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브'서 장기이식 후 젊음 얻은 영춘 役
첫 악역 도전, 이재인 등 히어로와 결투
첫 악역 도전, 이재인 등 히어로와 결투
영화 '하이파이브'에서 젊은 영춘을 연기한 배우 박진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 |
깜짝 놀랄 등장에 묘한 흡인력, 통쾌한 액션까지 어우러져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배우 박진영이 첫 악역에 도전한 ‘하이파이브’로 이미지 변신에 제대로 성공했다.
영화 ‘하이파이브’는 장기이식으로 우연히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그들의 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 활극. 박진영은 극 중 췌장 이식 후 젊음을 얻게 된 새신교 교주 영춘을 연기한다. 오로지 영생만을 꿈꾸던 영춘은 또 다른 장기이식자들의 존재를 알게 되고, 모든 초능력을 독차지하기 위해 그들을 쫓기 시작한다. 주연배우이자 한 명의 관객으로 ‘하이파이브’를 지켜본 박진영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나 “영화를 보고나니 관객들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앞선다”며 설렘을 전했다.
영화 '하이파이브'에서 젊은 영춘을 연기한 배우 박진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 |
◆젊은 영춘, 이렇게 잘생긴 빌런이라니
첫 등장부터 스크린을 압도한다. 잘생긴 얼굴에 한 번, 신구(영춘)와 흡사한 말투에 또 한 번 놀란다. 세대를 초월한 두 사람의 연기 호흡에는 후배를 위한 신구의 배려가 있었다. 강형철 감독은 영춘과 젊은 영춘의 만남을 주선해 박진영의 캐릭터 구축을 도왔다. 박진영은 “영광스럽게도 내 대사를 (신구) 선생님이 다 읽어주셨다. 녹음도 해주셔서 연습하며 체화시켜나갔다”고 했다. 이어 “내 휴대폰에는 여전히 선생님 목소리가 남아있다”며 뿌듯한 미소를 보였다.
너무 기계처럼 따라 하게 되는 어느 순간부터는 연습을 멈췄다. 체화된 말투를 자신의 것에 융화시켜 나갔다. 현장에서 감독은 두 사람의 톤이 너무 똑같지는 않길 바랐다. 비슷한 말투가 나오면 오히려 “20%만 빼자”고 조언했다. 박진영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선을 타며 연기해야 했다. 감독의 “오케이” 사인에 묘한 희열과 뿌듯함까지 느껴진 이유였다.
갓세븐의 멤버로 데뷔해 아이돌 그룹으로 글로벌 활동을 펼쳤다. 불과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스타디움 공연을 성료할 만큼 인기 그룹의 멤버로 활약하며 가수와 배우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강형철 감독도 무대 위 박진영의 모습을 눈여겨봤다. 그는 “무대에 많이 서 본 나에게 교주로서 신도를 대하는 모습, 에너지를 발산하는 모습을 떠올리지 않으셨을까”라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가수로서 무대 위에 서는 것과 교주가 되어 배우로서 서는 무대는 또 달랐다. 가수는 음악을, 배우는 대사를 내뱉는다. 가장 크게 다가온 변화도 모든 에너지를 계속해서 대사로 표출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멤버별로 파트를 나눠 노래하는 그룹 활동을 했기에 더 크게 느껴졌다고 비교했다.
영화 '하이파이브'에서 젊은 영춘을 연기한 배우 박진영. NEW 제공. |
◆상탈·츄리닝·광기…박진영이 해석한 ‘영춘’
특히 젊은 영춘의 상반신 탈의신은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모았다. ‘짐승 같은 몸’이라는 대본상의 표현에 현실적인 고민을 거쳤다. 지방을 줄이고 근육의 결을 살려 초능력자 영춘의 몸을 만들었다. “처음 해보는 극단적인 다이어트였다. 아무도 없는 헬스장 탈의실에서 ‘눈바디’를 찍으며 변화를 지켜봤다”며 “두 달 반 동안 닭가슴살과 방울토마토, 고구마만 먹으며 5㎏은 뺀 것 같다. 너무 괴롭더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역시 다이어트는 먹으면서 하는 다이어트가 최고다. 내 추구미(美)는 ‘여유’다. 여유로운 몸을 좋아한다”고 부연해 웃음을 안겼다.
