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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크루즈 관광 시대 '활짝'…고령 사회 新블루칩

아시아경제 구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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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크루즈 관광 시대 '활짝'…고령 사회 新블루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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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크루즈 외국인 관광객 전년比 23%↑
K콘텐츠 관심 높아지며 기항지로 인기 높아진 덕
성장성 이어가려면 기반시설·관광콘텐츠 확대해야
크루즈선을 타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크루즈 불모지였던 국내 항구를 기항지로 선택하는 노선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다만 크루즈 관광객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지금보다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국내에 모항을 확대하는 등 기반 시설 개선과 기항지의 관광 콘텐츠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 취항한 국내 최초 크루즈페리 '팬스타 미라클'호. 연합뉴스

지난 4월 취항한 국내 최초 크루즈페리 '팬스타 미라클'호. 연합뉴스


6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크루즈 선박을 타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4월 기준 26만626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만7164명)보다 22.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전체 방한 외래 관광객은 557만7360명으로 전년 동기(486만5670명) 대비 14.6%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10%포인트 가까이 상회하는 수치다.

2019년 17만명 수준이던 국내 크루즈 입국 관광객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하며 급격하게 줄어 3년간 입국객 수가 0명으로 사실상 중단됐다. 2022년부터 해외 관광이 재개되며 20만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73만명까지 확대됐다. 현재의 증가세를 고려하면 올해는 90만명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항구별로는 부산항을 통해 입국한 인원인 14만7655명으로 전년 동기(8만7884명) 대비 68.0% 증가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았고, 제주항이 6만255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2672명)보다 18.8% 늘어나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61세 이상이 전년 동기(13만4976명) 대비 13.9% 증가한 15만3679명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21~30세가 1년 전(7만8513명)보다 38.7% 늘어난 10만8868명으로 뒤를 이었다.


크루즈 관광객이 늘어난 것은 최근 기항지로서 한국의 매력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과거 동아시아 지역 크루즈 기항지는 주로 일본과 중국에 몰려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K-콘텐츠를 필두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도시들이 기항지로 포함되는 노선이 증가한 것이다.

아울러 제주 강정항 등에서 내외국인이 승·하선할 수 있는 준모항 제도가 도입돼 체류형 관광이 가능해졌고, 중국의 단체관광까지 허용되며 제주 등 주요 기항지로 관광객이 유입되기 긍정적인 환경이 마련된 것도 크루즈 입국자 증가에 도움이 됐다. 크루즈항은 크게 크루즈가 입·출항하는 모항과 잠시 들르는 기항 그리고 모항과 기항이 혼합된 준모항으로 구분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선 아직 크루즈 여행이 낯선 게 사실이지만 외국에선 과거부터 꾸준히 수요가 높은 해외여행 방식 중 하나"라며 "최근 한국이 기항지로서 인기가 높아진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년간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더해지면서 크루즈 입국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포항 영일만항에 입항한 초호화 6성급 크루즈 '씨닉 이클립스Ⅱ'.

지난달 30일 포항 영일만항에 입항한 초호화 6성급 크루즈 '씨닉 이클립스Ⅱ'.


다만 국내 항구 대부분이 크루즈 항로 선상에서 기항의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지목된다. 크루즈가 출발하고 종착하는 모항은 체류 기간이 길어 관광객의 지출은 물론 항만의 수익도 많아 경제적 효과가 크다. 반면 승객이 잠깐 내려 관광을 즐기는 기항은 정박시간과 역할이 한정적이어서 수익성을 높이는 데도 한계가 뚜렷하다. 실제로 체류시간이 한나절 가량인 기항지에선 숙박·식음료·쇼핑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소비가 모항과 비교해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국내 크루즈 모항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인천·제주 등 주요 항만을 모항으로 활용해 내외국인의 아웃바운드(국내에서 해외로 출항) 크루즈 이용을 촉진할 경우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기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박료와 항만사용료 할인 등 크루즈 사업을 운영하는 선사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부터 새로운 항로 개발 지원, 해외 주요 항만들과 파트너십 체결 등이 필요하다. 아울러 인프라를 개선하고, 관광상품도 다양화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크루즈 터미널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셔틀버스 운영, 다국어 안내 등 관광객 편의를 위한 인프라를 확충해야 하고, 크루즈와 연계한 지역 특화 관광상품을 개발해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재방문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준모항인 제주 서귀포시 강정항에 입항하는 아도라매직시티호. 연합뉴스

지난달 준모항인 제주 서귀포시 강정항에 입항하는 아도라매직시티호. 연합뉴스


여행업계는 크루즈 관광 산업이 높은 성장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여유롭고 편안한 여행을 선호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새로운 여행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류 콘텐츠와 연계한 크루즈 상품을 개발한다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긍정적일 수 있고, 이로 인해 국내 조선업체들이 크루즈 선박 건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도 크루즈 산업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기항지의 기반 시설을 개선하고 기항지 관광콘텐츠를 확대하려는 모습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해양수산부는 최근 인천·부산·제주·여수·속초·포항·서산 등 7대 기항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크루즈관광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기항지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자체와 함께 기항지별 수용 태세를 점검·개선하고, 각 기항지만의 지역 특색을 살린 관광상품을 개발해 고도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기항지 내 방한 관광객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법무부와 협업해 터미널 운영시간을 연장하고, 법무부 선상 심사 사업을 지원하는 등 관광객 편의도 개선한다. 이를 통해 크루즈 방한 관광객들이 기항지와 인근 지역에서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해 지역관광 활성화를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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