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홍 기자] 우크라이나가 '거미집(Spider Web)' 작전으로 러시아 본토 깊숙한 군사 시설에 치명타를 날리면서 군사용 드론이 현대 전쟁의 판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대담한 공격은 단순히 하나의 군사 작전을 넘어 드론 기술의 경이로운 발전 속도와 그것이 전장과 국제 안보에 미치는 심대한 영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첨단 드론 기술의 실전 경연장이자 혁신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하며, 드론의 군사적 활용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거미집', 철옹성 뚫고 러시아 심장부를 겨누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첨단 드론 기술의 실전 경연장이자 혁신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하며, 드론의 군사적 활용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거미집', 철옹성 뚫고 러시아 심장부를 겨누다
우크라이나가 1일(현지시간) 드론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했다. '거미집' 작전'으로 소형 1인칭 시점(FPV) 드론을 일반 화물 트럭 등으로 위장, 러시아 국경을 넘어 내륙 깊숙이 침투시킨 후 목표 지점 인근의 은밀한 장소에서 드론을 발진시켰다. 정보국 요원들이 침투해 드론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기념비적인 전과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년 반에 걸친 준비 끝에 117대의 드론이 러시아의 광활한 영토 내 군사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선언했다.
러시아에겐 악몽이다. 이 작전으로 최신예 Tu-160 전략폭격기를 비롯한 군용기 40여 대와 대량의 크루즈 미사일 등 약 70억 달러 규모의 전략 자산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국경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시베리아의 공군기지까지 공격 범위에 포함되면서 러시아는 자국 영토 방어에 대한 심각한 허점을 노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년 반에 걸친 준비 끝에 117대의 드론이 러시아의 광활한 영토 내 군사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선언했다.
러시아에겐 악몽이다. 이 작전으로 최신예 Tu-160 전략폭격기를 비롯한 군용기 40여 대와 대량의 크루즈 미사일 등 약 70억 달러 규모의 전략 자산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국경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시베리아의 공군기지까지 공격 범위에 포함되면서 러시아는 자국 영토 방어에 대한 심각한 허점을 노출했다.
작전의 백미는 공격 방식의 교묘함과 대담함이다. 우크라이나 보고서에 따르면, 이 FPV 드론들은 광범위하게 구축된 상용 4G/LTE 이동통신망을 통해 원격 조종되어 정밀성을 키웠다. 민간 기술과 군사 작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자동조종 시스템인 아두파일럿(ArduPilot)과 같은 오픈소스 기술의 활용도 신속한 개조와 배치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1941년 진주만 공습에 버금가는 충격"이라 표현했고, 영국 BBC 방송은 "전쟁 발발 후 가장 정교하게 수행된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전장의 지배자로 떠오른 군사용 드론
오늘날 전장을 누비는 첨단 드론은 하루아침에 등장한 것이 아니다. 다만 처음에는 공격보다 정찰의 개념이었다. 100여 년 전 니콜라 테슬라의 무선 조종 기술에서 싹을 틔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표적기로 활용되던 '라디오플레인 OQ-2' 등을 거쳐 냉전 시대에는 '라이언 파이어비'와 같이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21세기 초 9.11 테러 이후 MQ-1 프레데터에 헬파이어 미사일이 장착되면서 본격적인 '킬러 드론'의 시대가 열렸다.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주역은 단연 1인칭 시점(FPV) 드론이다. 헐리우드 영화에 자주 등장해 대중에게 익숙하다. 게임 컨트롤러와 고글을 이용해 조종하는 이 소형 드론은 대당 가격이 수백 달러에 불과하지만 그 효과는 엄청나다는 평가다. 병력, 참호, 장갑차량은 물론 수십억 달러 가치의 전략폭격기까지 정밀 타격하며 '가성비의 왕'으로 등극했다.
우크라이나군은 FPV 드론을 전체 공격의 약 80%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되어 비행 안정성을 높이고, 표적의 취약점을 자동으로 식별해 공격하거나 통신이 끊긴 상황에서도 머신 비전으로 목표물을 끝까지 추적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하늘의 '배회하는 암살자'로 불리는 배회형 자폭 무인기(Loitering Munition) 역시 중요한 변수다. 목표 상공을 맴돌며 기다리다가 기회가 포착되면 그대로 돌진해 자폭 공격을 감행한다.
러시아가 주로 운용하는 중이다. 이란이 러시아에 대량 공급한 샤헤드-136(러시아명 게란-2)은 최대 4000km(개량형 기준)에 달하는 항속거리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후방의 에너지 시설과 군 지휘부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다.
샤헤드-136은 저렴한 비용과 군집 운용 능력을 특징으로 하며 여러 대가 동시에 공격해 방공망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여기에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란셋(Lancet)은 M777 곡사포, KRAB 자주포 등 서방이 지원한 고가치 군사 장비를 정밀 타격하는 데 명성을 떨치고 있다. 다양한 탄두를 장착할 수 있으며 광학-전자 유도 방식과 야간 작전을 위한 열상 카메라까지 탑재해 주야간 가리지 않고 공격을 퍼붓고 있다.
란셋-3 개량형의 경우 자율 표적 포착 기능에 결함이 보고되는 등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과제도 남아 있으나 그 위력은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다.
