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방송. 사진|MBC |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지상파 3사가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방송에서 정면으로 맞붙었다. 3사의 자존심이 걸린이번 개표방송은 감성과 정보, 기술이 교차하는 ‘종합 콘텐츠’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제된 데이터 분석과 화려한 영상 기술, 감성을 건드리는 스토리텔링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MBC, 감성의 물결로 선거를 기록하다
MBC는 ‘선택 2025’를 통해 개표방송의 형식을 확장했다. 핵심은 감정이었다. 출구조사 직전 공개된 영상 ‘그날, 함께 지금’은 근현대사를 복원한 감동적인 서사로 시작됐다. 손기정 선수, 청산리 전투, 김구 선생의 연설이 AI 기술로 되살아났다. BTS RM의 유엔 연설과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 장면으로 이어졌다.
역사와 현재가 맞닿는 흐름으로 뭉클한 순간을 만들었다. 개표방송을 ‘공감의 무대’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였보였다. 기술적 완성도도 높았다. 6면 LED 세트, 와이어캠, 드론 중계, 전국 명소 기반의 러닝·요리 포맷까지 총 40여 개의 콘텐츠가 몰입감을 높였다. 단순히 숫자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삶의 변화를 ‘이야기’로 풀어낸 구성이었다.
정치토론 코너에는 유시민 작가, 정규재 전 주필, 조경태·박주민 의원이 출연했다. 보수와 진보의 입장이 충돌하며 정치 콘텐츠의 깊이를 더했다. MBC의 예측 시스템 ‘적중2025’는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확한 흐름을 전달했다.
결과는 시청률로 나타났다. MBC는 평균 10.7%, 최고 14.5%를 기록하며 지상파 3사 중 1위를 차지했다. 황금시간대 시청률도 줄곧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지난해 총선에 이어 연속 흥행이다.
개표방송. 사진|KBSC |
◆KBS, 공영방송의 정석…정보에 집중한 안정형 구성
KBS는 ‘내 삶을 바꾸는 선택 2025’라는 타이틀 아래 정통 개표방송을 지향했다. 시각적 자극보다는 차분한 톤으로 실시간 개표 상황을 전달했고, 통계 분석과 전문가 중심의 해설에 집중했다.
화려한 그래픽보다는 지역별, 연령별, 성별 표심을 분석하는 뉴스로 판세를 읽는 데 공을 들였다. 또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자택 등을 연결해 현장감을 살리는 데도 신경을 썼다.
특히 3D CG 대신 실사 기반의 ‘K-큐브’ 무대에서 후보별 정책 방향을 소개하는 등 시각화도 절제된 방식으로 활용했다. 중장년층 시청자에게 안정감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청률은 최고 5.9%를 기록했다.
개표방송. 사진|SBS |
◆SBS, 시각화와 기술 실험의 선봉…젊은 감성 겨냥
SBS는 ‘2025 국민의 선택’을 통해 기술 중심 연출을 강화했다. XR(확장현실), AR(증강현실), 3D 그래픽을 전면에 배치해 개표 데이터를 시각화했다.
가상 도심 속 공약 변화 시뮬레이션, 후보별 정책 시나리오를 게임형 콘텐츠로 풀어낸 ‘정치 시뮬레이션’은 새로운 시도였다. ‘당선 예측 시계’와 ‘공약 실현 지도’는 복잡한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는 도구로 작용했다.
진행자들은 주요 장면에서 직접 가상 공간을 이동하며 설명을 이어갔고, 기존 뉴스보다 예능형 인터페이스가 강조됐다. 젊은 세대와 디지털 세대의 관심을 유도하며 시청률은 3.7%를 기록했다.
이번 개표방송은 단순한 개표 결과를 전달하는 방송이 아닌, 각 방송사의 콘텐츠 전략이 집약된 무대였다.
시청자의 선택은 MBC였다. 하지만 3사 모두 새로운 시청 문법을 실험하며, 선거방송이 단순 중계가 아닌 ‘브랜드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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