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26일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에 도착해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중국의 개입’을 언급하자, 중국 외교부가 “중-한 관계를 이간질하기를 멈추라”고 격렬하게 반발했다. 새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날 선 힘겨루기를 마다하지 않는 미·중을 보며 우리가 처한 엄혹한 외교 현실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사드 사태’ 때처럼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끌려들어가게 되면,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확고한 ‘외교 중심’을 갖고 차분히 대응하되, 우선 한-미 관계 안정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뒤 백악관이 3일(현지시각) 보인 반응은 형식과 내용 모든 면에서 극히 이례적이었다. 백악관 당국자는 ‘축하한다’는 의례적 인사마저 생략한 채 “중국이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간섭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우려하고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현재까지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해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임 정부의 대미 ‘올인 외교’를 극복하려는 한국의 새 정부를 처음부터 강력히 견제하려는 의도가 실린 게 아닌지 우려된다.
나아가 백악관이 언급한 ‘중국’과 ‘(선거)개입’이란 두 키워드는 전 대통령 윤석열이 12·3 내란을 일으키며 내세운 명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가진 일부 ‘극우 인사’들의 입김에 휘둘리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는 4일 “선거 개입 주장은 전적으로 근거 없는 허위사실”이라고 반발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외교의 숙명인 미·중과 ‘거리 두기’에 대해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중·러)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당한 말이지만 이를 실현하는 데엔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미국은 우리에게 가혹한 ‘트럼프 관세’를 부과하면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포기와 국내총생산(GDP) 5%대에 이르는 국방비 지출까지 요구하고 있다. 곧이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본격화할 것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을 생각할 때, 미국과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게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소통의 폭을 넓히면서 한-미 동맹의 미래에 대한 우리의 분명한 비전을 밝혀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가 안정돼야, 대중 외교의 길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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