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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왜 트럼프를 겨냥했나 : 테슬라 주가 14.3% 폭락의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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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왜 트럼프를 겨냥했나 : 테슬라 주가 14.3% 폭락의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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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농축우라늄 두고 "아무것도 옮기지 않아"
[강서구 기자]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의 갈등에 테슬라 주가가 5일(현지시간) 14.26% 폭락했다.[사진|뉴시스]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의 갈등에 테슬라 주가가 5일(현지시간) 14.26% 폭락했다.[사진|뉴시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데 커다란 공을 세웠다. 자금 측면에서 보면 아마도 1등 공신일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머스크는 2024년 제47회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에 최소 2억5900만 달러(약 3515억9000만원)를 트럼프 캠프에 보냈다. 지난 4월 1일 치러진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도 전체 선거자금의 20%인 2000만 달러를 지원해 보수 성향 판사를 당선시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머스크를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임명하면서 큰 신뢰를 보냈다. 2월 26일(현지시간) 열린 트럼프 2기 첫 국무회의에서 트럼프에 이어 발언한 첫번째 국무위원도 머스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30일 130일간 활동하고 임기를 마친 머스크를 위해 고별식도 열어줬다.

■ 밖으로 표출된 갈등 = 하지만 둘의 관계는 표면적으로 나타난 것처럼 좋지만은 않았다. 트럼프 2기 출범 직후부터 조금씩 삐걱댔다. 머스크는 국세청장 인사를 놓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갈등을 빚었다.


DOGE가 주도한 공무원 해고를 놓고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숀 더피 교통부 장관과 정면충돌했다. 트럼프 2기의 핵심 정책인 관세를 놓고도 부딪혔다. 머스크는 4월 8일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멍청이"라는 댓글을 남기면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을 깎아내렸다. 나바로는 트럼프 관세 정책의 설계자다.

안에서 끓어오르던 둘의 관계는 결국 밖으로 터져 나왔다. 뇌관의 스위치를 누른 건 5월 22일 미 하원을 통과한 감세 법안이었다. 이 법안은 올해 말 종료 예정인 개인 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주요 내용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The One Big Beautiful Bill·BBB)'이라고 명명했다.



머스크는 백악관 고별식 이후 나흘 만인 지난 3일 엑스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리면서 감세 법안을 향해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더는 참을 수 없다. 이 엄청나고 터무니없으며 낭비로 가득 찬 의회의 지출 법안은 역겹고 혐오스러운 것이다."


머스크는 연방 하원에서 이 법안이 통과하는 데 앞장 선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이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는 기자회견 영상에 답글도 달았다. "이 법안을 실제로 읽는 사람은 누구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야 할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여러분을 대표하는 상원 의원과 하원 의원에게 전화해라. 미국을 파산시키는 것은 괜찮지 않다고! 법안을 죽여라(KILL the BILL)"란 선동성 글도 올렸다. 그는 이어 법안을 없애자는 내용의 영어 문장인 '킬 더 빌'과 발음이 비슷한 영화 '킬 빌(Kill Bill)' 포스터를 게시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머스크를 직접 겨냥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서 랜드 폴 상원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머스크의 의견에 동조한 의원 중 한명이다.


"랜드 폴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 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모든 것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이 좋은 정치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BBB는 큰 승자다!"

■ 머스크의 전략 = 미 정치권의 견해도 엇갈린다. 머스크의 변심을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첫번째 근거는 머스크가 트럼프발 관세정책에 반기를 들었다는 거다. 그가 이끄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 전체 매출의 30%가 중국에서 나온다. 중국과 유럽에 부과한 관세를 고려하면, 테슬라 전체 생산량의 50%에 막대한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두번째 근거는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이 통과하면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커다란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JP모건은 그에 따른 타격이 12억 달러(약 1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의 무공해 차량의 판매 비중을 의무화하는 규제를 무력화하는 미 상원의 법안으로 20억 달러(약 2조7000억원) 규모의 이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어쨌거나 둘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머스크를 향해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일론(머스크)과 나는 좋은 관계였다. 우리(관계)가 더 이상 좋을지 모르겠다. 나는 놀랐다." 그러자 머스크는 엑스에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선거에서 패배했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법안을 맹비난했다.[사진|머스크 SNS 갈무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법안을 맹비난했다.[사진|머스크 SNS 갈무리]


틀어진 머스크와 트럼프의 관계에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내고 있다. 이를 엿볼 수 있는 건 테슬라 주가다.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을 비판한 3일 테슬라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55%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를 향해 "매우 실망했다"고 말한 5일에는 주가가 더 떨어졌다. 이날 테슬라의 주가는 14.26% 폭락하며 284.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332.05달러였던 주가가 하루만에 284.7달러로 하락한 것이다. 그 결과,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4일 1억690억 달러에서 5일 9170억 달러로 1520억 달러(약 206조원) 감소했다.

두 사람의 갈등이 테슬라의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 하락으로 나타난 셈이다. 아젠트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제드 엘러브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악화는 테슬라는 물론 머스크의 다른 회사들에도 위험 요소"라고 우려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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