가격대가 다른 여러 제품을 하나의 품목으로 묶어 집계하기 때문에, 수입 가격이 하락했어도 이는 실제 특정 제품의 가격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저가 제품의 수입 비중이 늘면서 평균 가격이 낮아졌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표상 전자 기타의 수입은 500% 늘어난 반면 가격은 80% 내려갔고, 산업용 로봇 수입량도 315% 늘어나며 가격은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유럽 철강업계는 현 상황을 큰 위기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은 철강 제품의 급격한 수입 증가를 막기 위해 2016년부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할당량을 초과한 제품엔 25%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지만, 이 조처는 2026년 만료 예정이기 때문에 대체 수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럽철강협회(EUROFER)는 미국의 50% 관세가 발효된 지난 4일 성명을 내어 “미국 시장으로 갔던 2700만톤 규모의 철강이 유럽 시장으로 우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속한 조처가 없다면 우리는 단지 가라앉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침몰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절박함을 드러냈다.



이에 유럽연합 집행위의 마로시 셰프초비치 무역·경제안보담당 집행위원은 5일 현행 세이프가드를 대체할 새 방안을 올 여름 안으로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집행위는 또 급작스러운 수입 증가 실태를 감독하기 위해 새로운 감시 도구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관세 데이터에 기반한 사실 정보를 통해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집행위가 빠르고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셰프초비치 위원은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인 시장이며, 이는 우리 (회원국) 국민과 기업에게 커다란 번영의 원천이 됐다”며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무역 조처로 (우리의) 핵심 강점이 훼손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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