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무역 협상, 최대 난제
“전략경쟁 속 중립 유지 쉽지 않을 듯”
“신속한 협상 타결, 가능하다면 해야”
이념보다 실리를 더 따지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는 적과도 담을 쌓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거래주의와 잘 통할 수 있다. 그러나 패권 라이벌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못했다가는 한미 동맹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이재명 정부 출범 무렵 내린 진단이다.
손꼽히는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브루킹스연구소의 한국 석좌는 모두 이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가 가꿔 나갈 한미 관계를 낙관하지 않았다. 출발 여건부터 좋지 않다. CSIS의 빅터 차 석좌는 3일(현지시간) 같은 기관 앤디 림 연구원과 함께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한미 동맹이 ‘조용한 위기’에 놓여 있다며 최근 주한미군 감축설이 불거지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두 차례 아시아 순방 때 한국을 건너뛴 사실을 언급했다.
새 한국 대통령을 보는 미 조야의 시선도 곱지 않다. 브루킹스연구소 앤드루 여 석좌는 홈페이지 글에서 “선거 유세 기간 이 대통령이 한국 진보 세력이 유지해 온 입장을 벗어나 동맹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했지만 그를 기회주의자로 의심하는 시선이 미국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에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전략경쟁 속 중립 유지 쉽지 않을 듯”
“신속한 협상 타결, 가능하다면 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해 집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이념보다 실리를 더 따지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는 적과도 담을 쌓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거래주의와 잘 통할 수 있다. 그러나 패권 라이벌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못했다가는 한미 동맹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이재명 정부 출범 무렵 내린 진단이다.
실용 외교?
손꼽히는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브루킹스연구소의 한국 석좌는 모두 이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가 가꿔 나갈 한미 관계를 낙관하지 않았다. 출발 여건부터 좋지 않다. CSIS의 빅터 차 석좌는 3일(현지시간) 같은 기관 앤디 림 연구원과 함께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한미 동맹이 ‘조용한 위기’에 놓여 있다며 최근 주한미군 감축설이 불거지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두 차례 아시아 순방 때 한국을 건너뛴 사실을 언급했다.
새 한국 대통령을 보는 미 조야의 시선도 곱지 않다. 브루킹스연구소 앤드루 여 석좌는 홈페이지 글에서 “선거 유세 기간 이 대통령이 한국 진보 세력이 유지해 온 입장을 벗어나 동맹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했지만 그를 기회주의자로 의심하는 시선이 미국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에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앤드루 여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브루킹스연구소 홈페이지 |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 외교를 표방한다. 한미 동맹을 지지하는 것은 이념이나 가치에 부합해서라기보다는 안보 강화에 이롭기 때문이다. 여 석좌는 “이 대통령은 중국, 북한, 러시아 등 미국과 적대 관계인 국가들과의 교류에도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실용주의의 연장선상으로 평가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외교와도 비슷하다. 그도 적대국과의 소통에 열려 있다. 동맹국과 구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와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주의 사이에서 동맹 협력의 새로운 기회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여 석좌는 분석했다.
문제는 미중 간 전략 경쟁 속에서 중립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 석좌는 이날 워싱턴타임즈재단 주최 세미나에서 이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중국과 경제적 거리를 두고 자국 산업의 재건을 도우라는 요구와, 한국의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며 미중 사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미국을 지원하라는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했다.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도 중국을 최대 교역 상대로 유지하는 동시에 미국을 동맹으로 두려는 이 정부의 잠재적 시도에 관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압박 대응
뇌관은 이 정부가 당면한 두 가지 난제다. 하나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대북 안보 공약을 확실히 받아 내는 것이다. 이 일이 틀어지면 한미 관계엔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여 석좌는 본보에 “한미 동맹 역할을 '중국 억제'로 돌리는 데 대해 이 대통령이 저항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對中) 매파를 자극해 긴장을 조성하거나 안보 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트로이 스탠거론 전 미국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 윌슨센터 홈페이지 |
다른 하나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다. 시간이 워낙 빠듯하다. 차 석좌는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끝나는 7월 8일까지 협상을 타결하려면 허비할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여 석좌는 “무역 협상 결과와 동맹 간 부담 공유(한국 국방비 및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한 논의는 이 정부 초기 한미관계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며 “미 측이 양보 없이 일방적으로 요구만 해 올 경우 이 정부가 중국 쪽으로 경사되고 동맹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신속한 대미 합의가 바람직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트로이 스탠거론 전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이날 본보 인터뷰에서 “(관세 부과가 미국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시간을 벌어 보자는 유혹이 있겠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이나 일본, 유럽연합(EU)보다 한국 권한대행 정부의 제안에 비교적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세를 피하려고만 하기보다 경제 관계 재설정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방비에 대해서도 동맹의 미래와 국익 간 균형을 잘 따져야 한다는 게 스탠거론 전 국장 주문이다.
“야당과 소통을”
이 정부의 최우선 국내 과제로는 저출산·고령화와 인공지능(AI) 시대 대응이 꼽혔다. 스탠거론 전 국장은 “갈수록 나빠지는 인구 통계학적 상황에 대처하고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정책을 마련할 수 있는지 여부는 한국의 미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 중 하나가 야당과의 소통 실패”라며 “이 대통령은 야당과 더 많은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