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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SG랜더스 제공 |
“물세례 받아도, 선발승 좋네요.”
2전3기.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 좌완 투수 김건우에겐 오래 기억남을 만한, 특별한 하루였다. 데뷔 첫 선발승을 거머쥐었다.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의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홈경기서 선발투수로 나서 5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마크했다. 4-1 승리의 밑그림을 그렸다. 이날 승리로 SSG는 시즌 성적 31승2무26패를 마크했다. 4연승 행진을 내달리는 동시에, 삼성과의 주중시리즈를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로 확정했다.
가히 최고의 피칭이라 할 만했다. 개인 최다 이닝, 최다 투구 수(71구)를 모조리 새로 작성했다. 종전까진 2025년 3월27일 인천 롯데전서 구원으로 나서 기록한 4⅓이닝, 2021년 9월11일 수원 KT전 선발로 작성한 68구가 최다 기록이었다. 최고 148㎞에 달하는 강력한 직구를 바탕으로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다채로운 변화구로 상대를 요리했다. 2회 초 강민호와 김영웅을 각각 볼넷, 우익수 앞 안타로 내보낸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위기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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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SG랜더스 제공 |
김건우는 2021년 1차 지명으로 SK(SSG 전신) 유니폼을 입었다. 큰 기대와는 달리 1군서 빠르게 자리잡지 못했다. 2021시즌 6경기, 2022시즌 2경기에 나섰다. 이후 국군체육부대(상무)서 군 복무를 마쳤다. 더 다부진 마음으로 올 시즌을 맞이했을 터. 시범경기 내내 호투를 펼치며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마지막까지 선발 마지막 한 자리를 두고 경쟁했을 정도. 결국 불펜에서 출발하긴 했으나 선발 바로 뒤에서 롱릴리프로 활약하며 마운드에 힘을 보탰다.
그러다 기회가 왔다. 문승원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선발진에 공백이 생긴 것. 대체 선발로 낙점 받았다. 앞선 2경기에선 아쉬움을 남겼다. 잘 버티다가도 갑작스레 흔들렸다. 마의 3회를 버티지 못했다. 이날은 달랐다. 투구 패턴 자체도 확실히 빨라진 데다 5회까지도 힘이 떨어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김건우는 “‘승리를 해야겠다’ ‘5이닝을 던져야겠다’ 생각하고 던진 것은 아니다. 다만, 이닝은 선발투수로서 첫 번째 임무라 생각하고 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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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SG랜더스 제공 |
그만큼 더 철저히 준비했다. 이날 배터리 호흡을 맞춘 ‘동갑내기’ 조형우는 “전력 분석할 때부터 구위 자체가 좋으니 최대한 범타를 유도하는 데 집중했다. 앞선 경기들에선 (김)건우가 처음부터 200%로 던졌던 것 같다. 이날은 나름대로 조절을 하더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김건우는 “힘쓰는 법에 대해 경헌호 (투수) 코치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전엔 약간 회전을 하면서 힘을 마이너스(분산)시킨 측면이 있는데 최대한 앞쪽으로만 사용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날 승리로 김건우는 소중한 기념구를 챙겼다. 프로데뷔 후 4번째로 챙긴 공이다. 처음 1군 엔트리에 들었을 때부터 첫 승리(구원), 첫 홀드, 그리고 첫 선발승이다. 하나하나 특별한 사연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첫 선발승이 가장 소중하다. 퓨처스(2군)서 함께 꿈을 키웠던 동기들과 함께 일궈 더 기쁘다. 김건우는 “(조)형우, (고)명준이, (조)병현이 다 신인 때부터 강화(2군 구장)서 같이 했던 선수들이다. 이렇게 다 1군에 있어 감회가 새로운 듯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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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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