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성한용 | 정치부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6·3 대선 성적표는 한마디로 압승이다. 최종 득표수 1728만7513표는 최다득표 기록이다. 득표율 49.42%는 1987년 이후 두번째로 높은 수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51.55% 기록을 깨지 못했을 뿐이다.
2위와의 득표율 격차 8.27%포인트도 상당히 큰 편이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22.53%포인트,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17.05%포인트, 1987년 노태우 대통령의 8.61%포인트에 이어 네번째 기록이다. 1992년 김영삼 대통령이 김대중 후보를 이겼을 때 8.14%포인트보다도 큰 격차다.
높은 득표율과 큰 득표율 격차가 대통령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당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국정 지지율이 한자릿수로 추락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겼다. 이재명 대통령도 조심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새벽 당선 인사에서 내란 극복, 경제와 민생 회복, 국민의 안전과 생명, 안정된 한반도, 국민통합 다섯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내란 극복, 경제와 민생 회복은 국민이 함께해야 가능하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안정된 한반도를 만드는 일도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협력 없이는 어렵다.
대통령이 직접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국민통합 한가지다. 이재명 대통령도 아는 것 같다. 취임 선서 뒤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의원들을 만났을 때 무거운 표정으로 “국민의 분열과 증오가 너무 심각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이 분열을 이겨내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정말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통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평소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아도 국민이 하는 것”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절반만 옳다. 정치를 국민이 하는 것이라면 정치인이 왜 필요할까?
국민은 주권자로서 정권을 창출하고 공직자를 선출한다. 국가 중대사를 국민투표로 결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상적인 정치를 국민이 할 수는 없다. 해서도 안 된다. 정치의 요체는 대의 민주주의다.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정치인이다. 정치를 해야 국정을 이끌어갈 수 있다. 내란을 극복하고 경제와 민생을 회복할 수 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안정된 한반도를 만들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위대한 빛의 혁명은 내란 종식을 넘어 빛나는 새 나라를 세우라고 명령한다”며 “국민의 주권 의지가 일상적으로 국정에 반영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걱정스럽다. 대통령이 국민주권을 너무 강조하면 포퓰리즘에 빠질 위험이 있다. 포퓰리즘은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정치의 본질은 갈등 해소를 위한 대화와 타협이다. 정치 양극화 지형에서 국민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좀처럼 대화하고 타협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국민을 설득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합의를 끌어내야 할 책임이 정치인에게 있다. 정치를 복원해야 국민이 통합한다.
내란 극복은 특검과 검찰 개혁 등 제도로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국민을 배제해선 안 된다. 김문수 이준석 후보를 찍은 유권자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재명 대통령 인사도 좀 걱정스럽다. 김민석 의원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의원은 좋은 정치인이지만 ‘이재명 색깔’이 너무 강하다. 후속 인사로 보완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찬성할 수 있는 인재를 내각에 파격적으로 기용해야 한다. 경제와 민생 회복을 위한 ‘거국내각’이 필요할 때다.
국민의힘은 107석의 의석을 가진 막강한 야당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동의하지 않으면 개헌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국회 의석수만 믿고 법안을 마구 밀어붙이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대법관 증원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서두르면 안 된다. 숙의를 거쳐야 한다.
선거는 끝났다. 지금부터는 국민통합의 시간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도 바로 국민통합이다. 대연정 수준의 협치로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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