영화 '하이파이브'에서 젊은 영춘을 연기한 배우 박진영. NEW 제공. |
새하얗고 치렁치렁한 교주복을 입고 깨어나 새하얀 정장으로 신도들을 마주한다. 다섯명의 히어로와 대적할 때는 오렌지색 트레이닝복으로 결투에 나섰다. 처음부터 색이 정해져 있진 않았다. 올블랙 셔츠와 슬랙스, 오렌지색 트레이닝복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지자, 박진영과 감독은 눈빛을 주고받았다. “직감 같았다. 입으면 영춘이 될 것 같은 의상이었다”며 “감독님도 ‘저거 입고 싶지?’라고 물으시더라. 평소에 아무도 입지 않을 옷, 남들과 다른 화려하고 특이한 의상을 선택하지 않았을까”라고 해석했다.
각기 다른 강점을 가진 히어로들과 그들의 강점을 흡수한 교주의 이야기다. ‘교주’라는 인물 특성에 레퍼런스를 찾을 법했지만, 판타지를 고려해 최대한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나에겐 (영춘의) 말투라는 숙제가 있었다. 감독님께서 그것만 잘 체화한다면 관객을 설득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을 주셨다”고 했다. 연설 신은 연극 공연이라 생각하고 몰입했다. 연극 연출가의 조언을 받아 발성부터 에너지를 발산하는 과정까지 변주를 거쳤다.
초능력을 얻은 영춘은 병약한 신도들에게 손을 뻗어 병을 치유한다. 눈앞에서 기적이 일어나는 광경을 지켜본 광기 어린 신도들과 교주 영춘의 집회 신은 섬뜩한 공포심마저 준다. 연설 신에서는 저 너머를 보듯 시선을 처리해 캐릭터의 특징을 살렸다. 비현실적인 장면이지만, 그가 택한 건 ‘진심’이었다.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영춘만은 진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의사처럼 환자를 고치고 싶다는 진심을 담으면 묘한 이질감이 나오지 않을까, 그래야 반대로 관객들이 재밌게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영화 '하이파이브'에서 젊은 영춘을 연기한 배우 박진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 |
◆외로운 빌런, 배움의 현장
영춘은 평범하지만 강력한 히어로들의 시너지에 대적하는 인물이었다. 빌런 특성상 홀로 촬영하는 장면이 더 많았다. 커다란 교주석에 앉아 상대역이 없이 대사를 치는 장면들도 많았다. “재인(완서 역)씨와의 촬영 말고는 거의 부딪힌 적이 없다”며 “내가 현장에 없던 신을 보면서 부러웠다. 다들 완벽한 호흡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달랬다.
김희원, 라미란, 오정세, 이재인 등 선배들의 연기 호흡을 보면서 느낀 점도 많다. 그는 “앙상블적인 영화 속 하나의 캐릭터로 서로를 바라보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저래서 최고 배우인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한 단계 나아가려면 캐릭터로서 존재하려는 마음을 더 배워야 하는구나 생각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배우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할 거다. 대본이 정말 좋았다”고 강조한 그는 “이런 매력적인 작품,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에게 왔으니 너무 하고 싶었다”고 했다. 처음엔 ‘나한테 들어온 대본이 맞나?’ 의심까지 들었다고. “그동안 이런 느낌을 풍긴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 말은 감독님이 나의 새로운 얼굴을 보셨다는 의미가 된다. 내 새로운 모습을 끌어내 줄 감독님과 무조건 하고 싶었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전했다.
