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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가려면 필수?…"중1도 늦어" 초등생, '월 360만원' 자사고 학원에

머니투데이 유효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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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가려면 필수?…"중1도 늦어" 초등생, '월 360만원' 자사고 학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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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불안한 입시, 커지는 컨설팅 시장 (下)

[편집자주] 2026학년도 대학입시는 역대급으로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의대 1508명이 증원됐다가 취소된 데다 N수생이 사상최고치를 경신해 지난해 데이터를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대입제도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경우 '4년 예고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유명무실이 된 지 오래다. 매년 바뀌는 입시 환경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대학을 찾기 위해 학부모들은 컨설팅에 수백만원을 지출한다. 입시 정보의 부익부빈익빈이다.



"작년 입결 무의미"…의대 정원 줄었는데 'N수생 최고치'


지난해 서울 소재 4년제 일반 대학 신입생 중 N수생 비율이 37.3%로 19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도입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의과대학 증원으로 수능에 재도전한 N수생이 21년 만에 가장 많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6일 서울 시내 한 재수종합학원의 2026년도 학생 모집 안내문/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지난해 서울 소재 4년제 일반 대학 신입생 중 N수생 비율이 37.3%로 19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도입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의과대학 증원으로 수능에 재도전한 N수생이 21년 만에 가장 많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6일 서울 시내 한 재수종합학원의 2026년도 학생 모집 안내문/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6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올해 대입에도 혼란이 감지된다. 교육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증원 전 수준으로 되돌린데다 전공자율선택제(무전공), 첨단학과 증원 등 변수가 적잖아서다. 수능에 재도전 하는 N수생 규모를 엿볼 수 있는 6월 모의평가에서 졸업생 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입시가 대혼전으로 빠지는 모양새다.

1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39개 의과대학의 2026학년도 모집인원은 전년 대비 1487명 감소한 총 3123명으로 최종 확정됐다. 정부가 의대생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내건 의대 모집인원 조정 방침이 반영된 결과다.

확정된 의대 모집인원 3123명 중 정원 내 선발은 3016명(96.6%), 정원 외 선발은 107명(3.4%)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대학에서 1023명, 비수도권에서 2100명 모집한다. 전형별로는 수시 모집에서 2115명(67.7%)을 선발하고, 정시 모집에서 1008명(32.3%)을 모집한다. 이 중 수능위주전형이 1008명(32.3%)으로 가장 많고, 학생부교과전형이 991명(31.7%), 학생부종합전형 969명 (31.0%), 논술 131명 (4.2%) 순으로 선발 인원이 많았다.

특히 2026학년도에는 모집 정원은 증원 전 수준과 비슷해졌지만, 지역인재전형 선발이 더 늘었다는 점에서 변수가 생겼다. 비수도권 지역인재전형 1215명 중 정원내 모집인원이 2024학년도 대비 190명(18.5%) 증가했다. 지역인재 선발이 의무 대학의 지역인재전형 비율은 59.04%다. 최상위권의 입시 가늠자가 되는 직전 의대 입시 결과를 참고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혼란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의대 증원 정책이 원점으로 되돌아간 상태지만 좀처럼 줄지 않는 N수생 규모도 올해 대입의 중요 요소다. 2026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 응시생 중 졸업생 접수자가 9만명을 육박하면서 2011학년도 평가원 6월 모의평가 접수가 발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모평에는 통상 '반수생'이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N수생 수는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2025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 접수하지 않고 본수능에 접수한 반수생이 9만3195명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고려하면 올해도 본 수능에서 N수생은 다시 역대 최고치를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학원가의 분석이다.

이와 같은 상황으로 올해 대입은 '깜깜이'가 우려된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의대의 경우에는 24학년도 입시 결과를 참고하되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며 "다만 전공자율선택제가 늘면서 개별 학과 단위 모집 인원은 줄었고, 첨단학과가 증원된 것을 고려하면 올해 일반 대학 입시 결과 예측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전공자율선택제도 올해는 유형을 바꿔 모집하는 경우가 있어 직전 입결과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 있고 모집인원 자체가 커 경쟁률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했다.

