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윤도현이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 돌아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윤도현(KIA)이 부상에 신음하는 호랑이 군단의 구세주를 꿈꾼다.
프로야구 KIA는 디펜딩 챔피언답지 않은 2025시즌을 보낸다. 시즌 27승1무28패로 7위다. 일반적인 포스트시즌(PS) 진출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승률 5할을 맞추기도 버겁다.
지긋지긋한 부상 때문이다. 매 시즌 피할 수 없는 게 부상이라지만, 올해는 많아도 너무 많다. 치명타는 역시 김도영의 이탈이다. 지난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에 빛나는 그는 지난 3월22일 NC와의 개막전에서 왼쪽 햄스트링 손상(그레이드1)을 입고 이미 한 달간 자리를 비웠다. 재활 끝에 돌아와 맹활약을 펼치던 지난달 27일 키움전, 이번에는 오른쪽 햄스트링 손상(그레이드2)이 찾아왔다. 최소 전반기 아웃이다.
거포 나성범과 타율 3할을 보증하는 교타자 김선빈도 종아리 부상으로 나란히 빠졌다. 마운드에서는 불펜 곽도규가 지난 4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로, 롱릴리프 황동하가 지난달 불의의 교통사고로 자리를 비웠다.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다.
위기는 누군가에게 더없이 귀중한 기회다. 평소 1군 출전이 힘들었던 자원들이 KIA 이범호 감독의 잇따른 선택을 받는다. 그 기회의 장에서, 윤도현이라는 이름 석 자가 밝게 타오르는 중이다.
KIA 윤도현(오른쪽)이 이범호 감독으로부터 수비 코칭을 받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던 윤도현은 3경기만 치르고 2군으로 내려갔다가, 지난달 22일 재차 부름을 받았다. 방망이가 뜨겁다. 콜업 이후 8경기에서 타율 0.379(29타수 11안타) 4홈런 7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31일 KT전부터는 생애 첫 1번 타자 중책까지 맡았다.
주목할 점은 그의 장타력이다. 지난달 28일 키움전 시즌 마수걸이포에 이어 30일 KT전에서 2경기 연속 아치를 그렸다. 이어 1일 KT전에서는 1회 리드오프 홈런 포함 생애 첫 연타석포까지 빚었다. 4경기서 4개의 홈런을 낚는 중이다. 김도영이 지난해 일으켰던 ‘도영아 니땀시 살어야’ 신드롬이 ‘도현아 니땀시 살어야’로 번지고 있는 배경이다.
윤도현은 “(장타 행진은) 따로 의식하지 않는다. 다만 너무 급하지 않게, 차분하게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매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은 2군에서 올라온 선수도 많고, 백업 선수들도 기회를 찾아 열심히 하고 있다. 모두 이기겠다는 마음뿐이다. 하나로 똘똘 뭉친다면 6월에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도현 역시 부상을 경계해야 한다. 화정초-무등중-광주일고를 나와 2022 KBO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5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은 그는 동기 김도영과 함께 역대급 재능으로 주목받았지만, 매번 부상에 가로막혔다. 2022시즌 시범경기에서 오른 손가락 중수골 골절을 당해 데뷔시즌을 날렸다. 2023시즌 햄스트링 손상, 2024시즌 왼 손가락 중수골 골절이 이어졌다. 올해가 제대로 된 데뷔 시즌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모든 시련을 뚫고서야 찾아온 소중한 순간, 1군 무대를 누비는 지금을 놓칠 수 없는 윤도현이다.
KIA 윤도현(오른쪽)이 지난해 정규시즌 경기에서 입단 동기 김도영 과 함께 동반 인터뷰에 나서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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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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