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아, 하늘선 아프지 마”…7년 구강암 투병 제주 남방큰돌고래 숨져

2023년 제주 앞바에서 사냥하는 턱이. 주둥이 밖으로 변형된 혀가 나와 있다. 오승목 다큐제주 감독 제공

구강암을 앓으면서도 7년간 제주 바다를 누빈 남방큰돌고래 턱이가 세상을 떠났다.

5일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와 오승목 다큐제주 감독에 따르면 지난 2일 저녁 7시께 서귀포시 중문 앞바다에 죽은 남방큰돌고래가 떠올랐다. 해양경찰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간 김병엽 제주대 교수와 오 감독이 확인한 결과 숨진 돌고래는 턱이였다.

턱이는 2019년 제주 바다에서 관광객에 의해 처음 목격됐다. 돌출된 혀와 부러진 턱 때문에 주둥이가 제대로 닫히지 않던 남방큰돌고래는 ‘턱이’로 불리기 시작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악성 종양으로 턱이 변형된 것으로 추정했다. 그 뒤 김 교수와 오 감독은 턱이를 관찰해왔다.

투병 중 턱이는 비교적 사냥이 쉬운 양어장 근처 앞바다에서 주로 넙치를 잡아먹으며 지냈다고 한다. 아픈 주둥이와 턱으로도 먹을 수 있는 작은 크기의 넙치를 주로 사냥했다고 한다.

지난 2일 숨진 채 발견된 턱이가 이튿날 제주시 한림읍 한국수산자원공단 제주본부로 옮겨지고 있다. 오승목 다큐제주 감독 제공

아파도 활기차게 지내는 턱이의 모습은 자주 목격됐다. 짝짓기 행동을 본 전문가들은 턱이를 암컷으로 추정했지만 사체 확인 결과 수컷이었다.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죽은 채 발견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 1일에만 해도 턱이가 바다에서 유영하고 다른 개체와 소통하는 장면이 관찰됐다.

턱이의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10살 이상인 것으로 보인다. 남방큰돌고래의 평균 수명은 40년 이상이다. 7년간 턱이를 지켜봐온 오 감독은 “턱이를 마지막으로 촬영했던 1일 유영 속도가 느리다든지 몸을 비튼다든지 하는 이상행동은 관찰되지 않았고 움직임이 양호했다”며 “마지막인 줄 알았으면 더 정확하게 촬영했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수산자원공단 제주본부로 옮겨진 턱이는 냉동 보관된 상태다. 다음 달 부검에서 턱이가 앓은 정확한 병명과 죽음의 원인이 밝혀질 예정이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