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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배급소 총격에 179명 사상…이스라엘 “하마스 범인일수도”…이유는?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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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배급소 총격에 179명 사상…이스라엘 “하마스 범인일수도”…이유는?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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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머리에 천을 뒤집어써 얼굴을 가리고 소총을 든 무장 괴한들이 배급소 주변 주민들에게 총을 쏘고 돌을 집어 던지고 있다. 출처=이스라엘군 대변인실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머리에 천을 뒤집어써 얼굴을 가리고 소총을 든 무장 괴한들이 배급소 주변 주민들에게 총을 쏘고 돌을 집어 던지고 있다. 출처=이스라엘군 대변인실


가자지구 구호품 배급소 총격 사건을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주도하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의 구호품 배급 과정에서 이스라엘군 발포로 30~40여 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이스라엘군은 무장 괴한의 총격 영상을 공개하며 발포 주체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AFP 통신은 1일(현지시간) 새벽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GHF 구호품 배급소 인근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31명이 숨지고 176명 이상이 다쳤다고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민방위대를 인용해 보도했다.

2025년 6월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서 현지 주민들이 구호품 배급소로 향하던 중 사망한 사람들을 위한 장례식에서 기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5년 6월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서 현지 주민들이 구호품 배급소로 향하던 중 사망한 사람들을 위한 장례식에서 기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로이터 통신도 시신 31구가 가자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를 인용해 전했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이스라엘군의 학살로 민간인 40명 넘게 숨지고 150명 넘게 다쳤다고 주장했다.

AP 통신은 이날 오전 3시쯤 라파 배급소에서 약 1㎞ 떨어진 교차로에 군중이 몰리자 이스라엘군이 ‘해산하라, 나중에 다시 오라’고 명령했으며 이후 발포가 이뤄졌다는 목격자들의 발언을 전했다. 한 가자지구 주민은 AFP에 “무인기(드론)와 탱크 공격이 갑자기 시작돼 내 앞에서 여러 명이 죽었다”고 말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런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지난 몇 시간 동안 구호품 배급소 부근에서 이스라엘군이 주민들을 향해 발포했다는 심각한 의혹을 제기하는 허위 보도가 유포됐다”고 밝혔다. 이어 “하마스는 가자지구 통제권을 유지하려 주민을 굶기고 위험에 빠뜨리는 잔혹한 테러조직”이라며 “언론은 하마스 테러조직이 전하는 정보에 신중일 기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있는 구호품 배급소 근처에서 무장 괴한들이 주민들에게 총을 쏘고 돌을 집어 던지는 모습이 담긴 드론 영상을 공개했다. 편집된 영상에는 한 괴한이 땅바닥에 총을 쏘자 주민 한 명이 파편에 맞아 쓰러져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출처=이스라엘군 엑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있는 구호품 배급소 근처에서 무장 괴한들이 주민들에게 총을 쏘고 돌을 집어 던지는 모습이 담긴 드론 영상을 공개했다. 편집된 영상에는 한 괴한이 땅바닥에 총을 쏘자 주민 한 명이 파편에 맞아 쓰러져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출처=이스라엘군 엑스


이스라엘군은 구호품 배급 현장의 모습을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까지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머리에 천을 뒤집어쓰고 소총으로 무장한 괴한들이 배급소 주변 주민들에게 총을 쏘고 돌을 집어 던지는 모습이 담겼다. 이스라엘군은 주민들이 약탈당한 구호품을 건지려고 나섰다가 총격의 표적이 됐다면서 “하마스는 식량 배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도록 갖은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포 당사자가 자신들이 아니라 하마스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가자지구 라파에 있는 구호품 배급소의 보안 영상. 출처=GHF

가자지구 라파에 있는 구호품 배급소의 보안 영상. 출처=GHF


GHF도 예루살렘 포스트, 와이넷, 칸 뉴스 등 이스라엘 매체를 통해 라파 배급소의 보안 영상을 공개하고 “오늘도 구호품이 다시 한번 무사히 배급됐다. 하마스는 오늘 사상자가 나왔다는 소문을 적극적으로 퍼뜨리고 있는데, 이는 조작됐다”고 반박했다. 존 애커리 GHF 최고경영자(CEO)는 “허위 보도는 현장에 있는 우리 팀의 업무에 악영향을 미친다. 구호품 배급 활동을 시작한 이후 사망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이처럼 방해 공작을 펼쳐도 가자지구에 구호품 배급소를 추가로 열겠다는 입장이다. 에피 데프린 이스라엘군 대변인(준장)은 라파에서 직접 성명을 내고 “지금까지 배급소 4곳을 열었고 앞으로 더 많이 열겠다”고 발표하면서도 군의 지속적인 인도적 노력을 강조하고 하마스가 구호품 분배를 방해하는 것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이 이미 인도적 지원 트럭 1000대가 가자지구로 진입하게 도왔으며 약 1만 6000개의 식량 꾸러미(약 90만끼)를 주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라파 배급소로 접근하려고 한 팔레스타인인 다수가 죽거나 다쳤다고 밝히면서도 총격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이 단체는 라파에 있는 적십자 야전 병원으로 21명이 도착 즉시 사망 선고를 받았고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사상자 179명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부분이 총상이나 파편상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총격 사건은 이스라엘이 최근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구호품 배급을 재개해 굶주림에 시달리던 주민들이 몰려들면서 발생했다. 3월 2일 가자지구에 대한 원조를 봉쇄했던 이스라엘군은 11주 만인 지난달 18일 이를 해제하고 같은 달 27일부터 GHF를 통해 가자지구 주민에 구호품을 직접 배포하고 있다.

GHF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유엔과 산하 기구(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가 담당해온 가자지구 구호품 배포를 대신하겠다며 만든 단체다. 하마스가 가자지구 구호품을 빼돌리거나 탈취하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유엔과 국제사회는 이런 계획이 원조를 무기화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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