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구단 육성팀 관계자는 올해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몇몇 타자들이 제대 후 1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예상했다. 입대 전부터 전체적으로 타격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올해 퓨처스리그가 상당한 타고 성향이기는 하다. 투수들이 힘들다”면서도 “한동희와 같은 선수들은 요 근래 2군에서 이렇게 지배적인 타자가 있었을까 싶다. 3~4년 정도는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올해 퓨처스리그 최고 선수는 단연 롯데의 거포 자원인 한동희(26)다. 경남고 시절부터 거포 자원으로 주목을 받은 한동희는 2018년 롯데의 1차 지명을 받고 화려하게 프로에 데뷔했다. 경남고 출신, 3루수, 그리고 우타 자원으로 힘이 있다는 점에서 이대호의 어린 시절을 상당 부분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있었다. 롯데도 한동희를 전폭적으로 밀어줬고, 한동희가 그 자리를 실력으로 잡은 것도 사실이며, 구단과 팬들의 기대는 여전하다.
다만 입대 전 1~2년의 흐름이 좋지 않았다. 한동희는 2020년과 2021년 각각 17개씩의 홈런을 쳤고, 2022년에는 홈런 개수는 다소 줄었으나 처음으로 3할 타율(.307)을 기록했다. 팬들은 “이제 3할 타율과 20홈런이 조합될 차례”라고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2023년 108경기에서 타율 0.223, 5홈런, 32타점에 그치며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오히려 성적이 2020년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런 한동희는 지난해도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다만 1군과 2군의 차이는 분명하고, 이미 1군에서 풀타임을 뛰어 본 적이 있는 한동희 정도 선수의 2군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입대 직후 몸이 좋지 않거나 아파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건강하게 뛴다는 정도가 참고 자료였다.
그런데 올해 퓨처스리그 성적은 조금 말이 다르다. 아무리 2군이고, 선수들의 느낌상 1군보다 공인구가 조금 더 멀리 날아간다고 해도 이 성적은 퓨처스리그 역사에 남을 성적이기 때문이다. 한동희는 올해 퓨처스리그 44경기에 나가 타율 0.420, 17홈런, 59타점, 출루율 0.500, 장타율 0.776, OPS(출루율+장타율) 1.276의 미친 성적을 거두고 있다. 44경기·174타수 표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냥 운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타구 속도, 비거리 등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군 관계자들이 “퓨처스리그의 애런 저지”라고 말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정확도도 높은데, 맞아 나가는 타구들이 살벌하다. 데이터를 보면 이 괴력을 대번에 읽을 수 있다.
홈런 타구의 비거리도 어마어마하다. 비거리가 125m 이상인 타구가 12개에 이르렀고, 130m 이상 타구도 7개나 된다. 최장거리 비거리는 4월 26일 기록한 139.4m였다.
물론 땅볼도 제법 많은 편이고, 이 부분에서 평균 타구 속도가 높아진 경향은 있다. 1군이 아닌 2군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홈런이 17개나 나왔다는 점에서 올해 타구 속도는 폄하하기가 어렵다. 내년 복귀를 앞두고 충분히 예열은 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는 다시 3할과 20홈런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3루수를 꿈꾸고 있다. 이런 3루수는 FA 시장에서 찾기도 쉽지 않고, 그 FA 값어치는 어마어마하다. 없던 전력의 가세라는 점, 롯데 타선이 부족한 게 장타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동희는 오매불망 기다릴 수밖에 없는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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