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서 ‘두 자릿수 차’ 패배한 이유는?

한겨레
원문보기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서 ‘두 자릿수 차’ 패배한 이유는?

서울흐림 / 23.1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새 정부 첫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새 정부 첫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절반에 가까운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부산에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한테 두 자릿수 차이로 패배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의 21대 대통령선거 개표 집계 결과를 보면, 이 대통령의 부산 득표율은 40.14%, 김 후보는 51.39%,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7.55%였다. 김 후보가 이 대통령을 11.25%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투표일 일주일 전까지 여러 언론사와 전문여론조사기관들이 벌인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과 김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 지지자들 사이에선 아쉬움과 기쁨이 뒤섞인다. 이아무개(부산 동래구)씨는 “역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계열후보들 가운데 처음으로 이 대통령이 부산에서 50% 이상 득표를 기대했으나, 이 대통령의 전국 득표율 49%보다 9%나 낮은 득표가 아쉽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계열후보 가운데 처음으로 이 대통령이 40%를 넘긴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쪽도 있다. 김아무개(부산 연제구)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19대 대선 때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홍준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후보와 맞붙었을 때도 40%를 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40%를 처음 넘었다는 것은 다음 선거에서 희망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관론도 있다. 2017년 대선과 이번 대선이 전임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에 치러진 대선이란 점에서 닮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때 부산에서 홍준표 후보를 6.73%포인트 차로 이겼고, 이 대통령은 두 자릿수 차이로 김 후보한테 졌다. 이를 근거로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국회의원선거에 나설 부산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고전할 것이란 게 비관론의 핵심이다.



김 후보가 부산에서 이 대통령을 비교적 큰 격차로 이긴 것을 두고서도 여러 분석이 나온다. 역대 국회의원·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계열후보들이 여론조사에서 10~20%가량 이기다가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면 뒤집히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국민의힘 계열정당들이 위기에 내몰렸을 때마다 보수의 무서운 응집력을 보이는 점은 이번에도 나타났다.



부산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윤 전 대통령 구명운동에 앞장서거나, 극우성향 단체가 주최하는 집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지만, 많은 시민의 호응을 받지는 못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부산진구청에 마련된 부암 1동 제4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부산진구청에 마련된 부암 1동 제4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다수의 부산 유권자들은 국민의 힘 후보에 표를 던졌다. 이 대통령을 악마화하고, 거대 여당 견제론을 퍼트린 국민의힘 부산시당의 선거 전략이 더 먹혔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171석을 거머쥔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까지 당선시키면 독재 시대가 온다는 펼침막들을 부산 시내 곳곳에 내걸었다.



양당의 부산 공약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부산 현지에선 국민의힘이 공약에서 앞섰다는 평가도 있다.



김 후보는 부산을 싱가포르와 같은 금융·물류·관광·교육도시로 키워보겠다는 취지의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한국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1·2순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이 후보는 박근혜 정부 때 지켜지지 않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 부산시민의 체감도가 다소 떨어지는 해양분야 공약을 주로 제시했다.



사실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한국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은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이런 국민의힘의 논리적 허점을 파고들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부산 정계 안팎에선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이 수도권 지역 국회의원이 다수를 차지한 중앙당 지도부에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한국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이 왜 필요한지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 후보 공약은 국민의힘 부산시당의 집요한 공격을 받았다. 부산 최대 현안을 주도하지 못하면서 국민의힘에 명분에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별한 반전이 없으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과 16개 구·군단체장, 부산시의회 지역구 의원 42명 모두가 지난 지방선거처럼 국민의힘 후보들이 싹쓸이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이 대통령이 부산 16개 구·군 가운데 유일하게 강서구에서만 근소한 차이로 이겼고, 패배한 15곳 가운데 10곳은 10%포인트 이상 차이로 김 후보한테 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부산시당 쪽 인사는 “처음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산에서 40%를 넘겼지만 국민의힘이 수세에 몰린 탄핵 국면에서 김 후보한테 10% 이상 졌다는 것이 아쉽다. 이 대통령이 가덕도신공항 정상 개항과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 부산 공약을 힘있게 잘 이행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민의 평가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광수 선임기자 kskim@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