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넷플릭스 ‘이 별에 필요한’, 한국 장편 애니 도약대 될까

한겨레
원문보기

넷플릭스 ‘이 별에 필요한’, 한국 장편 애니 도약대 될까

속보
트럼프 "韓 한화와 협력해 해군 신형 프리깃함 건조"
넷플릭스의 첫 한국 오리지널 장편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의 첫 한국 오리지널 장편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 넷플릭스 제공


2025년은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중요한 해다. 불모지에 가깝던 상업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과 개봉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개봉한 ‘퇴마록’이 호평 속에 50만 관객을 모은 데 이어, 지난달 30일 넷플릭스가 처음 선보인 한국 오리지널 장편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이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생각보다 맑은’(2015), ‘그 여름’(2023) 등을 극장에서 선보였던 한지원 감독이 연출하고, 클라이맥스스튜디오·레드독컬처하우스가 공동 제작한 ‘이 별에 필요한’은 성인 관객을 위한 상업 장편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한단계 높였다.



어린 시절, 화성 탐사를 떠났던 엄마를 잃고 우주 과학자로 성장한 난영은 고장난 턴테이블을 매개로 제이와 만난다. 음악을 포기하고 방황하던 제이와 화성 탐사단 선발에서 탈락했던 난영은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면서 좌절한 꿈에 다시 다가간다.



2050년의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에서 먼저 눈에 띄는 건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서울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 여름’에서 충무로, 마포 등 서울의 오래된 동네를 사실적으로 표현했던 수준에서 한단계 더 발전해 리얼하면서도 서정적으로 도시 구석구석을 펼친다. 여기에 김태리와 홍경이 목소리를 연기한 두 주인공이 세련된 음악과 함께 감정의 흐름을 증폭시킨다. 김태리와 홍경은 주요 장면에서 직접 실사 연기까지 펼치고 이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식으로 캐릭터의 디테일을 완성했다. 캐릭터의 생동감을 위해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선 일반적으로 쓰는 방식이지만, 유아동 대상 캐릭터 위주의 한국 애니메이션에선 흔치 않은 시도다.



이는 실사 영화를 제작해온 클라이맥스스튜디오와의 협업 덕분에 가능했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한 감독은 “마이너 감성이 있는 2디(D) 애니메이션으로 연령대가 있는 보편적 멜로를 만든다는 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변승민 (클라이맥스스튜디오) 대표와 논의하면서 로맨스 구조를 강화하고 실사 촬영을 비롯해 보통 애니메이션 작업과는 다른 카메라 무빙, 편집 방식 등을 시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첫 한국 오리지널 장편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의 첫 한국 오리지널 장편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 넷플릭스 제공


클라이맥스스튜디오처럼 실사 영화에서 성과를 거둔 대형 제작사들이 애니메이션 제작에 뛰어드는 게 애니메이션 산업 지형의 변화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많은 실사 흥행작과 함께 한국 애니메이션 흥행 기록을 세운 ‘마당을 나온 암탉’(2011), ‘태일이’(2021) 등을 제작한 명필름은 내년 개봉을 목표로 ‘꼬마’를 만들고 있다. ‘서울의 봄’(2023), ‘야당’(2025) 등 선 굵은 실사 흥행작들을 보유한 하이브미디어코프도 애니메이션 제작을 준비 중이다. 특수효과 전문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탈바꿈한 모팩스튜디오는 순수 국내 역량으로 완성한 ‘킹 오브 킹스’를 지난 4월 북미에서 먼저 개봉해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는 등 성과를 내고는 오는 7월 국내 개봉한다. 이밖에도 1980~1990년대 인기 티브이 애니메이션 ‘달려라 하니’를 2020년대 배경으로 리메이크한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가 올해 하반기 개봉 예정이고, 호러 판타지 애니메이션 ‘아홉산 숲: 기생혼’도 올해 개봉 목표로 제작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을 연출한 한지원 감독.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을 연출한 한지원 감독. 넷플릭스 제공


클라이맥스스튜디오와 차기작을 준비 중인 한 감독은 “예전에는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가 미국이나 일본 스튜디오의 하청 대기업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전문 교육기관에서 기획부터 배운 아티스트들이 배출되면서 자체 기획을 발전시키는 중소 규모 스튜디오들이 늘고 있다”며 “지금은 프로젝트 별로 ‘헤쳐 모여’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브리나 픽사처럼 창작자들이 오랫동안 파이프라인을 유지하면서 성과를 내는 구조로 성숙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