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민의힘은 3년 만에 소수 야당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한덕수 전 총리, 막판에는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에 집중했는데 '반 이재명 빅텐트'를 치겠다고 했지만 정작 윤석열 전 대통령과는 선을 긋는데 실패하면서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한길 기자입니다.
[기자]
국민의힘 경선은 시작부터 어수선했습니다.
[권성동/국민의힘 원내대표 (지난 4월 4일) : 절대로 물러설 수 없고 져서는 안 될 선거입니다.]
관심은 온통 한덕수 전 총리의 출마에 쏠렸습니다.
[윤상현/국민의힘 의원 (지난 4월 8일) : 풍부한 국정 경험이라든지 여러 면에서 좋은 카드죠, 사실.]
경선 토론 역시 계엄에 대한 반성이나 정책 대결보단 대부분 말꼬리 잡기식이었습니다.
[홍준표/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지난 4월 20일) : 키도 크신데 뭐 하려고 키높이 구두를 신습니까?]
[한동훈/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지난 4월 20일) : 청년이 아니신 것 같은데요. 그런 질문하시는 거 보면.]
경선에서 김문수 후보는 한 전 총리와 단일화를 내걸고 1위에 올랐습니다.
[황우여/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 (지난 5월 3일) : 김문수 후보가 선출됐음을 선포합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렸습니다.
당 지도부는 곧바로 단일화를 하자고 했고, 김 후보는 시간을 달라며 숨바꼭질을 벌였습니다.
[권성동/국민의힘 원내대표 (지난 5월 6일) : 여보세요? 소리샘 서비스만 걸리네. 안 받으시고.]
어렵사리 협상 테이블에 앉은 두 사람, 갈등만 부각됐습니다.
[한덕수/전 국무총리 (지난 5월 8일) : 책임 있으신 거죠. 책임 있으신 거죠.]
[김문수/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난 5월 8일) : 왜 저한테 책임을 묻습니까]
[한덕수/전 국무총리 (지난 5월 8일) : 스물두 번이나 (단일화)하겠다고 하셨는데 왜 또 일주일을 연기합니까?]
[김문수/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난 5월 8일) : 그러면 자, 후보님께서는 왜 지금 뒤늦게 나타나서…]
단일화가 어려워지자 국민의힘은 마치 군사 작전하듯 후보를 바꾸려 했습니다.
토요일 새벽, 기습적으로 김 후보의 자격을 취소했고 한 전 총리 혼자 후보로 등록했습니다.
하지만 24시간도 안 돼 당원 투표에서 부결됐습니다.
민주주의 정당이 보여준 비민주적인 모습에 중도층은 물론 보수 유권자들도 실망했습니다.
표 계산엔 집중하면서 정작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극우 세력과는 단절하지 못했습니다.
[김문수/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난 5월 13일) : 대통령께서 탈당하느냐, 안 하느냐 하는 것은 본인의 뜻입니다.]
12.12 군사 반란에 가담한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을 선대위 상임고문으로 위촉했고, 대표적인 '친윤인사' 윤상현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했습니다.
잦은 말실수도 이어졌습니다.
[김문수/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난 5월 12일) : 여기 배현진 의원은 '미스 가락시장' 이렇게 뽑았으면…]
[설난영/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유튜브 '포항시민방송 정석목TV'/지난 5월 1일) : 노조는 아주 그냥 과격하고, 세고, 못생기고…]
격차가 좁혀지지 않자 마지막까지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에 매달렸지만 실패했습니다.
[이준석/개혁신당 대선 후보 (지난 5월 26일) : 계엄을 일으키고도 어떻게든 말장난을 해가지고 집권해 보려는 계획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저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지난해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은 당정 간의 엇박자, 철학과 비전의 부재 등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그 후 1년 여 만에 치러진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했다는 지적입니다.
[영상편집 이지훈 / 영상디자인 조성혜 / 영상자막 장재영]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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