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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유심 정보를 탈취당한 에스케이(SK)텔레콤이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025년 4월28일, 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대리점 앞에 시민들이 유심을 교체하기 위해 줄 지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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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케이(SK)텔레콤은 과거 공기업이던 한국전기통신공사(지금의 KT)의 자회사인 한국이동통신서비스주식회사에서 시작됐다. 휴대전화 서비스가 정식으로 개시된 것은 88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7월이었다. 1992년 4월에는 무선호출 가입자가 1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1994년 6월에 지금의 SK인 선경그룹이 최대주주가 됐고 그로부터 3년 뒤 지금의 SK텔레콤 회사명을 갖게 됐다. 2002년에는 경쟁사이던 신세기통신을 합병하면서 지금까지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이동전화 가입자 수 8797만 명 중 SK텔레콤 가입자는 3179만 명으로 점유율이 36%를 넘는다. 알뜰폰 가입자를 제외하고 통신 3사만 놓고 보면 SK텔레콤이 45%를 차지한다. 다만 유선통신과 인터넷 그리고 아이피티브이(IPTV)에선 케이티(KT)가 압도적 1위여서 매출 총액은 SK텔레콤보다 조금 많다.
전형적 내수기업
통신업은 독과점 형태에 고객의 월 통신요금이 또박또박 잘 들어와서 예전부터 이른바 ‘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이라는 말이 많았다. 유선통신과 무선통신, 거기에 인터넷과 IPTV까지 이용하려면 통신 3사 중 한 곳을 골라야 한다. 알뜰폰 사업자가 있기는 하지만 3사의 통신망을 임차해 쓰므로 통신 이용자 모두 3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익 전부가 국내에서만 발생하는 전형적인 내수기업이라 통신 3사의 최근 3년간 매출액은 큰 변화가 없다. SK텔레콤의 경우 3년째 매출액 17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엘티이(LTE)에서 5세대(5G) 통신서비스로 넘어가는 2020년 전후로는 매출액이 수천억원 늘어나는 모습도 보였지만 어느 정도 5G 가입자가 확보된 뒤라 그런지 이후의 매출 증가폭은 미미하다.
시설투자비도 5G 상용화 초기에는 3조5천억원이 넘었지만 2024년에는 1조원이 줄어들 정도로 이제는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영업활동을 통해 안정적으로 창출된 현금에서 시설투자를 하고 나면 충분한 돈이 남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8천억원대의 배당금을 풀 수 있다. 시가배당률이 매년 6~7%일 정도라서 주식시장에서는 고배당주로도 유명하다.
통신사업으로만 성장하기 어렵다보니 SK텔레콤은 네이트, 11번가, 원스토어, SK스토아 등 여러 사업을 벌였지만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성장에 대한 이런 고민은 다른 통신사도 마찬가지다. KT는 금융, 부동산, 위성방송, 커머스(상거래), 광고업 등으로 다각화해 전체 매출액의 41%를 담당한다. 엘지(LG)유플러스는 다른 사업 없이 통신과 TV 사업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SK텔레콤은 다른 사업으로 성공을 못해도 통신 본업에서 이익창출을 잘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통신 역사상 최악의 해킹 사고로 일컫는 이번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대응은 너무나도 안이했다. 해킹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방어막을 뚫어낸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회사는 해킹 사실을 인지하고 사흘 후에나 알리면서 대응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유심은 개인정보를 저장해두는 가입자 식별 칩으로, 다른 단말기에 꽂으면 개인정보를 옮길 수 있어 해킹에 따른 피해가 꽤 광범위해질 수 있다. 그래서 고객 처지에서는 새 유심으로 교체해야 한숨 돌릴 수 있다. 그런데 SK텔레콤은 고객의 유심 교체가 아니라 무료 유심보호 부가서비스로 사태를 막으려 했다. 이 부가서비스는 기존에 있던 것인데, 가입하면 해외 로밍 때 통신 기능이 차단돼 기기 변경 때 불편을 겪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SK텔레콤은 알뜰폰 고객을 포함해 희망하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 무료 교체를 진행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유심을 교체하려면 바쁜 직장인 등 모든 고객이 직접 대리점을 방문해야 한다. 재고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 사태가 마무리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년 전에 비슷한 사고를 겪은 LG유플러스가 유심을 무상으로 교체해주고 대리점 방문이 어려운 고객에게 택배로 보내준 것과 크게 비교된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공개된 통신사의 정보보호 투자액을 보면 SK텔레콤이 정보보호에 소홀했다고 의심받을 만한 내용이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정보보호 투자로 한 해 1218억원과 632억원을 썼는데 SK텔레콤은 600억원밖에 지출하지 않았다. 이 금액을 가입자 수로 나누면 KT와 LG유플러스는 6700원과 4천원인데, SK텔레콤은 2400원에 불과하다.
이렇게 늦고 부실한 대처로 화만 키운 꼴이 됐으니 앞으로 SK텔레콤의 손익과 재정은 나빠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회사를 향한 신뢰성이 크게 떨어진 고객 입장에서는 통신사를 갈아타려 할 것이다. 약정 기간이 끝나야 자유롭게 옮길 수 있고 그 전에 옮기면 위약금을 내야 하는데, SK텔레콤 약관에 따르면 회사의 귀책사유로 해지할 경우 위약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문구가 있다고 한다.
정부 부처의 과징금도 피할 수 없다. 과거 LG유플러스의 30만 건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서 70억원가량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번 SK텔레콤 건은 최대 5천억원대까지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5천억원이면 SK텔레콤의 3개월 치 영업이익에 해당할 정도여서 타격감 자체가 크지는 않다.
고객 이탈 규모가 관건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고객이 얼마나 이탈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가족결합과 유선전화, 인터넷, IPTV 등까지 묶어 많이 가입했을 텐데 수많은 가입자가 이 모든 것을 통째로 KT나 LG유플러스로 옮기기 시작하면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어떤 정보가 얼마나 빠져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안하기 그지없는데 유심 하나도 바꾸기 어려워 며칠 고생해야 했으니 정이 떨어질 만도 하다.
이번 사태는 KT나 LG유플러스에도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더더욱 개인정보보호에 힘써야 하고 부득이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즉시 신고하고 고객에게 감동을 줄 만큼 최선의 위로와 보상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꼭 얻기 바란다.
박동흠 공인회계사·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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