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사람 뇌 닮은 시각 센서 등장… 로봇 사물 인식 정확도 87%로 끌어올려

한국일보
원문보기

사람 뇌 닮은 시각 센서 등장… 로봇 사물 인식 정확도 87%로 끌어올려

서울/ 22.7 °
인간 뇌의 신경전달 경로 모사해 설계
데이터 전송량 줄고 밝기 스스로 조절
UNIST·KIST·서울대 공동 연구진 개발
"자율차·드론 시각 체계에도 적용 가능"


성능 시험을 위해 합성된 그림을 기존 자율주행 기술용 시각 센서(왼쪽)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 공동 연구진이 새로 개발한 시각 센서가 각각 인식한 모습. UNIST의 센서가 그림 속 객체를 더 선명하고 정확하게 구분해 보여준다. 아래 네 그림들은 위 두 그림들 속 네모 안의 사람과 차량을 각각 확대한 것이다. UNIST 제공

성능 시험을 위해 합성된 그림을 기존 자율주행 기술용 시각 센서(왼쪽)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 공동 연구진이 새로 개발한 시각 센서가 각각 인식한 모습. UNIST의 센서가 그림 속 객체를 더 선명하고 정확하게 구분해 보여준다. 아래 네 그림들은 위 두 그림들 속 네모 안의 사람과 차량을 각각 확대한 것이다. UNIST 제공


국내 연구진이 사람의 뇌를 닮은 시각 센서를 개발했다. 자율주행차와 로봇이 급부상하면서 주변 환경을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는 기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이번 기술이 차세대 인공지능(AI)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서울대와 공동 연구를 통해 뇌의 시냅스를 모방한 로봇 시각 센서를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시각 센서는 기계의 '눈' 역할을 하며, 감지한 정보를 '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로 전달한다. 이때 모든 정보를 무작위로 전송하면 처리 속도가 느려지고 정확도도 떨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의 뇌처럼 필요한 정보만 골라서 전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결과를 담은 연구논문은 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연구진이 개발한 시각 센서는 뇌의 신경전달 경로를 모사해 설계됐다. 특히 신경전달에 관여하는 물질인 도파민과 글루타메이트가 중요한 정보를 구분하는 원리를 적용해, 명암 대비가 큰 시각 정보만 선택적으로 감지하도록 구현했다. 연구를 이끈 최문기 UN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고, 영상 데이터의 밝기와 대비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각 센서는 데이터 전송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인식 정확도를 눈에 띄게 향상시켰다. 영상 데이터 전송량은 기존 기술 대비 약 91.8%가 줄었고, 객체 인식 정확도는 86.7%까지 올라갔다고 연구진은 소개했다. 최 교수는 "초당 수십 기가비트에 달하는 영상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로봇 시스템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 센서가 지능형 시스템의 시각 처리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최창순 KIST 선임연구원은 "이 기술은 로봇, 자율주행차, 드론 등의 시각 기반 시스템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면서 "데이터 처리 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높여 차세대 인공지능 시각 기술의 핵심 솔루션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