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열기 역대 2번째…"내란 겪고 지도자 중요하다 생각"
"사표 안 됐으면" "믿기 어려운 TV토론 실망" 부동층 고심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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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선거 투표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성북구 정릉4동주민센터사거리에 선거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5.6.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
(서울=뉴스1) 신윤하 권진영 남해인 기자
"탄핵 이후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니까 국민들 관심은 높은 것 같은데, 정작 제가 뽑고 싶은 사람은 없었어요."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지하철 9호선 여의도역에서 만난 직장인 박민영 씨(여·29)는 '어떤 후보를 선택했냐'는 질문에 한숨을 쉬었다. 사전투표를 마쳤다는 박 씨는 "지지하는 후보는 없어 고민을 많이 했는데,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초유의 계엄 사태 직후 대선임을 고려해 투표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을 거치고 맞게 된 헌정사상 초유의 장미 대선인 만큼, 유권자들의 열기가 뜨거운 모습이다. 거리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저마다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투표에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선에 대한 관심을 입증하듯이 이미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들도 다수였다. 지난달 29~30일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의 투표율은 최종 34.74%(1542만3608명 참여)로 역대 2번째로 높았다.
많은 유권자가 비상계엄과 탄핵의 여파로 진행되는 대선임을 언급하며 '민주주의 복원'을 강조했다.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김 모 씨(여·29)는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다 보니 6월 3일에 왜 쉬냐고 묻는 동료들이 있는데 대답하기도 부끄럽다"며 "정치에 큰 기대는 안 하는 편이지만 최소한의 공정과 상식은 작동했으면 하는 기대를 내 표에 걸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투표에 이미 참여했다는 김 모 씨(여·42)는 "다시 탄핵 안 당할 사람, 국민 전체를 보고 국정을 운영할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며 "모든 국민이 자기 편이거나 반대편인 건 아닌데, 열심히 삶을 살고 있는 보통의 사람들을 살피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 더 이상 나라가 불안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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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선거 투표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입구에 선거 벽보가 붙어있다. 2025.6.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근소한 차이로 신승해 대권을 차지했던 만큼, 유권자의 표 행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들이 많았다. 지난 20대 대선에선 윤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0.73%p 차이로 승패가 엇갈렸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정 모 씨(여·29)는 "내란 사태를 겪고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말 그대로 한표 한표가 소중하단 생각이 들었다"며 "예전엔 사표가 되는 것도 개의치 않고 투표했는데, 이번엔 좀 더 전략적으로 고민하고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만난 나 모 씨(남·55)는 "무엇보다 윤 전 대통령과 내란 동조자들을 청산하는 데 중점을 두는 대선"이라며 "지난주에 사전투표를 했는데 투표용지를 앞에 두고 '인물이 이렇게 없구나'하는 생각에 슬펐고, 이번 대선에선 내 표가 사표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고민이 컸다"고 한숨을 쉬었다.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 경제를 부양시킬 대통령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분출됐다. 문 모 씨(남·29)는 "지금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많이 안 좋다는 건 숫자로 보지 않아도 다 체감하고 있을 것 같다"며 "다음 대통령이 정치적인 것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애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전투표에 참여했다는 회사원 남 모 씨(남·63)도 "자영업자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고 건설업 불황이 심해지면서 금융 시스템도 연쇄적으로 무너질 조짐이 보인다"며 "경제 대통령이 돼 줄 사람을 뽑을 생각이다. TV토론을 참고해 경제 지식이 있는 사람을 투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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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TV를 통해 나오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2025.4.1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
다만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TV토론에서 여성 혐오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는 등 원색적인 네거티브 공세가 격화되면서 피로감을 토로하는 유권자도 많았다.
경기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김 모 씨(여·32)는 "탄핵은 의미가 있었지만 대단히 나은 대안은 없이 진행되는 선거"라며 "지지하는 후보는 없지만 그나마 차악의 당을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진 모 씨(남·58)는 "TV토론을 보면서 너무 후보들의 논의 수준이 저급하단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서 오히려 정치권에 대한 기대감이 하락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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