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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국힘, 계파갈등 격랑 속으로…친한계, 지도부 총사퇴 요구

머니투데이 박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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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국힘, 계파갈등 격랑 속으로…친한계, 지도부 총사퇴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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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 "윤, 현재까지 진술 거부 안 해...충분히 진술할 듯"
[the300]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6.4/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6.4/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국민의힘이 6·3 대선 패배의 책임을 놓고 급격히 내홍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에 대한 총사퇴 요구가 분출하면서 계파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4일 야권에선 대선 패배에 따른 쇄신론이 분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소셜미디어)에 "국민께서 주신 무거운 민심의 회초리를 겸허히 받겠다. 저희 당이 뼛속까지 바뀌어야 한다는 준엄한 명령일 것"이라며 "패배의 책임에서 저를 비롯한 누구 하나 자유로울 수 없다. 변명과 핑계, 책임 전가는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도 SNS에 "이번 패배는 분열과 무기력 속에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저희 국민의힘의 부족함에서 비롯됐다"며 "민심의 준엄한 회초리를 가슴 깊이 새기고, 이번 패배가 저희의 소명을 다시 새기는 희망의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절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6.04. /사진=뉴시스 /사진=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절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6.04. /사진=뉴시스 /사진=


국민의힘 싱크탱크를 이끄는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SNS를 통해 "후보 등록 후 선거가 끝날 때까지 계엄 주체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당을 온전히 분리시키지 못함으로써 스스로 내란몰이 희생양을 자처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선 기간 동안에도 지도부와 선거대책위원회에 쓴소리를 이어갔던 친한계는 대선이 끝나자마자 지도부 총사퇴를 본격 요구하고 나섰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아침 SNS를 통해 "국민들께서 '불법계엄'과 '불법계엄 세력을 옹호한 구태정치'에 대해 단호한 퇴장 명령을 내리신 것이라 생각한다"고 썼다. 사실상 김문수 후보와 지도부를 구태정치라고 직격한 것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파이널유세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2025.06.02. /사진=뉴시스 /사진=권창회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파이널유세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2025.06.02. /사진=뉴시스 /사진=권창회


한 후보는 "너무 낙담하지 마시라. 포기하지 말아 달라. 기득권 정치인들만을 위한 지긋지긋한 구태정치를 완전히 허물고 국민이 먼저인 정치를 바로 세울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며 "국민의 뜻을 겸허히, 최선을 다해 따르겠다"고 밝혔다. 당 쇄신에 역할을 하겠단 뜻으로, 사실상의 당권 도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정훈 의원은 SNS에서 "'국민이 놀랄 변화'를 약속하고도 지키지 못한 김용태 비대위는 즉시 해체하고 대선판을 협잡으로 만들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했다. 정성국 의원은 SNS에 "권성동 의원님, 고민하지 않으셔도 된다. 정답은 명확하다. 이제 정말 떠날 때다. 오늘을 넘기지 마시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후 하와이에서 체류 중인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국민의힘 주류를 향해 쓴소리를 이어갔다. 홍 전 시장은 SNS에 "세상과 소통하지 않고 노년층과 '틀딱'(노인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은 비속어) 유튜브에만 의존하는 그 이익집단은 미래가 없다"며 "김문수를 통한 마지막 몸부림이 무산된 것은 이준석 탓도 내 탓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미국 출국을 앞두고 배웅온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5.05.10. /사진=뉴시스 /사진=이영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미국 출국을 앞두고 배웅온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5.05.10. /사진=뉴시스 /사진=이영환


이날 당 지도부는 거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김용태 위원장은 국민의힘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해 "이제 우리는 스스로를 해체하는 심정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우리가 적을 향해서 싸워야 하는데 내부를 향해서 싸우는 이런 모습은 절대적으로 사라져야 한다 "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대선 기간에 원팀으로 합류하지 않은 친한계를 겨냥한 말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해단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당내 일각에서 지도부 총사퇴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 "한 분 한 분 말씀을 귀담아 듣고 있다. 지혜를 모아 잘 결정하겠다"며 "사퇴를 주장하시는 의원들도 선거 패배에 따른 변화 의지가 있나, 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해 나갈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조만간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오는 5일 오전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선거 패배를 놓고 의원들의 의견을 들을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가 총사퇴 할 경우 새 원내대표 선출과 전당대회를 통한 차기 지도부 구성 등이 논의될 수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2025.06.02. /사진=뉴시스 /사진=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2025.06.02. /사진=뉴시스 /사진=


당내에선 친윤계가 한동훈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을 견제하기 위해 전당대회를 열지 않고 김용태 비대위를 유임하는 등의 방식으로 당내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의총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그만둘지 김용태 위원장은 그대로 그 직을 가져갈지 이걸 먼저 살펴보시면 될 것"이라며 "한동훈 전 대표가 당권을 잡는 것에 대한 대단한 두려움과 걱정이 있기 때문에 비대위 체제의 명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문수 후보도 당권 도전을 시사해 당내 패권 경쟁의 또다른 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재원 전 의원은 SNS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열혈청년 김문수. 오늘 아침 집 근처 관악산에 올라 운동 중"이라는 글과 함께 김 후보가 턱걸이를 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김 후보는 선거해서 패했지만 4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 차기 당권 도전의 명분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당분간 선거 패배 책임론을 놓고 자중지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친윤계와 한동훈, 김문수, 홍준표를 둘러싼 세력간 다툼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자칫하면 분당 사태까지 치달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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