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이데일리 언론사 이미지

"존재만으로 위험해져"…미국 내 유대인들, 잇단 테러에 '벌벌'

이데일리 방성훈
원문보기

"존재만으로 위험해져"…미국 내 유대인들, 잇단 테러에 '벌벌'

서울 / 1.1 °
콜로라도 화염병 테러 용의자 1년 전부터 계획 '충격'
反유대주의 사상 최고…"공공장소도 안전하지 않아"
트럼프 “절대 용납 못해…바이든 국경 정책 탓"
"반유대주의는 증오범죄…이스라엘 비판과 구분해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내 유대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유대인들을 겨냥한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서다.

1일(현지시간) 친(親)이스라엘 시위 참가자들을 상대로 화염병 테러가 발생한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시 펄 스트리트에 경찰 저지선이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AFP)

1일(현지시간) 친(親)이스라엘 시위 참가자들을 상대로 화염병 테러가 발생한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시 펄 스트리트에 경찰 저지선이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AFP)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전날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시에서 친(親)이스라엘 시위대를 겨냥해 화염병 테러를 저지른 용의자 모하메드 솔리먼(45)은 1년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수사 결과 확인됐다. 그는 진술 도중 수사관들에게 “모든 시오니스트를 죽이고 싶었다”고 자백했다.

솔리먼의 범행으로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으나, 최소 12명이 부상을 당했다. 피해자들은 52∼88세 고령으로,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 생존자도 포함돼 충격을 더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솔리먼은 이집트 출신 불법체류자로 2005년 미국에 망명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다. 이후 쿠웨이트에서 17년 간 거주하다 3년 전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로 이주했다.

콜로라도주 검찰은 솔리먼에게 1급 살인미수 혐의 16건을 비롯해 방화 기기 사용 2건, 방화 기기 사용 미수 등의 혐의 16건 등을 적용했다. 모두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장 384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연방 당국은 증오범죄 혐의로 솔리먼을 기소했다.

미국 내 유대인 커뮤니티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지난달 21일 워싱턴DC에서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커플 2명이 총격으로 사망한 지 열흘 만에 공공 장소에서 또다른 반(反)유대주의 테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중순에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관저에서 반유대주의 방화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특히 친이스라엘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공공 장소에 유대인이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아울러 반유대주의 감정이 반이스라엘 시위와 맞물려 폭력으로 번지는 ‘새로운 패턴’도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명예훼손연맹(ADL)에 따르면 미국 내 반유대주의 사건은 2023년 8873건, 2024년 9354건 등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1년 동안 1만건이 넘는 반유대주의 사건이 보고됐으며, 언어·온라인 괴롭힘, 기물 파손, 신체 폭행 등 모든 유형에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유대인위원회(AJC) 조사에서는 유대인 3명 중 1명이 최근 1년 내 반유대주의 공격을 직접 경험했고, 응답자 77%가 “미국에서 유대인으로 사는 것이 더 위험해졌다”고 답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좌파 진영과 우파 진영 모두에서 위협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미국 내 반유대주의는 극우 백인우월주의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스라엘-가자전쟁 반대 시위 등 진보 진영에서도 폭력·혐오가 확산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범행 용의자들은 하나같이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고 외쳤다.


유대계 단체들은 “이스라엘 비판과 반유대주의는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며, “유대인을 표적으로 삼는 폭력은 명백한 증오범죄”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ADL의 최근 보고서에선 전체 반유대주의 사건의 58%가 이스라엘·시온주의 관련 구호와 연관돼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1월 ‘반유대주의 추가 대책’ 행정명령을 발동, 대학·공공기관의 반유대주의 조사 및 연방자금 중단 등 초강경 조치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콜로라도주 화염평 테러와 관련해 트루스소셜에서 “이런 공격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며 “그(용의자)는 우리나라를 매우 심각하게 해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터무니없는 국경 개방 정책을 통해 (미국에)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나)의 정책’에 따라 (미국 밖으로) 추방돼야 한다”며 “테러 행위는 법에 따라 최대 한도로 기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대인 인권단체들은 “위험한 언어가 실제 폭력으로 이어지는 현실”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반유대주의가 좌우 정치, 국제 분쟁, 온라인 혐오 등과 결합해 미국 사회 전반을 위협하는 실존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