반면 영춘으로서 희열을 느낀 장면도 있었다. 화이트 쫙 빼입고 계단을 내려와서 춘화(진희경) 일당에게 건네는 짧은 인사말을 내뱉고 나서다. 대사를 던지자마자 ‘나 이 일을 좋아하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만나자마자 ‘아빠’라는 호칭을 쓴 선배 진희경을 향한 감사인사도 잊지 않았다. 박진영은 “편한 현장을 만들어주셔서 나도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딸’이라고 불렀지만, 존댓말은 나오더라. 나도 모르게 반존대 플러팅을 하게 돼 어렵기도 했다”고 웃었다.
영화 '하이파이브'에서 젊은 영춘을 연기한 배우 박진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 |
◆첫 악역부터 액션까지…“에어컨보다 시원해”
2012년 KBS2 ‘드림하이2’에서 배우로 첫발을 내디뎠다. 사실은 가수보다 배우로 먼저 대중 앞에 선 박진영이다. ‘뭐든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기라는 기회를 잡았지만, 막상 도전하니 어렵게 느껴졌다. 데뷔 시기를 회상하던 박진영은 “여전히 연기는 어렵지만, 이제 나이도 들었고 아는 것도 많아졌다.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게 되면서 현장은 전보다 편해졌다”고 답했다.
2015년 JTBC ‘사랑하는 은동아’에서 주진모(지은호 역)의 아역으로 출연하면서 연기의 참맛을 봤다. 극 안에서 인물의 서사를 길게 풀어낼 수 있는 캐릭터를 맡아 감정을 표현하면서 ‘내 인생에 재밌는 부분이 생겼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흔히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게 꼬리표처럼 붙는 연기력 논란도 피해갔다. 드라마 ‘사이코메트리 그녀석’, ‘악마판사’, ‘화양연화-삶이 꽃이 되는 순간’, 영화 ‘야차’, ‘크리스마스 캐럴’ 등에 출연한 그는 특히 티빙 ‘유미의 세포들’의 유바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간의 작품 속에서 부드러우면서도 강단 있는 카리스마를 보여줬다면 ‘하이파이브’를 통해 처음 악역에 도전했다. 영춘을 그려가기 위해 가장 먼저 고민한 건 ‘인물의 색안경 찾기’다. “내가 바라보는 것과 영춘이 바라보는 것은 다를 것 같았다. 선생님의 말투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그 색안경과 선입견을 찾아가고 싶었다”고 했다. ‘캐릭터의 목소리에 역사가 담겨있다’는 문장도 마음속에 새겼다.
히어로와 빌런의 숨 쉴 틈 없는 결투도 ‘하이파이브’의 관전 포인트다. 완서의 괴력과 맞붙는 젊은 영춘의 액션을 위한 준비 과정도 있었다. “춤을 췄던 터라 쉽게 감을 잡을 줄 알았는데 아예 아니었다”고 멋쩍게 웃어 보인 박진영은 “주먹을 ‘탁’ 쳤는데 무술감독님이 ‘선이 너무 예쁘다’고 하시더라.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투박하게 힘으로 싸워야 하는 영춘만의 액션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와이어를 달고 하늘을 나는 액션도 경험해봤다. “골반이 아프긴 했지만 언제 하늘을 날아보겠나”라고 답한 박진영은 “액션을 하다 보니 때려서 마음이 힘들기보다는 맞는 연기가 더 편했다”는 후기도 전했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결과 ‘하이파이브’는 1일 15만8509명이 관람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누적관객수 39만5505명이다. 동시기 개봉작 중 좌석 판매율 1위를 기록하며 흥행 불씨를 댕겼다. 박진영은 “올여름 에어컨보다 더 시원하게 만들어줄 영화다. 관객의 한 사람으로 내가 느낀 점”이라고 자신하며 “큰 스크린으로 보면 더 좋을 초능력 액션이다. 열심히 만들었으니 예쁘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관람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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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 스포츠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