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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천안문, 기억의 숨바꼭질 [특파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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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천안문, 기억의 숨바꼭질 [특파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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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톈안먼) 근처에서 보안 요원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36년 전 이날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 시위가 유혈 진압됐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지난 4일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톈안먼) 근처에서 보안 요원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36년 전 이날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 시위가 유혈 진압됐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이정연 | 베이징 특파원



여섯달 전 한국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도로에 진입하려던 계엄군의 전술차량. 괴이한 이유를 들어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명령에 군인들은 지난해 12월3일 늦은 밤 국회로 향했다. 시민들은 그저 팔을 뻗어 전술차량 앞을 막아섰다. 꼭 반년이 지나, 6월4일 군인들에게 국회 진입 명령을 내렸던 내란 우두머리 자리는 새 대통령으로 채워졌다.



거기에도 시민이 있었다. 36년 전 1989년 6월4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톈안먼) 광장에 도열한 탱크와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민주화,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학생과 시민들을 유혈 진압했다. 진압이 있고 다음날인 5일, 비닐봉지와 외투를 한 손에 든 한 남성이 늘어선 탱크의 맨 앞에 멈춰 섰다. 흐릿한 영상과 사진 속 그는 탱크가 움직일 때 함께 움직여 그 앞에 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서너명의 사람에게 끌려 나갔다. 이름도, 이후의 행적도 미궁 속에 있는 그를 우리는 ‘탱크맨’이라 부른다.



천안문의 그날을 일컫는 말은 여럿이다. 강제 진압, 학살 등이 천안문 뒤에 붙는다. 중국 정부는 당시 중국인들의 민주화 요구를 반정부 시위라 규정하고, ‘천안문 사건’이라고 칭한다. 4일, 천안문 광장은 겹겹의 삼엄한 경비에 둘러싸였다. 중국의 포털 사이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천안문 사건 관련 검색어를 넣으면 내용을 찾을 수 없다는 알림만 뜬다. ‘탱크맨’ 사진이나 영상 또는 그것을 연상시키는 이미지 또한 규제된다.



6월, 기억의 숨바꼭질이 시작된다. 그날의 기억을 꼭꼭 묻어 숨기려는 이들과 중국 현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기억을 끄집어내고 이어가려는 이들이 벌이는 숨바꼭질이다. 4일 중국 현지 매체에선 천안문 사건과 관련된 보도는 거의 없었다. 그것만 보면 아무렇지 않은 날이었다. 그러나 중국 바깥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5월 말부터 천안문 사건의 추모 열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중국 반체제 인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엑스(X·옛 트위터)에는 과거 외신 보도와 사진, 영상과 민주화에 참여했다가 중국을 떠난 이들의 증언이 담긴 짧은 다큐멘터리까지 수많은 자료가 쏟아졌다. 어떻게든 틈을 찾아 그날의 기억을 지금 세대에 전한다.



민주화 운동의 ‘틈’이 되었던 홍콩에서도 기억의 숨바꼭질은 한창이다. 기억의 전승에 필요한 책들이 홍콩의 서점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홍콩 독립서점에서 천안문 사건에 대한 책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점 주인들은 국가 전복 세력 등에 대한 엄벌 규정을 담은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민감도서’ 판매에 대한 자체 검열이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의 한 공공도서관에는 과거 1천여권의 천안문 사건 관련 책이 있었는데, 현재 온라인 검색으로는 그 책들이 한권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알려졌다. 홍콩 당국은 “법률 준수를 위해 해당 자료들을 검토해 (배치를) 철회했다”고 했다.



기억의 숨바꼭질에서 기억을 감추려는 쪽이 승기를 잡아가는 형국이다. 프랜시스 리 랍펑 홍콩중문대학 교수는 천안문 사건을 새로운 세대에 설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6·4는 모호한 개념이 되어가고 있다. 장기적으로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억 계승이 단절될 것이다.” 그럼에도 기억은 이어진다. 숨바꼭질은 끝나지 않았다. 중국인들은 그날 탱크맨 사진에서 탱크를 노란 오리 인형으로 바꾼 사진을 온라인 공간에 올리고 사람들에게 물었다. ‘이날을 기억하니?’라고.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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