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형 스테이블코인 등장하면 머니무브 가속화
미국 예금 최대 37% 스테이블코인 이동 가능성
“은행권, 예금금리 높이거나 자체 발행 대응도”
미국 예금 최대 37% 스테이블코인 이동 가능성
“은행권, 예금금리 높이거나 자체 발행 대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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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성조기가 걸린 월가 전경.[로이터] |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스테이블코인이 이자 지급 등 투자 매력이 상승하면 미국 은행 예금에서 9000조원이 넘는 금액이 스테이블코인으로 대거 이동할 수 있다는 ‘머니무브(Money Move)’ 전망이 제기됐다. 이는 미국 은행 예금의 최대 37%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자 주는 스테이블코인, 예금 자금 빨아들일까
3일 미국 재무부 산하 차입자문위원회(TBAC)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은행 예금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자금 규모는 총 6조6000억달러(한화 약 9064조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예금(17조8000억달러)의 37%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는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거래성 예금(5조7000억달러)과 기타 거래성 예금(9000억달러)를 합한 값이다. 해당 자금들은 대부분 무이자인 데다 인출도 자유로워 유동성 위험에 노출된 자금으로 분류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이자를 지급하는 정기예금(2조9000억달러)과 비거래성 예금(8조3000억달러)은 상대적으로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됐다. 이에 TBAC는 “은행권이 안정적 자금조달을 유지하려면 수신금리 인상이나 기관자금 조달 확대 등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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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예금 내 거래성 예금들은 대부분 이자도 없고 출금도 자유로워 스테이블코인으로 ‘머니무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TBAC·유진투자증권] |
특히 이자를 지급하는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은 머니무브를 가속화시킬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이 준비자산 운용수익을 보유자에게 분배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허용할 경우,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에 견줄 수 있는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편의성에 집중하고 이자를 제공하지 않는 현재 구조를 유지한다면 예금 이탈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 스테이블코인이 송금·결제 등 한정적 수요에 머무를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재 비자(Visa), 마스터카드, 페이팔(PayPal) 등 글로벌 기업들은 결제·정산·리워드 등 영역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실물 경제에 통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조태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떤 방향으로든 은행 입장에선 스테이블코인의 부상으로 예금 고객들의 자금을 붙잡아 두기 위한 경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면서 “스테이블코인을 무이자 방식으로 규제하더라도 자금이 토큰화된 MMF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흐름까지는 차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은행 ‘스테이블코인 방어전’ 돌입...韓 아직 걸음마
글로벌 은행들도 머니무브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에선 예금 금리를 높이거나 은행이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JP모건을 비롯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은 컨소시엄 형태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예·적금 금리가 1%대임을 고려하면 스테이블코인 투자 흐름은 국내 시중은행에도 당장 위협 요소다. 투자 수요도 상당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고팍스)에서 거래된 스테이블코인 규모는 총 56조9537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3분기 거래대금은 17조원에서 4분기 60조원 넘게 뛰기도 했다.
한편, 국내는 대선 이후에서야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모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 필요성을 두고 큰 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추진 동력은 확보됐다는 평가다.
다만,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이 일종의 화폐 대체재라는 점에서 통화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중앙은행의 규제 아래 유통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은 총재는 ‘2025년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원화 표시 스테이블 코인을 은행에만 적용할 것인지 비은행권에도 허용할 것인지 금융 안정성 측면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어 미국보다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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