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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이 '존경' 외친 강훈식… 배지 떼고 '젊은 비서실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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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이 '존경' 외친 강훈식… 배지 떼고 '젊은 비서실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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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정무·전략 전문가'
계파색 옅지만 강단… "고언과 지지 동시에"
디테일까지 챙기고… 평소엔 "태연자약" 강조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등 인선발표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 후보자로는 김민석(왼쪽) 국회의원,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는 강훈식(오른쪽) 국회의원이 임명됐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등 인선발표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 후보자로는 김민석(왼쪽) 국회의원,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는 강훈식(오른쪽) 국회의원이 임명됐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의 첫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강훈식(52)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안팎에선 '숨겨둔 실세'로 평가받는다. 이 대통령과 가까운 친이재명(친명)계로 분류된 인사는 아니지만, 대선 때마다 이 대통령의 호출을 받으며 중용돼 왔다. 강 비서실장 특유의 정무 감각과 소통 능력 등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는 평가다. '오직 실력만 보겠다'는 이 대통령의 인사 원칙을 보여준 대표 사례다. 1970년대생 첫 비서실장으로, '젊은 대통령실'을 이끌며 대통령실의 폐쇄성을 타파하며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 대통령은 4일 "강 의원은 대선을 총괄한 전략가이자, 경제와 예산에 전문성을 가져 향후 국정 조력자로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장관과 달리 국회의원직을 겸할 수 없다. 이에 충남 아산을의 3선 출신인 강 비서실장은 안정적 지역구를 포기하고 합류하게 됐다.

강 비서실장은 계파색이 옅으면서도 강단 있는 의원으로 평가받아왔다. 이 대통령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결정적 위기 국면에서는 '이재명 체제'에 손을 들어주며 힘을 실었다. 합리적 성향의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의 대표로 활동하며 폭넓은 인맥을 갖췄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향후 당정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데도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통령에게 고언과 지지를 동시에 보낼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2023년 3월 15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당내 최대계파 '더좋은미래' 의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강훈식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2023년 3월 15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당내 최대계파 '더좋은미래' 의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강훈식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강 비서실장이 중용된 가장 큰 이유는 '실력'이 꼽힌다. 특히 강 비서실장의 정무, 전략, 소통 능력을 이 대통령이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비서실장은 초선 시절부터 당 중책인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았고, 3년 전 대선에서도 전략기획본부장으로 활약했다. 2023년 3월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더좋은미래 간담회에 참석해 "저는 공식적 자리에서 '존경하는'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지 않는다"면서도 "진심으로 존경하는 강훈식"이라고 말한 것도 회자되는 일화다.

강 비서실장 인선으로 대통령실이 보다 현장과 소통하고, 역동적이고 신속하게 국정운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 대통령은 이날도 "참모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고 치열하게 일하는 현장형 참모"라고 평가했다. 강 비서실장은 대선 기간 캠프 총괄본부장과 종합상황실을 책임지며 업무 장악력을 과시했다.

특히 참모들에겐 '태연자약(泰然自若·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나 충격적인 일이 있어도 흔들림 없이 침착하게 행동한다)'이라는 사자성어를 귀가 따갑게 강조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특유의 그립감으로 캠프를 이끌었던 만큼, 국정과제의 방향을 설정하고 진행상황을 점검하는 비서실장 자리에 적임자"라고 기대했다.


다만 강 의원이 그간 충남지사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점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적절한 후보가 부상하지 않을 경우, 강 비서실장 소환론이 다시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