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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이라는 유령과 싸우는 변호사들 "인권에 타협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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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이라는 유령과 싸우는 변호사들 "인권에 타협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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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공익인권법재단, '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


2021년 외국인 보호소 고문 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해외인권단체 항의서한 전달 및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2021년 외국인 보호소 고문 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해외인권단체 항의서한 전달 및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2021년 경기 화성시 화성외국인보호소. 난민신청자 나스리 무라드는 손발이 몸 뒤로 결박되는 일명 '새우 꺾기' 고문을 당한다. 이를 보도한 언론 기사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다. '얼마나 진상을 부렸으면 저랬을까?' 그가 발목 수갑, 케이블 타이, 박스 테이프 등 위법한 장비를 동원한 가혹한 고문을 추가로 당하고 찾은 곳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었다. 공감은 2004년 문을 연 국내 최초 비영리 전업 공익변호사 단체다.

신간 '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는 공감의 변호사들이 다룬 인권 최전선의 사건과 그 숨은 이야기를 전한다. 무라드의 요청으로 사건을 접한 변호사들은 어렵게 보호소의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10명 가까운 직원들이 단체로 학대와 고문하는 행위를 포착했다. 저자들은 "세상 어디에도 이런 대우를 받을 만한 사람은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회고한다. 이들은 무라드에게 행해진 고문이 외국인보호소 측의 자의적인 판단과 불법적인 장비 사용을 바탕으로 헌법에 규정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국가폭력임을 논증했다. 결국 외국인보호소 인권침해 사례 최초로 손해 배상 판결을 이끌어냈다.

공감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부터 일명 '도가니법' 개정, 세월호 참사 피해자 법률 지원 등 한국 사회를 뒤흔든 굵직한 사건마다 피해자 곁에서 싸웠다. 이 책에서는 화성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을 포함해 전 국민을 분노하게 한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국민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긴 이태원 참사, 지난해 '최고의 디딤돌 판결'로 선정된 동성 동반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소송 등을 다루며 법을 무기로 차별에 맞서온 활약상을 보여준다.

날카롭고도 뜨거운 변론을 읽다 보면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법과 법률가의 존재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공감은 지난 20여 년간 862건의 공익소송 지원, 151건의 연구조사, 148건의 법 제도 개선 활동을 펼쳤다. 더구나 '차별과 인권침해 피해자로부터 수임료를 받지 않는다'는 변치 않는 원칙 아래 영리 활동 없이 풀뿌리 모금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오늘도 나와 다른 타인의 삶에 대해 상상해보려고 노력한다", "제도의 빈 곳을 찾아 소수자의 자리를 기입하고자 분투한다"는 고백, "단 한 명이라도 제도 밖의 예외적 존재로 남겨두는 일은 '정의'가 아니다" "우리의 범주를 넓혀가며 인권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진정한 국가로 가야한다"는 결기를 마주하다 보면 점점 쇠퇴하고 있는 공감력을 키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지음·창비 발행·252쪽·1만8,000원

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지음·창비 발행·252쪽·1만8,000원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