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품목·지역 대체... 정확도 떨어져
美노동통계국 "조사 대상 도시 줄일 것"
CPI 미국 경제 전반에 영향... "상황 악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량 해고로 정부기관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물가상승률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데이터 정확성이 떨어질 경우 기준금리 결정부터 민간 노사 임금협상까지 영향을 받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부 경제학자들은 최근 미국 물가 데이터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4월 물가 자료가 비교적 덜 정확한 방법으로 측정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통상 물가 조사는 정부 소속 조사원 수백 명이 매달 도시 곳곳을 직접 돌아다니며 측정한 데이터를 기초로 한다. 식품과 주택, 운송, 의료 등 미리 정해둔 품목의 소비자가격을 매달 조사해 물가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다. 통계학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산출하며, CPI는 미국의 수많은 의사결정 과정의 기반이 된다.
美노동통계국 "조사 대상 도시 줄일 것"
CPI 미국 경제 전반에 영향... "상황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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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효율부(DOGE) 수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3월 9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향해 'DOGE'라고 쓰인 자신의 옷을 보여주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량 해고로 정부기관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물가상승률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데이터 정확성이 떨어질 경우 기준금리 결정부터 민간 노사 임금협상까지 영향을 받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부 경제학자들은 최근 미국 물가 데이터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4월 물가 자료가 비교적 덜 정확한 방법으로 측정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통상 물가 조사는 정부 소속 조사원 수백 명이 매달 도시 곳곳을 직접 돌아다니며 측정한 데이터를 기초로 한다. 식품과 주택, 운송, 의료 등 미리 정해둔 품목의 소비자가격을 매달 조사해 물가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다. 통계학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산출하며, CPI는 미국의 수많은 의사결정 과정의 기반이 된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들어 조사원의 수는 크게 줄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끌던 정부효율부(DOGE) 정부 출범 직후부터 효율성 증대를 이유로 수많은 정부 기관 직원들을 해고하고 일부 기관을 폐쇄했는데,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도 이 여파로 인력이 부족해진 것이다. WSJ에 따르면 조사원들은 4월부터는 정해진 품목이 아닌 다른 제품 가격을 조사하거나, 다른 지역을 기반으로 물가를 추정하는 '대체 추정 방법론'을 훨씬 더 빈번하게 사용해야 했다. 이는 기존 조사 방법에 비해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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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여름 만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
이미 미국 내 일부 지역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4월 CPI 자료가 이상하다고 느낀 일부 경제학자들이 노동통계국에 문의를 하자, 노동통계국은 "4월부터 일부 도시에선 인력 부족으로 인해 기존에 데이터를 수집하던 매장과 샘플 수를 줄였다"고 답했다. 최근 노동통계국은 4월부터 네브래스카주 링컨과 유타주 프로보에서의 CPI 데이터 수집을 중단했으며, 6월부터는 뉴욕주 버펄로에서도 조사를 중단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문제는 CPI가 미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에 가장 큰 근거가 되며, 이 밖에 △사회보장 급여 인상률 △연방 세금 구간 설정 △노사 임금협정도 대체로 CPI에 연동돼 있다. 이 밖에 △2조 달러 규모 연방 물가연동국채 지급액 △재무부 채권 수익률도 CPI 수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앨런 테트마이스터 UBS 이코노미스트는 4월 CPI 데이터 중 29%가량이 대체 방법론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테트마이스터는 WSJ에 "샘플을 채취해 숫자를 줄이면 표본 오차가 커지게 돼 있다"며 "큰 문제인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방향으로 봤을 땐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게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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