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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슬두 의미 모르면 두산 유니폼 자격 없다"…대행 첫날부터 일침→파격 속 3-11 대패→리빌딩 버튼 명분 찾았나 [잠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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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슬두 의미 모르면 두산 유니폼 자격 없다"…대행 첫날부터 일침→파격 속 3-11 대패→리빌딩 버튼 명분 찾았나 [잠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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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잠실, 김근한 기자) 이승엽 전 감독과 결별한 두산 베어스가 2025년 리빌딩 버튼 명분을 찾았을까. 두산 조성환 감독대행도 과감한 세대교체를 시사하는 강한 발언을 내뱉었다. 또 파격적인 기용과 더불어 최근 몇 년 동안 두산에서 사라진 '허슬두' 부활을 희망했다.

두산은 지난 2일 이승엽 전 감독의 자진 사퇴와 더불어 조성환 감독대행 선임 소식을 알렸다.

이 감독은 리그 9위까지 처진 팀 성적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2018년부터 두산 코치 생활을 오래 이어왔던 조성환 감독대행이 당분간 팀을 책임지게 됐다.

조 감독대행은 3일 부임 첫날부터 취재진과 만나 예상보다 수위가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결국, 시즌 초반부터 자신의 몫을 하지 못한 베테랑들을 향한 경고 메시지와 함께 젊은 선수들의 분발을 자극하는 방향이었다.

말뿐만 아니라 행동이 먼저 이뤄졌다. 두산은 3일 경기를 앞두고 올 시즌 초반 부진을 겪었던 베테랑 양석환, 강승호, 조수행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조 감독대행은 "오늘(3일) 엔트리 변화는 내가 직접 제안했다. (2군으로 내려간 선수들이) 주전으로서 책임감을 더 가져야 한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든 2군 보고를 받든 준비가 됐다고 판단하면 다시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테랑 선수들에게도 경고 메시지가 전해졌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게 아니라 팀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단 뜻이었다.

조 감독대행은 "해줘야 할 선수들이 해줘야 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베테랑 주축 선수들에게 딱 한 가지만 얘기했다. 야구장에서 인상을 쓰지 마라고 강조했다. 그래야 젊은 선수들이 눈치를 안 보고 마음껏 플레이를 할 수 있다. 2군으로 내려간 선수들도 다시 만나면 그 얘기부터 할 것"이라고 목소릴 높였다.

조 감독대행의 과감함은 엔트리 교체에서 끝나지 않았다. 조 감독대행은 3일 경기에서 정수빈(중견수)-김대한(좌익수)-케이브(우익수)-김재환(지명타자)-김기연(포수)-임종성(3루수)-김민혁(1루수)-김준상(2루수)-박준순(유격수)으로 이어지는 파격적인 선발 타순을 구성했다.


조 감독대행은 "젊은 선수들이 실수를 할 수 있지만, 망설이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과감하게 플레이했으면 한다. 어쨌든 준비된 선수는 꼭 쓸 거다. 어설프게 야구하면 나도 어설프게 대할 거라고 전달했다. 오늘 선발 라인업도 상대 선발을 고려한 게 아니라 기회를 받아도 된다고 생각되는 선수를 넣었다"라고 전했다.

2018년부터 오랜 기간 두산에 있었던 조 감독대행은 베테랑과 신예 사이에 있는 중간 선수들이 '핵심 자원'으로 커 주지 못한 아쉬움을 콕 짚어 지적했다.

조 감독대행은 "팀 성적이 안 나오니까 여러 가지 문제가 나온다. 일단 코어가 조금 부족해 보인다. 베테랑과 어린 선수 중간 역할을 해야 할 선수들이 조금 더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면 팀이 크게 휘둘리지 않았을 거란 아쉬움이 있다"라고 바라봤다.






두산 베어스 야구를 대표하는 단어는 단연 허슬두다. 허슬두의 의미를 모르는 선수는 두산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없다는 표현까지 조 감독대행의 입에서 나왔다.

조 감독대행은 "10개 구단 중에 허슬두만큼 좋은 의미가 있는 단어가 어딨냐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포기하지 않고 끈끈하게 하나가 돼서 쉽게 볼 수 없는 팀이 돼야 한다. 허슬두의 의미를 모르면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며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으면 팬들도 포기하지 않는단 말을 좋아하는데 조만간 팬들도 포기하겠단 느낌을 받았다. 선수들이 더 진심을 담아서 플레이했으면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조 감독대행의 첫 승은 시작부터 찾아오지 않았다. 감독대행으로 첫 경기인 지난 3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선 3-11로 대패를 당했다. 하지만, 두산 벤치는 이전과 확연히 다른 방향성의 운영을 선보였다. 베테랑이 아닌 젊은 선수 위주의 야수 기용과 더불어 뒤진 상황에서도 크게 무리하지 않는 마운드 기용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신인 내야수 박준순의 안정적인 유격수 수비와 멀티히트 활약상, 그리고 차세대 거포 김동준의 데뷔 첫 안타라는 인상적인 그림이 나왔다.

두산은 올 시즌 23승 3무 33패로 리그 9위까지 처졌다.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 삼성 라이온즈와 격차는 무려 7경기까지 벌어졌다. 시즌 59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선뜻 중상위권 도약이 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적이다.

조성환 대행도 "시즌 전 한국시리즈 진출을 함께 목표로 세웠지만, 냉정하게 지금 시점에서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는 선뜻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어쨌든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지금 이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건지 선수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두산이 결국 2025시즌 리빌딩 버튼을 본격적으로 언제 누를지도 관건이다. 아직 시즌을 포기하기 이른 시점이지만, 전체적인 팀 방향성이 전임 감독 퇴진 뒤 확연히 달라진 건 구단도 그만큼 고심을 거듭했단 뜻이기도 하다.

특히 야수진에서 보다 더 탄탄한 전력 구축이 필요하다. 앞서 1차 지명으로 뽑았던 외야수 김대한과 내야수 안재석이 앞서 조 감독대행이 말한 중간 역할을 해야 할 때가 곧 다가온다. 장타자와 교타자가 조화롭게 배치될 수 있는 야수진 육성 및 운영 방향성이 절실하다. 물론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단할 수 없지만, 이번 변화를 반기는 외부 목소리가 꽤 크다는 걸 구단도 잘 인지할 필요가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한준 기자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