수험생 증가는 물론 사회탐구 영역 응시 쏠림현상도 맞물려 혼란스러운 입시가 예상된다. 임 대표는 "의대 모집이 크게 확대된 지난해 입시결과를 기본통계로 참고할 수 없는 점, 의대 모집 축소 상황 속에서도 졸업생 등이 증가하는 이례적 상황과 사탐런 현상이 매우 강도 높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입시에 대한 부담은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담임선생님도 "학원 다니세요"…월 360만원, 부담돼도 보내는 이유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한 어린이가 학원으로 등원하고 있다.   교육부·통계청이 13일 공개한 2024 유아사교육비 시험조사 주요 결과를 보면 지난해 7~9월 3개월간 유아 172만1000명의 사교육비 지출 총액은 약 8154억원이었다. 1인당 월평균 지출액은 15만8000원이었다. 2025.03.13. ks@newsis.com /사진=김근수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한 어린이가 학원으로 등원하고 있다. 교육부·통계청이 13일 공개한 2024 유아사교육비 시험조사 주요 결과를 보면 지난해 7~9월 3개월간 유아 172만1000명의 사교육비 지출 총액은 약 8154억원이었다. 1인당 월평균 지출액은 15만8000원이었다. 2025.03.13. ks@newsis.com /사진=김근수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최근 서울과학고(영재고)를 준비하기 위해 학원을 알아보다 가격에 깜짝 놀랐다. 수업료만 월 200만원을 훌쩍 넘는데다 방학 때는 특강 때문에 360만원까지 올라간다는 설명 때문이다. A씨는 "영재고 입학시험은 교과 내용이 아닌 수학, 과학을 풀어야 하는데 학교 내 지원자가 많지 않아 담임선생님도 학원을 다닐 것을 권하셨다"며 "중학교 2학년만 돼도 '이미 늦었다'고들 해 가격이 부담되지만 시작해볼까 한다"고 말했다.

수학과학 경시대회-영재원-영재·특목고(특수목적고등학교)로 이어지는 이른바 '의대 로드맵'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입시 컨설팅 대상도 중학생, 초등학생까지 어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재·특목고 자녀를 둔 학부모가 '교육비법'이라며 학부모를 가르치는 유료 컨설팅까지 횡행한다.


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는 초등학생, 중학생 대상 학원에 영재학교와 전국단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준비반 모집 광고가 즐비하다. 고교학점제로 이들 학교의 인기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최상위권 학생들이 몰려있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 입시강사는 "여전히 초등학교 때는 영어를 마무리하고 수학경시대회에서 수상한 뒤 중학교에는 본격적으로 수학, 과학을 달린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며 "영재고는 중학교 3학년 5월에 원서접수가 시작되고 7월에 지필시험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상 1학기까지 모든 준비가 마무리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사고의 경우 12월에 원서를 접수하고 면접이 진행 돼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보통 중학교 2학년까지만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행특), 교과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이 반영돼 역시 준비를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적이다. 중학교 성적은 절대평가라 교과성적에서 차별화를 이루기 어려워서다.

면접도 주로 자소서를 기반으로 학생의 활동에 대해 깊이 물어보는 추세다. 자사고인 외대부고는 지난해 면접 기출 문제로 'NASA 자료와 항공 우주연구원 자료 외에 본인이 로켓 엔진을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던 자료를 언급하고, 자소서에서 언급한 두 사이트에서 얻은 지식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지원자에게 가치있었던 정보 3가지를 언급하며 비교해 말해보라'를 공개하기도 했다. 보통 여름방학부터 면접을 대비하는 과외, 컨설팅 등이 시작된다.

최근에는 학부모가 자녀의 영재·특목고 합격 후기를 유료로 강연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무슨 학원을 보냈는지, 어떤 기질을 지녔는지 알려준다는 식이다. 2시간에 1인당 15만원으로 10명 미만으로 구성된다. 원칙대로라면 개인과외교습자로 거주 지역의 교육지원청에 등록하고 수익 사업을 진행해야 하지만 단속할 방안도 마땅치 않다.

그러나 이런 컨설팅은 상담의 질이 낮더라도 환불 등을 받기 어려워 주의해야 한다. 컨설팅이 합격을 보장하지 않는데다 효용성을 확인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반적인 경우 상담 내용이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해서 환불을 받기는 어려워보인다"며 "일방적인 수업 취소나 교습자의 거짓정보 등이 밝혀진다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육청에 등록된 학원이나 개인교습자라면 교육지원청에 제재하겠지만 무등록 학원·교습자는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다"며 "의심될 경우 관할 교육지원청에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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