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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투표율,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어느 쪽에 유리할까? [이슈크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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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투표율,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어느 쪽에 유리할까? [이슈크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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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대통령선거일인 3일 울산 남구 신정중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옥동 제3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21대 대통령선거일인 3일 울산 남구 신정중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옥동 제3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제21대 대통령선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각 당의 여론전, 설화, 네거티브가 난무했는데요. 대선이 끝나갈 때마다 항상 나오는 얘기가 있습니다. 바로 투표율이 높거나 낮을수록 어느 쪽에 유리하느냐에 대한 얘기에요.

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 진영에 유리하고, 낮을수록 보수 진영에 유리하다는 것이 통상적인 평가입니다. 60대 이상 유권자들은 보수층의 비율이 높고 이들은 대체로 무슨 일이 있어도 투표를 한다는 거죠. 반면 60대 미만 유권자들은 대체로 진보 비율이 높지만, 세대 투표율에서는 60대 이상 유권자에 항상 밀리는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이번 대선은 사전투표율만 놓고 보면 전체 투표율이 직전 대선이었던 20대 대선 투표율(77.08%)과 비슷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돼요. 높은 투표율인 만큼 통상적인 예측대로라면 진보 진영의 압승이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이 높은 투표율이 항상 특정 진영이나 정당에 더 유리한 결과로 나왔느냐고 한다면, 최소한 21세기 이후 대선에서는 그러한 연관성은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20대 대선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2022년 3월 10일 새벽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국회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득표율이 역전되자 환호하고 있다.

20대 대선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2022년 3월 10일 새벽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국회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득표율이 역전되자 환호하고 있다.


역대 대선, 투표율과 연관성 없는 결과 '다수'


21세기 첫 대통령 선거였던 16대 대선의 투표율은 70.83%였습니다. 70%를 넘었으니 높은 투표율이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직전 대선이었던 15대 대선 투표율 80.65% 대비 9.82%포인트(p) 떨어진 수치였어요.

투표율이 낮을수록 보수 진영에 유리해야 하지만 결과는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의 승리였죠. 당시 노 후보는 2.33%p 차의 신승을 거뒀어요.

17대 대선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압승으로 끝난 선거죠. 2위였던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는 22.53%p라는 어마어마한 격차가 났어요. 심지어 보수 진영인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15.07%를 득표한 점을 고려하면 17대 대선은 진보 진영에 대한 심판론이 강하게 영향을 미친 선거였습니다.

17대 대선 투표율은 63.03%로 직전 선거 대비 7.80%p 떨어졌죠. 투표율이 떨어지면 진보 진영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해서라는 통념이 들어맞은 선거에요. 다만 17대 대선이 유일하게 통념과 일치한 대선입니다.

18대 대선의 투표율은 75.84%로 직전 대선 대비 12.81%p 급등했죠. 그렇다면 이 급등은 진보 진영에게 승리를 안겨 줬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18대 대선의 승자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였어요.


심지어 박 후보는 민주화 이래 치러진 대선에서 최초로 과반 득표에 성공한 후보로 남게 됐습니다. 높은 투표율로 당시 진보 진영의 기대감도 높아졌지만, 실제 결과는 양 진영의 결집으로 인한 투표율 상승에 불과했죠.

19대 대선은 77.23%의 투표율을 기록했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낙승으로 끝났습니다. 2위를 기록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17.05%p 격차가 났죠. 전체적으로만 보면 높은 투표율에 진보 진영의 승리로 끝나 통념이 일치한 것으로도 보입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통념과 반드시 일치했는지는 의문이 있어요. 비록 문 후보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 대선은 탄핵 여파로 치러진 선거이자 보수 진영의 분열로 인해 진보 진영의 승리가 확실시된 선거였습니다. 투표율이 높았음에도 문 후보의 득표율은 41.08%로 21세기 역대 대통령 당선자 중 가장 낮았습니다.

20대 대선의 투표율은 77.08%로 직전 대선과 큰 차이가 없었어요. 굉장히 높은 투표율이었지만, 결과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승리로 통념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죠. 이전까지는 국민은 집권당이 실정을 해도 한 번의 기회를 더 줘서 집권당이 바뀌면 최소 10년 집권한다는 통념이 있었는데, 이 통념도 최초로 깨졌어요.

이처럼 역대 대선 결과를 살펴보면 투표율이 높고 낮음으로 특정 진영 후보의 유불리를 따져보기 힘듭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이틀 앞둔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사진 왼쪽부터)가 울산광역시 일산해수욕장 앞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 광장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경기도 화성시 동탄호수공원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이틀 앞둔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사진 왼쪽부터)가 울산광역시 일산해수욕장 앞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 광장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경기도 화성시 동탄호수공원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1대 대선 화두, 계엄에서 성평등 인식·경제관념으로 바뀌어


이번 대선은 계엄으로 인한 탄핵 여파로 치러지는 만큼 투표율과 관계없이 19대 대선의 데자뷔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점쳐지고 있죠.

다만 선거운동 기간이 이어지면서 대선 후보 간 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대선 기간 주요 화두가 바뀐 영향으로 풀이되는데요. 이전까지는 계엄에 대한 심판이 주요 화두가 되면서 이재명 후보만이 심판의 적임자라는 인식과 함께 지지율이 치솟았죠.

하지만 후보 토론회에서 불거진 ‘호텔경제학 논란’, 이 후보 아들의 과거 성희롱 발언인 이른바 ‘젓가락 논란’이 대선의 화두가 되며 어느새 계엄이란 단어는 사라지고 후보들의 성평등 인식과 경제관념이 더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어요.

특히 이재명 후보의 아들 리스크가 선거 향방에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과거 이회창 후보도 비록 허위로 밝혀졌지만, 상대측에서 아들 병역 기피 의혹, 이른바 ‘병풍’으로 네거티브를 펼친 것이 낙선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히죠.

이번 대선도 이전처럼 투표율이 특정 진영이나 정당에 유의미한 결과를 주진 못할 것으로 보여요. 양당의 강성지지층은 각자의 이유로 다시 한번 결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이들을 제외한 연성 지지층과 중도 민심의 선택일 수밖에 없죠.


이번 대선 결과가 대세론의 마침표일지, 막판 대역전극일지는 여러분들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꼭 원하는 후보에 투표하세요.

[이투데이/김해욱 기자 (haewookk@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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