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의 MVP 대업이 더 값진 이유는 세 차례나 MVP를 수상했다는 점, 2년 연속 MVP, 양대리그 MVP 등을 다 떠나 세 번 모두가 ‘만장일치’ 수상이었다는 것이다. 오타니는 세 번의 MVP 투표에서 1위 표 30장을 싹쓸이했다. 사실 30명의 투표인단마다 중점으로 두는 부분이 다를 수밖에 없고, 쟁쟁한 경쟁자도 있기 마련인데 오타니는 단 한 장의 1위 표도 놓치지 않았다.
2021년은 기록은 물론 리그에 남긴 임팩트 자체가 엄청났다. 현대 야구에서는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투·타 겸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공격적인 측면에서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가 더 나았고, 그렇다고 최고 투수도 아니었지만 이 임팩트는 결국 만장일치 MVP를 이끈 원동력이었다.
2023년은 타자로도 최고 성적에 가까운 수치에 투수로 10승을 보태며 역시 이견의 여지가 없는 만장일치 MVP를 획득했다. 2024년은 흥미로웠다. 오타니는 2023년 시즌 막판 받은 팔꿈치 수술 여파로 2024년은 투·타 겸업이 불가능했다. 지금까지 MVP에 이를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무기를 빼놓고 임한 셈인데, 타격에 전념한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50홈런-50도루 클럽의 문을 활짝 열며 세 번째 만장일치 MVP로 직행했다. 투·타 겸업이라는 상징성이 없어도 타자 하나로 MVP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시즌이었다.
리그 평균과 견줘 공격 생산력을 측정하는 조정 OPS는 2023년 181, 지난해 190에 이어 올해는 191까지 올라오며 여전히 최정상급 수치를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홈런 부문에서도 리그 선두를 달리며 3년 연속 홈런왕에 도전 중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오타니라고 해도 현재 성적이라면 만장일치 MVP 수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하나의 전망이 나와 흥미를 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의 전문가들과 패널은 3일(한국시간) 양대 리그 MVP 중간 투표를 했다. 총 41명의 전문가 집단이 꾸려진 가운데, 오타니는 41명 중 1위 표 31장을 얻었다. 10장은 다른 선수에게 돌아간 셈이다. 물론 MVP 1위 차지에는 여유가 있는 압도적인 지지도지만, 오타니의 만장일치 MVP를 막을 유력한 후보자가 떠올랐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암스트롱은 공·수 모두에서 대단한 활약을 하고 있다. 공격력은 뛰어나지만 지명타자로 수비 공헌도가 없는 오타니에 비해 암스트롱이 경기 전반에 더 많은 공헌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 암스트롱은 시즌 60경기에서 타율 0.281, 15홈런, 51타점, 21도루, OPS 0.881을 기록 중이다. 공격 성적은 오타니가 훨씬 앞서지만, 암스트롱은 리그 외야수 중 OAA가 가장 높은 선수다. 벌써 +10이다. 평균 대비 10실점 이상을 방지했다는 것인데 이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암스트롱은 60경기 만에 15홈런-20도루를 모두 기록한 선수가 됐는데, 이는 역대 네 번째로 빠른 기록이자 21세기 들어서는 가장 빠른 기록이기도 하다. 에너지가 넘치는 역동적인 플레이로 리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다만 오타니는 후반기 투수 복귀라는 또 하나의 비장의 카드가 있는 만큼, 아직 만장일치 수상을 포기할 단계는 전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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