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해 집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2025.06.04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겨레 김태형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첫날은 새벽부터 쉴 틈 없이 흘러갔다. 당선과 동시에 임기가 개시된 만큼 대통령 업무도 곧바로 시작됐다. 취임식도 간이 취임 선서로 갈음해 간소하고 소탈하게 치렀다. 국무총리 등 내각과 대통령실 인선안을 직접 발표했고, 취임 일성이나 국회의장과 민주당, 야 6당 대표들과의 오찬 회동에선 ‘통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불필요한 의전을 배제하고 시급한 업무에 집중한 이날 일정은 이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당선 즉시 임기 시작
이 대통령의 공식 임기는 4일 오전 6시21분 시작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아침 전체 위원회의를 열어 새벽에 나온 대선 개표 결과에 따라 이 대통령을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7분 사저에서 김명수 합동참모의장으로부터 북한 군사 동향과 우리 군 대비 태세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 군 통수권자로서 맞은 첫 업무였다. 이 대통령은 통화에서 “비상계엄 사태 때 군장병이 국민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부당 명령에 소극 대응해서 큰 혼란에 빠지지 않았던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치하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첫 공식 일정은 국립서울현충원 참배였다. 오전 9시30분쯤 이 대통령은 검은색 정장에 파란색과 남색, 회색이 섞인 넥타이 차림으로 검은색 정장을 입은 김혜경 여사와 함께 인천 계양구 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환한 미소를 띠며 집 앞에 모인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으며 인사를 나눴다. 지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고 이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책에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차로 27㎞를 이동해 오전 10시10분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했다. 이 대통령과 김 여사는 순국선열에 대한 헌화와 분향, 묵념을 하고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 국민과 함께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은 뒤 ‘대한민국 21대 대통령 이재명’이라는 서명을 남겼다. ‘국민 주권’을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청소노동자와 셀카도
오전 11시 이 대통령은 서울 여의도 국회로 이동해 취임 선서 행사에 참석했다. 예포 발사나 축하공연 없이 25분간 규모와 절차를 최소화해 진행됐다. 행사장에 이 대통령은 통합 의지를 드러내는 짙은 파란색과 짙은 빨간색이 섞인 줄무늬 넥타이로 바꿔 매고 나왔고, 김 여사는 흰색 투피스 차림이었다. 취임 선서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5부 요인과 국회의원, 여야 지도부, 국무위원 등 약 300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 중앙홀에 입장한 뒤 단상 위에 앉아 있던 우 의장과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5부 요인과 차례로 악수를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 성격인 4273자 분량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23분가량 읽어 내려갔다.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등 ‘통합’ 의지를 드러내는 대목에서 여러차례 박수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취임 선서 직후 국회 본관 1층으로 이동해 국회 청소노동자들과 의회 방호직원들을 찾아가 일일이 손을 맞잡고 인사했다. 12·3 내란 당시 계엄군으로부터 국회를 지켜내고 혼란스러운 현장을 정리하는 등 민주주의를 지켜온 국회 노동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의미였다. 이 대통령 내외는 청소노동자들의 요청에 김 여사와 함께 무릎을 굽히고 단체 사진 촬영에 응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낮 12시 국회 사랑재로 이동해 우원식 국회의장, 민주당 및 야 6당 대표와 오찬을 했다. 그는 “천하람 (개혁신당) 대표도, 김용태 (국민의힘) 대표도 제가 잘 모시도록 하겠다. 자주 뵙기를 바란다”며 자세를 낮췄다. 점심 메뉴는 대통합을 상징하는 비빔밥이었다.
인선 발표 줄줄이
용산으로 이동한 이 대통령은 오후 2시 첫 인사 발표를 했다.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등장한 이 대통령 양옆으로는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강훈식·위성락 실장, 강유정 대변인, 황인권 대통령 경호처장이 도열했다. 직접 인선 발표를 한 이 대통령은 “용산 사무실로 왔는데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 필기도구 제공해줄 직원도 없고, 컴퓨터도, 프린터도 없다. 황당무계하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오후 2시30분엔 지난해 12월3일 ‘내란의 소굴’이었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을 찾아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과 김명수 합참의장으로부터 군사 대비 태세를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안보와 국방은 대한민국의 물리적 안전을 지키는 보루이기에 군에 대한 신뢰 회복과 우려 불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합참 전투통제실 방문은 국군 통수권자가 내란의 본거지를 직접 찾아가, 내란의 근본 원인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군 지휘부에 직접 강조한 것으로 풀이됐다.
오후 5시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당선 뒤 처음 나온 ‘1호 업무 지시’였다. 이어 7시30분부터 9시50분까지 비상경제점검 티에프 실무단 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개인 전화번호를 전달하며 좋은 정책이 있으면 언제든 자유롭게 제안해달라고 요청했다.
고한솔 고경주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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