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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2일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각 국가별 관세 부과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무효라는 최근 미국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오는 데는 좌우를 망라한 유명 법률가와 전직 관료들의 참여가 적잖은 기여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보수주의자들이 참여한 분노의 서면이 트럼프의 관세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앞서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디시(D.C.) 연방항소법원은 1심인 연방국제통상법원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등을 무효로 판단한 판결의 집행을 일시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같은 날 이와 별도의 사건에서 1심을 맡은 워싱턴디시(D.C.) 연방지방법원은 관세 부과를 금지하고, 판결 효력을 14일간 유예한 바 있다.
지난 4월 1심 법원인 연방국제통상법원에는 14명의 법률가와 전·현직 관료들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린 원고 쪽 서면이 제출된 바 있다. 1심 연방국제통상법원은 이 서면의 주장대로 관세를 무효라고 판결했고, 또 다른 사건의 1심인 워싱턴디시(D.C.) 연방지방법원 판사도 이 서면을 8차례나 인용했다.
일야 소민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서면은 그동안 내가 거의 본적 없는 방식으로 정치적 성향을 가로질러서 유명 헌법학자들을 단결시켰다”고 말했다. “리처드 앱스타인, 스티브 칼라브레시, 해럴드 고의 이름을 하나의 서면에서 보게 되리라고 상상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들은 다 같이 모여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가 그들을 한 데 모이게 했다.”
서면에 참여한 리처드 앱스타인 뉴욕대 법대 교수는 영향력이 막강한 자유주의 법학자다. 한국계 미국인인 해럴드 고(고홍주) 예일대 법대 교수는 인권 전문가로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법률 고문을 역임한 진보적 법률가다.
보수 진영 인물들의 면면은 더욱 화려하다. 스티브 칼라브레시 연방주의협회 공동회장은 로널드 레이건과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법학자다. 서면에 참여한 조지 앨런과 존 댄포스, 척 헤이글(오바마 정부 국방부 장관) 등 전직 상원의원 모두 공화당 소속이다. 필립 젤리코는 아들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국무부 고문이자 9·11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냈다.
서면을 작성한 마이클 맥코넬 스탠퍼드대 법대 교수는 “서면에 참여한 이들의 존재감으로 사안의 중대성에 대해 (법원에) 신호를 주는 것이 우리의 기대였다”고 말했다. 맥코넬 교수는 아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지명으로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일했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보수적 법률가 집단 사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단지 원고 쪽 인사들만이 아니라 사건의 내용에서도 보수 법조계에서 중시해온 두 원칙이 버티고 있다고 짚었다. 대법원이 보수 대법관 우위인 상황이라도 쉽게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하나는 ‘입법권 위임금지원칙’으로, 의회가 제한 없는 입법권을 행정부에 넘겨줄 수 없다는 원칙이다. 다른 하나는 ‘중대 질문 원칙’으로 미 의회가 명시적으로 위임하지 않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면에서 이 두 원칙을 강조하는 대목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은 법원에 선택지를 제시한다. 전자는 (행정부가) 중대한 경제적 사안을 결정하는 데는 (국회의) 명확한 법적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후자는 행정부가 모호하고 포괄적인 법률 용어로 국가의 상업적 틀을 일방적으로 다시 짜는 것이다. 법원은 반드시 전자를 선택해야 한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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