전통적인 군사용 드론의 강자인 중고도 장기체공 무인기(MALE UCAV)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터키제 바이락타르 TB2는 전쟁 초기 레이저 유도폭탄 MAM-L/C를 장착하고 러시아 기갑부대와 방공 시스템에 상당한 타격을 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러시아군의 전자전 능력과 방공망이 강화되면서 최근에는 직접 타격보다는 정찰 및 표적 유도 임무에 더 집중하는 양상이지민 여전히 전장을 흔드는 강력한 변수다. 또 미국의 MQ-9 리퍼나 RQ-4 글로벌 호크와 같은 고성능 드론들은 장시간, 고고도에서 활동하며 광범위한 지역에 대한 정밀 감시 및 타격 능력을 제공, 전장을 '손금 보듯' 들여다보는 '하늘의 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편 전장에서 드론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이를 막기 위한 전자전(Electronic Warfare, EW)도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부각하는 중이다. 이제 양측은 적 드론의 조종을 방해하는 재밍(전파방해), GPS 신호를 교란해 드론을 엉뚱한 곳으로 보내거나 추락시키는 스푸핑, 그리고 적의 전자신호를 탐지하는 전자정찰 등 치열한 전자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전자기 스펙트럼에서의 우위를 점하는 것이 드론전의 승패를 가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광섬유 유선 유도 드론이나 AI 기반 표적획득 시스템처럼 전자전에 더 강한 드론과, 러시아의 사니야(Saniya) 및 테트라헤드론(Tetrahedron)과 같은 대(對)FPV 드론 시스템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전장의 문법이 달라지고 있다
군사용 드론의 광범위한 실전 배치는 전쟁 수행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무엇보다 드론 정찰의 보편화로 전장이 이전보다 훨씬 '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의 병력 이동이나 공격 준비 징후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기습의 효과는 줄고, 대신 참호와 요새를 활용한 방어적 전쟁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거미집' 작전이 보여주듯, 저렴한 드론을 활용한 종심 타격 능력의 대중화는 군사 강국과 약소국 간의 비대칭성을 일정 부분 상쇄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과거에는 고가의 장거리 미사일이나 전략폭격기를 보유한 국가만이 가능했던 적 후방 깊숙한 곳의 핵심 시설 공격이 이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드론과 창의적인 전술의 결합으로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공중 전력의 민주화'다. 이제 약소국에게 새로운 형태의 억제력을 제공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동시에 이러한 능력은 비국가 행위자에게 넘어갈 경우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속적인 드론 공격의 위협은 적군에게 극심한 심리적 압박감을 주고 부대 사기를 저하시키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반대로 아군에게는 적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자신감과 효능감을 불어넣어 전쟁 수행 의지를 다지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이후 세계 최대의 드론 기술 시험장이자 혁신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연간 1000만 대의 드론을 자체 생산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고, FPV 드론을 여러 대 싣고 날아가 발사하는 '모함 드론'(GOGOL-M)이나 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델타' 및 '크로피바'와 같은 통합 상황인식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DJI와 같은 상용 드론 부품이나 아두파일럿 같은 오픈소스 자동조종 시스템의 광범위한 활용은 이러한 신속한 기술 개발과 배치를 가능케 하는 동력이다. 그러나 동시에 외국 부품에 대한 의존성과 적군에 의한 동일 기술 습득 및 활용 가능성이라는 양날의 검이라는 분석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미국, 중국, 터키, 이스라엘, 러시아 등이 군사용 드론 개발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AI 기반 자율비행, 스텔스 기능 등 최첨단 기술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으며, 중국은 '지능화 전쟁' 개념 아래 다양한 종류의 드론을 자체 개발하고 공격적인 수출 정책을 통해 국제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터키의 바이카르 테크놀로지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바이락타르 TB2의 실전 성공을 발판 삼아 일약 신흥 드론 강국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중동의 강자 이스라엘도 오랜 기술 축적을 바탕으로 정찰, 공격, 자폭 무인기 등 다방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러시아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란셋, 오리온 등 자국산 드론의 실전 운용 경험을 축적하며 성능 개량에 힘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래 전장에서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완전 자율비행 드론, 수천 대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벌떼처럼 달려드는 군집(Swarm) 드론 기술, 그리고 유인 전투기와 무인 드론이 한 팀을 이루어 작전을 수행하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의 '리플리케이터' 프로그램이나 중국의 '주톈' 드론 모함 등이 이러한 미래전의 단면이다.
창공의 학살자, 무법자가 될까?
군사용 드론의 발전과 확산은 전투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민간인 사상자 발생 문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자율살상무기(LAWS) 개발에 대한 윤리적 논쟁, 그리고 테러 단체 등 비국가 행위자로의 드론 기술 확산과 같은 심각한 도전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상업용 기술과 민간 통신 인프라가 군사작전에 직접적으로 활용되면서 민간 영역과 군사 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은 국제인도법 적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거미집' 작전의 의미가 새로운 이유다. 드론이라는 신기술이 가져올 미래 전쟁의 냉엄한 현실과 함께, 인류에게 기술 발전의 책임 있는 사용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칭 전력의 활용과 기술의 발전, 윤리, 민간과의 협력 등에서 따져보고 정립해야 할 사안들이 ㅓ무 많다. 새로운 전쟁의 규칙이 실시간으로 쓰이고 있는 지금, 드론의 개발과 사용에 대한 국제적 규범을 정립하고 확산을 통제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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