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는 방안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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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기획재정부는 악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후보는 기재부가 "왕 노릇을 한다"는 지적에 공감하면서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고 비판해왔다. 새 정부 출범 후 기재부 조직을 개편해 권한을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 공약집에서 기재부 조직개편을 공식화했다. 예산 기능을 분리하는 게 핵심이다. 기재부 권한의 핵심이 예산이라는 인식에서다. 기재부는 예산 편성권을 토대로 주요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경제 컨트롤타워'로 불린다.
기재부 조직은 그동안 몇 차례 바뀌었다. 모체는 1948년과 1961년 각각 설립된 재무부, 경제기획원이다. 김영삼 정부는 1994년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통합해 재정경제원을 만들었다. 재정경제원은 1998년 재정경제부로 개편됐고, 이듬해 기획예산처가 신설됐다.
재정경제부는 경제정책, 금융, 국고, 세법, 외환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기획예산처 소관 업무는 예산, 재정 등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해 기재부를 신설했다. 기재부를 비판적으로 보는 입장에선 이때부터 '공룡 부처'가 등장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대선 후보 수락 연설 직후 "세부적인 안은 나중에 발표하겠지만 (기재부에)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돼 있어 남용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재부를 이명박 정부 이전 시절인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회귀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국무총리 소속으로 기획예산처를 신설해 기재부 예산 기능을 기획예산처로 이관하고 기재부의 명칭을 재정경제부로 변경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대통령과 기재부의 과거 악연도 회자된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 지역화폐와 광역버스 준공영제 등의 예산을 두고 기재부 반대에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홍남기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기재부 내부적으로도 조직개편 가능성을 두고 술렁이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직후 추가경정예산이나 세법개정안, 본예산 등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기재부 쪼개기'가 현실화할 경우 변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개편 여부, 개편할 경우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결정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기재부 개편이 시기적으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개편 자체에 대해선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나 "기재부를 좀 정리해야 할 것 같다"고 재확인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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