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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출구조사 두 자릿수 격차에 적막만... 김문수 '골든 크로스' 기대는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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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출구조사 두 자릿수 격차에 적막만... 김문수 '골든 크로스' 기대는 물거품

서울맑음 / 26.1 °
김문수 39.3% 득표율 예상에 침통
마른 세수, 깊은 한숨, 두 눈 질끈
"개표 지켜보겠다" 하나둘 자리 떠나


김용태(가운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출구 조사 결과를 보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상윤 기자

김용태(가운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출구 조사 결과를 보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상윤 기자


"...."

한동안 정적만이 흘렀다. 3일 오후 8시 방송 3사(KBS·MBC·SBS)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개표상황실에 모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얼어붙었다. 낮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긴 한숨만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대선 막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상대로 역전승을 노려볼 수도 있다는 기대가 커지기도 했지만, 결과는 두 자릿수 격차가 예측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끝내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침묵만 감돈 상황실… "개표 지켜보겠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 분위기는 시작부터 무거웠다. 출구조사 공개 직전 10초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목소리도 없었다. 곧이어 상황실 앞 모니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51.7%,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39.3%,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7.7%"라는 예측이 나오자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고, 이정현 공동선대위원장은 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술렁거리는 모습조차 없었다.

지역별 출구조사가 공표되는 동안에도 침묵은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특히 전력을 다했던 수도권에서 패배하는 결과가 나오자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부산과 경남, 대구 등 '보수 텃밭'에서 이 후보를 앞서는 조사가 나왔지만, 잠시 안도할 뿐 반색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충격적인 결과에 권성동·김기현·윤상현 선대위원장 등은 일찍이 상황실을 떠났다. 김 위원장도 오후 8시 40분쯤 "개표 상황이 진행 중이니 겸허히 지켜보겠다"며 비대위원장실로 향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 선대위원장들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있다. 하상윤 기자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 선대위원장들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있다. 하상윤 기자


두 자릿수 격차에 충격


국민의힘은 예상보다 큰 격차가 예측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은 KBS 인터뷰에서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인다"며 "오차범위 내에서 다소 열세나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 상당히 많은 차이가 나온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 신동욱 선대위 대변인단장은 YTN에 "기대보다 못 미치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개표가 끝날 때까지 차분하게 지켜보겠다"면서도 "국민의 뜻이 개표 결과로 그대로 드러난다면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두 번 탄핵당한 당이었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게임이었는데 아쉽게 됐다"고 적었다.

당초 국민의힘은 대선 막판에 '골든 크로스'(지지율 역전)가 시작됐다고 주장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어 투표율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판단해 마지막까지 투표 독려에도 힘썼다. 양향자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BBS 라디오에서 "김문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바짝 쫓는 형국에서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맞았다"며 "골든 크로스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상황실에서도 일찍이 의원 40여 명이 '김문수' 이름이 적힌 선거 운동복을 입고 모여 "고생했다"며 악수와 격려를 나눴다. 김 후보 지지를 선언한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도 상황실에 나타나 선대위 관계자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 선대위원장들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다 자리를 떠나고 있다. 하상윤 기자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 선대위원장들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다 자리를 떠나고 있다. 하상윤 기자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받아든 뒤 상황은 달라졌다. 의원들이 자리를 뜨면서 상황실 1, 2열은 텅 비었다. 손 전 대표도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 출구조사 결과만 반복적으로 흘러나온 지 1시간이 지난 뒤에는 황우여·안철수·양향자 선대위원장만 남아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 김 후보는 이날 10시까지 상황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서울 봉천동 자택에 머물렀다. 개표가 어느 정도 진행된 뒤 당선인 윤곽이 드러나면 상황실을 찾을 예정이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김민기 인턴 기자 alsrl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