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내수·수출 모두 고장...긴축재정 기조 유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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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 들어서며 손을 흔들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향후 경제 정책 방향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새 정부에선 기존의 건전재정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확장 재정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4일 관계부처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재정 정책 기조는 '확장 재정'이 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취임선서식에서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재정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등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새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는 윤석열 정부가 계속해서 강조해왔던 '건전 재정'과는 반대된다. 윤 정부는 건전 재정을 핵심 원칙으로 내세우며 예산 편성 때마다 재정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긴축 재정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윤 정부 임기 3년간 평균 총지출 증가율은 3.7%다. 이는 총지출 개념이 도입된 2005년 이후 역대 정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 관련 공약을 통해 새 정부가 '확장 재정' 기조로 갈 것이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지역 화폐 국비 지원 의무화, 아동수당 확대 등 이 대통령의 경제 공약 대부분은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한 정책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른 시일 내에 최소 30조 원 이상의 2차 추경을 편성하며 확장 재정을 신호탄을 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기존에 해왔던 올해 본예산 집행 속도를 높이며 내수를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대로 전망되는 현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확대 정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부는 추경, 감세 등 대규모 확장재정을 통해 성장률 반등에 성공한 바 있다.
다만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관건이다. 이 대통령은 재정지출과 조세지출 효율화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윤 정부 때 매년 20조 원 안팎의 지출 구조조정을 해온 탓에 추가 구조조정의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더군다나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 의무 지출이 늘어나 재정 여건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특히 4대 공적연금(국민·공무원·사학·군인)과 건강보험,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된 의무 지출은 정부가 임의로 줄일 수 없는 예산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를 견인하는 두 수레바퀴인 내수와 수출이 모두 고장 난 상황에서 (전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를 유지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안 교수는 향후 5년간 재정 정책의 방향을 정할 때 경제 상황에 따라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는 확장 재정을 통해 경제를 살려야 하지만 이 대통령 5년 임기 동안 계속 확장 재정 정책 기조를 유지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정은 긴급할 때 쓰라고 남겨두는 것"이라며 "지금 급하면 (재정을) 쓰는 게 맞지만 내수가 회복되고 더는 재정을 확장할 필요가 없을 땐 긴축 재정으로 돌아가 경기가 둔화하거나 침체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투데이/세종=조아라 기자 (abc@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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