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수 시절의 이범호 KIA 감독(오른쪽)이 2017년 9월 열린 광주 삼성전에서 당시 현역 선수 마지막 시즌을 치르던 이승엽 두산 전 감독의 은퇴 투어를 맞아 반가운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한국 야구 한 획을 그으셨던 분, 무게감 이해한다.”
프로야구 KIA와 두산의 시즌 7차전이 벌어지는 3일 서울 잠실야구장. 대통령 선거를 맞은 임시공휴일에다가 화창한 날씨까지 찾아왔다. 하지만 양 팀의 분위기는 그저 밝을 수 없었다. 전날(2일) 전해진 이승엽 두산 감독의 자진 사퇴 소식 때문이다. 성적 부진(23승3무32패·9위)에 책임을 통감한 이 감독은 결국 두산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날부터 1군 퀄리티컨트롤(QC) 코치를 맡던 조성환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두산을 이끈다. 조 감독대행은 “이승엽 전 감독님이 큰 책임을 지셨다”며 무거운 책임감과 전 감독을 향한 죄송한 마음을 띄워보내기도 했다.
지난 4월20일 이후 오랜만에 잠실을 찾은 이범호 KIA 감독의 감정도 마냥 편하지 않다. 이 감독은 “마음이 무거운 경기다. 어제(2일) 소식을 접하고 난 뒤부터 좀 심란했다. 우리나라 야구계에 한 획을 그으셨던 분이다. (감독으로서) 무게감을 충분히 이해한다. 감독님께서 어려운 선택을 하셨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반복되는 잔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사령탑으로서 느끼는 고충을 공감하기에 건넬 수 있는 조심스러운 한마디였다.
이승엽 전 감독의 쓸쓸한 퇴장 속에서 이범호 감독은 이날 조성환 감독대행과 첫 지도자 대결을 펼쳐야 한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워낙 승부욕이 강하시고, 승부에 있어 냉철하시다는 느낌을 받았다. 선수 시절 롯데라는 좋은 팀에서 리더로서 역할도 굉장히 잘하셨던 분이기 때문에, 충분히 두산을 더 좋은 팀으로 발전시킬 수 있으시지 않을까 싶다”는 덕담을 건네면서도 “그에 맞춰 우리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섬세한 면도 있으시고 심리적으로도 스마트하신 분이다. 이번 3연전 이후에 또 만나게 되면 많은 작전도 준비하실 거라는 느낌이 있다. 배울 수 있는 건 많이 배우고 체크하며 공부를 해야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힘줘 말했다.
![]() |
이범호 KIA 감독이 잠실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
잠실=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 스포츠월드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댓글 블라인드 기능으로 악성댓글을 가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